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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목맴 가능성 제시한 경찰 ... 판단 근거·재현실험 검증 필요

 

실종 104일 만에 제주 한 야자수 농장에서 숨진 채 발견된 장미란씨(37)의 사망 경위를 둘러싼 의문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경찰은 장씨의 시신이 발견된 직후부터 '목맴 가능성'을 제시하며 범죄 피해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그러나 국가수사본부가 31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부검 결과에 대해 "부패로 인해 사인이 불명하다"고 밝히면서 경찰이 어떤 근거로 초기부터 범죄 피해 가능성을 낮게 판단했는지를 두고 의문이 제기된다.

 

여기에 경찰은 논란이 된 야자수가 실제 사람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직접 재현 실험까지 실시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실험 과정이나 영상, 사진 등 객관적인 자료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특히 고평기 제주경찰청장이 지난 27일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단 한 점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하고, 그 결과도 어떠한 숨김이 없이 공개하겠다"고 밝힌 만큼 재현 실험의 과정과 근거도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목맴 가능성'에서 '사인 불명'으로 ... 달라진 경찰 설명=제주경찰청은 장씨의 시신이 발견된 이후 부검의 구두소견과 현장 상황 등을 토대로 목을 매 숨졌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발견 당시 소지품과 팔찌, 반지 등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옷차림에서도 범죄와 관련된 특이사항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범죄 피해 가능성도 낮게 봤다.

 

지난 27일 공개된 국과수 부검 감정서 일부에서도 법의관은 장씨의 사인으로 '목맴(의사)의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국과수는 동시에 장씨의 시신이 고도로 부패하고 부분적으로 백골화돼 정확한 사인을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명시했다.

 

국과수는 장씨의 머리뼈와 목뼈, 몸통 등에서 특이 골절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목뿔뼈 일부에서는 골절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도 부패 및 부분 백골화로 외상, 질식 등을 논하기 어려우며 사후 부패 과정에서 동반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국과수가 내놓은 결론은 '목맴사로 확인됐다'가 아니라 목맴 가능성을 하나의 가능성으로 고려할 수 있다는 수준이었다.

 

31일 국가수사본부의 설명은 더욱 분명했다.

 

홍석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장씨의 사인에 대해 "국과수 부검 결과는 정확하게 현재 원인으로는 부패로 인해 사인이 불명하다 정도"라고 밝혔다.

 

이어 "무엇이 진실인지 밝히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계속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인이 '불명'이고 고도 부패로 외상이나 질식 여부조차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경찰이 장씨 발견 직후부터 범죄 피해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을 반복적으로 공개한 근거가 무엇이었는지 설명할 필요가 있다.

 

'목맴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다'는 법의학적 의견과 목맴사로 단정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야자수가 사람 무게 견딘다" ... 경찰 실험, 어떻게 했나=또 하나의 쟁점은 경찰이 직접 실시했다는 야자수 재현 실험이다.

 

장씨가 발견된 장소에 있는 카나리아야자수의 줄기나 가지가 사람의 체중을 실제로 지탱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되자 경찰은 29일 현장에서 직접 확인에 나섰다.

 

경찰은 야자수 줄기를 직접 당겨보는 등 강도를 확인했고, 이후 장씨의 신체 조건 등을 고려한 재현을 통해 야자수 상단부가 사람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직접 실험해보니 가능했다'는 설명만으로 의문이 모두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야자수를 대상으로 했는지, 실제 장씨가 발견된 야자수와 동일한 나무였는지, 어느 높이와 부위에 얼마의 하중을 어떤 방식으로 가했는지 등 실험 결과를 판단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건은 알려지지 않았다.

 

목맴 상황을 어떻게 재현했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어떤 종류와 굵기의 줄을 사용했는지, 줄을 어느 지점에 어떤 방식으로 고정했는지, 실제 현장에서 확인된 줄이나 매듭 상태와 같은 조건을 적용했는지도 검증해야 할 부분이다.

 

특히 장씨의 사망 시점이 야간으로 추정된다면 당시와 비슷한 환경에서 해당 장소로 들어가 야자수에 줄을 설치하는 일련의 과정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결국 야자수가 사람의 체중을 견딜 수 있다는 사실과 장씨가 실제 해당 야자수를 이용해 목을 맸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숨김없이 공개하겠다"던 제주경찰 ... 재현 영상은?=이 때문에 고평기 제주경찰청장이 지난 27일 밝힌 대국민 약속도 다시 주목된다.

 

고 청장은 장씨 실종신고 허위 종결 사건과 관련해 "제주 치안을 책임지고 있는 청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결코 있어서는 안 될 경찰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큰 실망과 불안을 느끼셨을 도민과 국민 여러분께도 고개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행방을 알 수 없는 소중한 사람을 찾아내 안전하게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며,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면서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단 한 점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하고, 그 결과도 어떠한 숨김이 없이 공개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경찰이 장씨의 사망 경위를 설명하는 근거 가운데 하나로 제시한 재현 실험 역시 가능한 범위에서 공개할 필요가 있다.

 

경찰이 실제 사람의 체중을 고려한 재현 실험까지 실시했다면 당시 촬영한 영상이나 사진, 실험 방법과 조건 등을 제시하는 것도 방법이다. 공개하기 어려운 내용이 있다면 그 이유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히 경찰의 실험 결과를 불신하자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최초 실종신고가 허위로 종결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미 경찰에 대한 신뢰가 크게 흔들린 상황이다. 더욱이 국가수사본부가 장씨의 정확한 사인을 '불명'이라고 밝히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겠다고 한 만큼 경찰이 앞서 제시한 '목맴 가능성' 역시 객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고 청장은 "단 한 점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하고 그 결과도 어떠한 숨김이 없이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대로라면 '목맴이 가능했다'는 결론에 그칠 것이 아니라 어떻게, 어떤 조건에서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는지를 객관적인 자료와 함께 제시해야 한다.

 

경찰의 판단을 국민에게 믿어달라고 요구하기에 앞서 국민이 그 판단을 납득할 수 있는 근거를 보여주는 것이 '숨김없이 공개하겠다'는 약속에 부합한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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