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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자살시도는 '기록상 없다' , 실종신고는 '그냥 종결' ... '황당' 교육청·경찰

 

제주에서 전혀 다른 두 사건이 동시에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하나는 초등학생의 자살시도와 학교폭력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30대 여성 장미란씨 실종 사건이다.

 

두 사건의 성격과 대응 절차는 다르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닮은 지점이 있다. 위험 신호가 있었고 도움을 요청하는 신고도 있었지만 정작 이를 받아야 할 공공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느냐는 의문이 남았다는 점이다. 말 그대로 ‘신고는 있었는데, 대응은 어디에 있었나’라는 질문이다.

 

제주지역 A초등학교에서는 지난해 11월 한 학생이 학교 창문에서 뛰어내리려다 친구들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겼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피해학생 측은 이 학생이 이전부터 놀림과 욕설, 사이버폭력은 물론 이주배경을 이유로 한 혐오·차별성 괴롭힘까지 겪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학생이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할 정도의 위기 상황이었다는 주장이라면 학교와 교육당국의 대응이 뒤따라야 했다. 무엇이 발생했는지 기록하고, 필요한 곳에 보고하고, 학생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이뤄졌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피해학생 측이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 학교와 교육지원청으로부터 돌아온 답변은 ‘관련 서류 일체 부존재’였다.

 

피해학생 측은 올해 4월 사이버폭력 신고 이후 열린 학교폭력 심의에서도 지난해 자살시도와 장기간 이어진 학교폭력 정황이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학생이 위험 신호를 보냈지만 정작 이를 확인할 기록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제주도교육청은 지난 20일 감사관실을 중심으로 자체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당시 학교의 대응과 보고 체계, 학생 보호·지원, 유관기관 연계와 기록 관리가 적절했는지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학생 보호를 위한 심리·정서 지원에 나서고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제주교육 함께 회복 지원단’도 구성하기로 했다. 하지만 학생의 위기 상황이 발생했다는 주장이 나온 시점으로부터 이미 수개월이 흐른 뒤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꼴이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제주경찰에서도 또 다른 ‘늑장 대응’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 5월 12일 집을 나선 뒤 연락이 끊긴 장미란씨(37)를 찾기 위해 경찰과 해경, 민간인 등 하루 평균 140여명이 참여하는 대대적인 집중 수색이 시작됐다. 헬기와 드론, 체취증거견, 잠수부, 경비정, 연안구조정까지 동원됐다.

 

문제는 이런 대대적인 수색이 장씨가 사라진 지 3개월이 지나서야 이뤄졌다는 점이다.

 

 

장씨에 대한 최초 실종 신고는 지난 5월 15일 접수됐다. 하지만 신고를 받은 경찰관은 ‘실종자와 연락이 닿았다’, ‘본인이 위치를 알려주지 말라고 했다’는 취지로 보고하고 신고 접수 불과 3시간 만에 사건을 종결했다.

 

가족들은 경찰의 말을 믿었다. 경찰이 직접 장씨의 안전을 확인했다는 말을 믿고 기다렸다. 그러나 장씨와 연락은 계속 닿지 않았고, 결국 가족은 두 달여가 지난 지난달 19일 다시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드러난 내용은 더욱 석연치 않다. 경찰이 장씨의 휴대전화 통신 기록 등을 확인한 결과 최초 신고를 처리한 경찰관이 장씨와 통화한 내역은 확인되지 않았다. 결국 제주경찰청은 해당 경찰관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해 사건을 종결한 경위와 실제 통화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첫 신고가 들어왔을 때 실종 여부를 제대로 확인했다면 어땠을까. 학생이 위험 신호를 보냈을 때 학교와 교육당국이 이를 제대로 기록하고 보고했다면 어땠을까.

 

결과를 놓고 과거의 상황을 단순하게 재단할 수는 없다. 초등학생 사건은 피해학생 측이 제기한 주장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이 진행되고 있고, 장씨 실종 사건 역시 최초 신고 처리 과정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두 사건에서 공통적으로 던져지는 질문만큼은 피하기 어렵다. ‘신고를 받고 처음부터 제대로 대응했는가.’

 

위기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이 커진 뒤 얼마나 많은 인력을 투입했느냐가 아니다. 학생에게 위험 신호가 나타난 바로 그 순간 무엇을 했는지, 실종 신고가 들어온 바로 그 순간 무엇을 확인했는지가 중요하다. 수개월이 흐른 뒤 조사단을 꾸리고 140여명을 동원한다고 해서 이미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 같은 문제가 담당자 개인의 실수로만 정리되는 것이다. 한 사람의 판단만으로 학생의 중대한 위기 상황이 공식 기록과 보고 과정에서 빠질 수 있었다면, 또는 경찰관 한 명의 판단으로 실종 신고가 불과 3시간 만에 종결될 수 있었다면 개인의 책임만 물어서는 충분하지 않다.

 

그 판단을 확인할 사람은 없었는지, 상급 보고는 제대로 이뤄졌는지, 잘못된 판단을 중간에서 걸러낼 장치는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까지 따져봐야 한다.

 

공공시스템은 매뉴얼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위험 신호를 발견하면 기록하고, 신고가 들어오면 사실을 확인하고, 필요한 곳에 보고한 뒤 즉시 움직여야 비로소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한 사건에서는 ‘관련 서류 일체 부존재’라는 답변이 나왔고, 다른 사건에서는 실종 신고가 3시간 만에 종결됐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에야 교육당국은 조사에 나섰고 경찰은 대규모 인력을 투입했다.

 

시민이 가장 위급한 순간 찾는 곳은 결국 학교와 경찰을 비롯한 공공기관이다. 신고를 한다는 것은 그 시스템이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고를 해도 기록이 남지 않고, 신고를 해도 사건이 끝나버린다면 시민은 어디에 도움을 요청해야 할까.

 

이번 두 사건에서 드러난 의혹과 논란을 단순한 ‘실수’로 넘겨서는 안 되는 이유다. 신고해도 ‘모른 척’한다는 불신이 생기기 전에 제주 공공시스템에 난 ‘구멍’이 어디인지,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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