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의료 환경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도내 출생아 4명 중 1명의 분만을 담당했던 산부인과가 문을 닫은 데 이어 고위험 임산부를 책임지는 제주대병원마저 연말까지 산과 전문의 1명으로 버텨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제주대병원에서 고위험 임신과 분만을 담당하는 산과 교수는 모두 3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이 현재 휴직 중인 데 이어 다른 교수 1명도 이달부터 휴직에 들어간다.
결국 올해 연말까지 산과 교수 1명이 고위험 임산부 진료와 분만을 사실상 책임져야 한다.
고위험 임산부의 분만과 24시간 응급 당직 체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일반적으로 최소 4~6명의 전문의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주대병원은 기존 3명 체제에서도 충분하다고 보기 어려웠는데 일시적으로나마 1명까지 줄어드는 것이다.
도내에서 분만을 맡을 수 있는 의료기관 자체도 많지 않다.
제주지역 6개 종합병원 가운데 일반 분만이 가능한 곳은 제주대학교병원과 제주한라병원, 서귀포의료원 등 3곳이다. 제주한라병원 역시 의료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기존 환자를 중심으로 제한적인 분만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제주도청 홈페이지 민원게시판에는 이러한 현실을 보여주는 임산부의 사연도 올라왔다.
쌍둥이를 임신한 한 임산부가 제주대병원에 진료를 문의했지만 "올해는 예약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아 서울과 부산의 대학병원을 알아보고 있다는 내용이다.
제주에서 치료받지 못한 고위험 임산부가 바다를 건너 육지 병원으로 향하는 일도 이미 반복되고 있다.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2023년부터 올해 8월 25일까지 소방헬기를 이용해 다른 지역 병원으로 이송된 고위험 임산부는 모두 49명이다.
긴급 이송 과정에서 출산까지 이뤄진 사례도 있다.
올해 1월에는 조기 양막 파열로 육지 병원 이송이 결정된 임산부가 창원으로 향하던 소방헬기 안에서 아기를 낳았다. 지난 6월에는 세쌍둥이 임산부가 대구로 이송됐고, 8월에는 임신 24주 임산부가 부산으로 옮겨졌다.
제주의 열악한 분만 의료 환경을 보여주는 지표도 있다.
통계청 사망원인통계를 분석한 결과 최근 10년간(2014~2023년) 제주지역 모성 사망비는 출생아 10만 명당 17.6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서울 8.4명과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제주도와 제주대병원은 당장 발생할 수 있는 진료 공백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산과 교수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부인과 교수들이 야간 당직에 참여하고 있으며 서울대병원에서도 매달 의료진이 파견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대병원은 이번 인력 감소가 장기적인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제주대병원 관계자는 "장기 휴직이 아닌 일시적인 공백으로 내년부터 다시 3명 체제로 정상화될 예정"이라며 "인력이 줄어드는 기간에는 전체 환자의 약 70%를 차지하는 고위험 임산부를 우선적으로 수용하고 일반 진료 비중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기존 3명 체제조차 고위험 분만과 24시간 응급진료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에는 빠듯했던 만큼 의료진이 복귀하는 것만으로 제주지역 분만 의료의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민간 분만 의료기관 감소와 종합병원의 인력난이 동시에 이어질 경우 특정 병원에 고위험 임산부가 집중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제주대병원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산과 의사가 부족한 상황에 섬이라는 제주의 지리적 여건까지 겹쳐 병원이나 행정의 의지만으로 의료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제주대병원과 지속적으로 협의하면서 산과와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 의료인력이 확충될 수 있도록 지원 방안을 함께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