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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실종사건 셀프 종결 동기 불분명 ... 경찰 내부서도 “도저히 이해 안 돼”

 

그는 왜 그랬을까? 제주에서 실종사건을 잇따라 허위 종결한 혐의로 현직 경찰관이 구속되면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사건의 초점이 '그는 왜 그랬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실종자와 실제 연락하지 않고도 연락이 닿은 것처럼 신고자에게 알리고 사건을 종결한 데 이어 경찰 내부 시스템에서 관련 자료까지 삭제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점은 사건을 종결한다고 해서 담당 경찰관에게 돌아가는 뚜렷한 실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 경장은 현재까지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번 사건을 관통하는 질문은 하나다. '실익도 없는데 부 경장은 왜 실종사건을 허위로 끝냈나.'

 

 

연락도 안 했는데 '무사하다' ... 수색까지 멈췄다=장미란(37)씨는 지난 5월12일 오후 10시15분께 제주시 한림읍에서 장기 투숙하던 숙소를 나간 뒤 행방이 묘연해졌다. 함께 지내던 남자친구는 사흘 뒤인 15일 오후 6시43분께 112에 실종신고를 했고, 당시 야간 당직 근무 중이던 부 경장이 신고를 접수했다.

 

신고가 접수되자 제주서부경찰서 한림파출소 경찰관들은 신고자를 만나 상황을 파악하고 장씨 휴대전화 위치가 확인된 한림항 일대를 수색했다. 그러나 신고 접수 약 2시간30분 뒤 상황이 달라졌다.

 

부 경장은 이날 오후 9시16분께 신고자에게 "장씨와 연락이 닿았지만 본인이 위치를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알린 뒤 사건을 종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부 경장의 말을 토대로 현장에서 장씨를 찾고 있던 경찰관들도 수색을 중단하고 철수했다.

 

하지만 경찰 수사 결과 당시 부 경장이 장씨와 실제 통화한 기록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이라면 단순히 실종자를 적극적으로 찾지 않은 것을 넘어 존재하지 않는 연락 사실을 근거로 수색 자체를 중단시킨 셈이다.

 

종결로 끝나지 않았다 ... 관리 시스템에서도 '삭제'=의문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부 경장은 장씨 사건을 종결하면서 경찰의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 관리 목록에서도 장씨 관련 자료를 삭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에서 관리 대상자를 삭제하려면 변사나 교통사고 사상자 등 특별한 사유에 해당하는 유형 코드를 선택해야 한다. 경찰은 부 경장이 장씨 관련 자료를 관리 목록에서 삭제하는 과정에서 '교통사고 사상자' 코드를 선택했다.

 

장씨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도 아니었다. 결국 '연락이 됐다'는 처리에 이어 실제 상황과 맞지 않는 코드까지 입력해 장씨를 실종자 관리 대상에서 제외한 이유가 무엇인지 규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단순한 판단 착오였다면 왜 신고 종결에서 멈추지 않고 시스템 관리 목록에서까지 장씨를 제외했느냐는 의문이 남는다.

 

또 다른 60대 실종자도 같은 방식 ... 우연인가 반복인가=비슷한 사건은 두 달도 지나지 않아 다시 발생했다. 부 경장은 지난 7월2일 오후 6시2분께 야간 당직 근무 중 60대 남성이 실종됐다는 신고를 접수했고, 이 사건 역시 약 5시간30분 만인 오후 11시38분께 종결됐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도 부 경장이 실제 실종자의 안전을 확인하지 않은 채 장씨 사건과 유사한 방식으로 허위 종결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60대 남성의 가족은 실종신고 당시 경찰에 자살을 암시하는 신변 위험 가능성을 알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부 경장은 여기서도 '소재발견'이란 코드를 입력, 관리목록에서 사건을 삭제했다.

 

단순 가출이나 연락 두절로만 판단하기 어려운 정황이 전달됐음에도 실종자의 안전 여부를 직접 확인하지 않고 사건이 끝난 것이다. 결과적으로 장씨는 실종 104일 만에, 60대 남성 역시 실종 신고 이후 50여일이 지나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수사에서는 부 경장이 이들과 실제 통화했다는 기록도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번이라면 안이한 판단이나 실수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하지만 비슷한 방식이 반복됐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경찰이 부 경장이 담당했던 다른 실종사건까지 들여다보는 이유다.

 

◆'업무 줄이려고?' ... 그런데 직접 수색하는 것도 아니었다=현재 경찰 안팎에서 거론되는 가능성 가운데 하나는 '편의적 사건 종결'이다.

 

성인 실종신고의 경우 실종자가 하루 이틀 뒤 스스로 귀가하거나 가족에게 알리지 않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확인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종자를 찾더라도 본인이 가족에게 위치를 알리고 싶지 않다며 반발하는 경우도 있다는 게 일선 경찰의 설명이다.

