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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세화포구·표선 고교생 이어 장씨 사건까지 ... 커지는 추측과 불신

 

제주에서 30대 여성 장모씨가 실종 104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을 둘러싼 의문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장씨의 실종 신고를 담당했던 경찰관이 사건을 허위로 종결한 사실이 드러난 데 이어 시신이 마지막 행적이 확인된 곳에서 멀지 않은 야자수 농장에서 발견되면서다.

 

경찰은 시신 발견 초기 범죄 피해 가능성이 낮고 목맴에 의한 사망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공식 감정 결과는 '부패로 인해 사인 불명'이었다. 다만 목맴 가능성은 배제되지 않았다. 경찰은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사건을 둘러싼 의문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이른바 '제주 괴담'까지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제주에서 실종자의 마지막 행적과 시신 발견 장소, 사망 경위 등을 둘러싸고 각종 의문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세화에서 사라져 가파도에서 발견 ... 2018년에도 남았던 의문=8년 전인 2018년 여름에도 제주에서는 한 여성의 실종 사건이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다.

 

그해 7월25일 밤 제주시 구좌읍 세화포구에서 가족과 캠핑하던 30대 여성 최모씨가 사라졌다. 최씨의 마지막 모습은 이날 오후 11시5분쯤 세화포구 인근 편의점 폐쇄회로(CC)TV에 담겼지만 이후 행방은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과 해경은 세화포구와 주변 연안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수색을 벌였지만 최씨는 실종 일주일 만인 8월1일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발견됐다. 세화포구에서 제주섬 정반대편에 가까운 서귀포시 가파도 서쪽 약 1.5㎞ 해상이었다. 세화포구에서 해안선을 따라 100㎞ 이상 떨어진 곳이다.

 

당시에도 세화포구에서 실족했다면 시신이 어떻게 제주섬 반대편까지 이동했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일부 해양 전문가들도 일반적인 해류 흐름 등을 고려할 때 이동 경로를 쉽게 설명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다.

 

경찰은 태풍과 복잡한 해류 등 여러 변수가 작용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당시 경찰 역시 "실종 지점 정반대편에서 시신이 발견된 것에 대해 의문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동 경로 등을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신에서 범죄 피해를 의심할 만한 뚜렷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고 경찰은 실족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하지만 예상 밖의 장소에서 시신이 발견되면서 온라인에서는 각종 타살설과 괴담이 쏟아졌다.

 

◆사라진 고교생, 나흘 뒤 바다에서 발견=이듬해인 2019년 여름에도 제주에서 실종 사건이 발생했다.

 

7월29일 오후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에서 당시 17세였던 고교생 유모군이 집을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CCTV에는 유군이 성읍리에서 표선 방향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차례로 담겼고, 마지막 행적은 이날 오후 8시55분쯤 표선 해비치호텔 앞에서 확인됐다.

 

경찰은 공개수사로 전환했고 경찰과 교육청, 행정기관 등 수백 명이 수색에 투입됐다. 유군은 실종 나흘 만인 8월1일 표선해수욕장 해상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유군이 옷을 입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해경은 조류에 휩쓸리는 과정에서 옷이 벗겨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시신을 육안으로 확인했을 때 별다른 외상이 없었고 범죄 연루 가능성을 보여주는 특이점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수사기관이 범죄 가능성을 뒷받침할 만한 정황을 확인하지 못했지만 실종부터 발견까지의 과정에서 나타난 일부 정황은 여러 추측으로 이어졌다.

 

 

◆다시 등장한 '제주 실종 괴담'=그리고 2026년 제주에서는 다시 한 번 실종 사건을 둘러싼 의문이 제기됐다. 이번 사건은 과거 사례들과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단순히 설명하기 어려운 정황이 남은 것을 넘어 경찰의 실종 신고 처리 과정에서 실제 문제가 확인됐다는 점이다.

 

지난 5월 장씨의 실종 신고를 접수한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 모 경장은 실제 장씨와 연락하지 않았음에도 연락이 닿은 것처럼 신고자에게 설명하고 사건을 종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 결과 실종 초기 이뤄졌어야 할 수색과 후속 조치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장씨는 결국 실종 104일 만에 제주시 한림읍의 한 야자수 농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장기간 방치되면서 시신이 심하게 부패해 국과수 감정에서도 정확한 사인을 확인하지 못했다.

 

더욱이 실종 초기 수사가 제대로 시작됐다면 확보할 수 있었을 CCTV 영상과 112 신고 녹취 등 상당수 자료도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졌다. 의문을 풀어야 할 시간이 오히려 의문을 키운 셈이다.

 

◆사실과 괴담 사이 ... 빈틈을 채우는 것은 '추측'=제주의 과거 실종 사건들을 모두 하나의 흐름으로 묶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세화포구 사건과 표선 고교생 사건, 장씨 사건은 발생 장소와 상황은 물론 수사 결과도 서로 다르며 이들 사건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고 볼 만한 근거도 없다. 특히 수사기관이 범죄 연루 정황을 확인하지 못한 사건을 단순히 '의문사'나 '미제사건'으로 규정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

 

그럼에도 공통점은 있다. 사람이 사라진 뒤 일정 시간이 지나 예상하지 못했던 장소나 상황에서 발견됐고, 그 사이의 행적을 완벽하게 설명할 정보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설명되지 않은 부분은 결국 사람들의 추측으로 채워졌다.

 

특히 장씨 사건에서는 경찰관의 허위 사건 종결이라는 문제가 실제로 드러났다. 경찰의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는 사실이 확인된 상황에서 이후 수사기관이 내놓는 설명까지 시민들이 그대로 신뢰하기 어려워지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여기에 시신 발견 직후 경찰이 범죄 피해 가능성을 낮게 평가한 것과 달리 국과수 감정 결과 정확한 사인이 '불명'으로 나오면서 불신은 더욱 커졌다. 경찰은 기존 판단을 번복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괴담을 없애는 방법은 '괴담 단속'이 아니다=최근 제주를 둘러싸고 확산하는 괴담 가운데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이다. 근거 없는 연쇄살인설이나 납치설 등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가 온라인에서 확대 재생산되는 것은 분명 경계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괴담을 단순히 '가짜뉴스'로 규정하고 차단하는 것만으로 시민들의 의문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필요한 것은 확인된 사실과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수사기관이 판단의 근거를 가능한 범위에서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다.

 

특히 장씨 사건은 경찰의 허위 종결로 사건 규명에 필요한 결정적인 시간을 잃었다. 그 결과 장씨가 실종된 뒤 어디로 이동했는지, 언제 숨졌는지, 어떤 경위로 야자수 농장에 들어갔는지 등 핵심 질문 가운데 상당 부분이 여전히 남아 있다.

 

범죄분석 전문가인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경찰 내부의 자체적인 조사만으로는 이번 사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외부 검증 필요성을 강조했다.

 

배 교수는 지난달 31일 "실종 사건에 대한 전반적인 외부 기관 등 제3의 기관이 참여할 수 있는 전반적인 시스템 마련이 우선이며 그런 바탕 위에서 이번 경찰의 실종사건 전수조사를 제3의 기관이나 위원회가 검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배 교수는 이번 사태가 불거진 직후에도 경찰의 실종사건 처리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지난달 26일 cpbc 라디오 '김준일의 시사천국'에서 "언젠간 터질 일이었다"며 "경찰의 수사 시스템 자체가 투명하지 않고 수사관의 전문성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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