 

부 경장이 이 같은 경험을 토대로 '곧 돌아올 것'이라고 섣불리 판단했거나, 과거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사건을 처리했지만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서 같은 행동을 반복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대목이 있다. 사건을 종결한다고 해서 부 경장이 얻는 직접적인 이익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종자를 찾아낸다고 해서 부 경장의 개인 실적으로 크게 연결되는 구조도 아니고, 사건이 유지된다고 해서 부 경장 혼자 계속 수색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실제 장씨 사건에서도 현장 수색을 맡은 것은 한림파출소 경찰관들이었다. 부 경장은 신고를 종결하면서 자신이 직접 해야 할 대규모 현장 수색을 피한 것도 아니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단순히 '일하기 싫어서'라는 설명만으로 두 사건의 허위 종결 의혹을 모두 설명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원래 그렇게 처리했다?” ... 개인 일탈 아닌 잘못된 관행 가능성도=부 경장의 행동을 둘러싸고 또 하나 확인해야 할 대목이 있다. 부 경장이 과거 근무했던 곳에서도 실종신고를 비슷한 방식으로 처리해왔다는 이야기가 경찰 안팎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관계자들에 따르면 부 경장이 과거 근무했던 근무지에서는 실종자의 안전 여부를 직접 확인하기보다 연락이 닿았다는 취지로 처리하거나 비교적 쉽게 사건을 종결하는 사례가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부 경장이 장씨 사건에서 갑자기 이례적인 행동을 한 것이 아니라 이전부터 해오던 방식대로 사건을 처리했을 가능성도 있다. 과거에는 별다른 문제가 드러나지 않다가 장씨와 6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뒤늦게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과거 근무지에서도 실제 이런 사건 처리가 반복됐는지, 다른 경찰관들도 유사한 방식으로 처리했는지는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사실로 확인된다면 이번 사건은 부 경장 개인의 일탈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워진다. '부 경장이 왜 그랬느냐'를 넘어 잘못된 사건 처리 방식이 일선에서 관행처럼 이어져 온 것은 아닌지까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 가정폭력 신고에 ... 최근 여자화장실 침입 수사까지=부 경장이 실종사건 허위 종결 의혹과 별개로 과거에도 경찰 내부 징계를 받거나 다른 사건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점도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부 경장은 2023년 가정폭력 신고와 관련해 경찰 내부 징계위원회에 넘겨져 '불문경고'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불문경고는 징계위원회가 징계 사유는 인정하면서도 정상 등을 참작해 정식 징계 처분을 하지 않고 경고하는 조치다.

 

또 부 경장은 지난달 여자화장실에 들어갔다가 적발돼 성적 목적을 위한 다중이용장소 침입 혐의로 별도의 수사를 받고 있다. 

 

다만 가정폭력 신고와 여자화장실 침입 혐의는 이번 실종사건 허위 종결 의혹과는 별개의 사안인 만큼 이를 직접적인 동기나 원인으로 연결할 근거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현직 경찰관인 부 경장이 과거 내부 징계 대상에 올랐고, 최근 또 다른 형사사건의 수사 대상이 된 상황에서 실종사건 허위 종결 의혹까지 불거졌다는 점에서 경찰의 내부 관리·감독이 적절했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부 경장의 과거 징계와 수사 사실이 근무평정이나 업무 배치 과정에서 어떻게 관리됐는지, 실종사건을 담당하는 업무를 계속 맡기는 과정에서 별도의 관리나 점검이 있었는지도 살펴볼 대목이다.

 

왜 하필 야간 당직 때? ... 사건 처리 패턴도 규명해야=두 사건에는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모두 부 경장이 야간 당직 근무를 하던 중 신고가 접수됐고 수시간 만에 종결됐다는 점이다. 장씨 사건은 신고 접수 약 2시간30분 만에, 60대 남성 사건은 약 5시간30분 만에 끝났다.

 

경찰은 부 경장이 담당했던 다른 실종사건의 처리 과정도 들여다보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확인해야 할 것은 단순히 허위 종결 사례가 몇 건 더 있었느냐만이 아니다.

 

의심되는 사건들이 특정 시간대나 당직 근무 때 집중됐는지, 신고 접수 후 종결까지 걸린 시간은 어느 정도였는지, 비슷한 종결 사유와 코드가 반복적으로 사용됐는지 등을 비교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패턴이 확인된다면 부 경장의 행동이 개별 사건에서 발생한 일회성 판단인지, 반복적으로 이어진 사건 처리 방식이었는지를 가늠할 단서가 될 수 있다.

 

경찰 내부에서도 "이해 안 돼" ... 결국 남는 질문은 '왜'=현재까지 드러난 내용만으로 부 경장의 정확한 동기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성인 실종자는 별다른 사고 없이 돌아올 것이라는 안이한 판단이었을 수도 있고, 사건을 빨리 끝내려는 편의적인 업무 처리였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처음에는 한두 차례 임의로 사건을 종결했다가 문제가 발생하지 않자 같은 방식을 반복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대로 현재까지 알려지지 않은 다른 이유가 있는지도 수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경찰 내부에서도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경찰 수사 부서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부 경장의 행동을 두고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 "왜 사건을 임의로 처리했는지 궁금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더구나 부 경장은 구속된 이후에도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경찰 수사가 밝혀야 할 것은 '허위 종결이 있었느냐'에 그치지 않는다. 실종자와 연락하지 않았다면 왜 연락했다고 했는지, 왜 신고를 종결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시스템 관리 목록에서까지 자료를 삭제했는지, 왜 비슷한 처리가 다른 실종사건에서도 반복됐는지를 밝혀야 한다.

 

그리고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 남는다.

 

'아무런 실익도 없어 보이는 일을 부 경장은 도대체 왜 반복했나.'

 

허위 종결의 횟수를 밝히는 것만큼이나 그 이유를 규명하는 것이 이번 수사의 핵심이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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