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 126도 38분, 북위 33도 55분에 위치한 섬에 대한 관할 권한이 청구인에게 있음을 확인한다.”
2008년 12월 26일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가 선고한 ‘북제주군과 완도군 등 간의 권한쟁의’ 사건(2005헌라11)의 주문이다. 판결문에 적시된 섬은 제주도와 전남 완도군이 관할권을 놓고 다퉈온 사수도다.
제주에서는 사수도(제주시 추자면 예초리 산 121번지), 완도에서는 장수도(완도군 소안면 당사리 산 26번지)로 불린 이 섬에 대해 헌재는 제주도의 관할 권한을 인정했다. 섬 자체의 행정 관할권을 둘러싼 법적 판단은 이미 17년 전에 내려진 셈이다.
하지만 사수도 주변 해역의 경계는 여전히 확정되지 않았다. 최근 대규모 추자해상풍력 사업과 풍황계측기 설치를 계기로 제주도와 전남의 갈등이 다시 헌법재판소로 향하면서 24조원 규모의 사업까지 안갯속에 빠졌다.
11일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제주도 등에 따르면 정부는 2040년까지 국내 전력 수요와 발전설비 구성을 결정할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올해 말 수립할 예정이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 간 해상 경계 분쟁이 진행 중인 해역을 정부 주도의 해상풍력 보급계획과 예비지구 지정 대상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사수도 인근에서 추진되는 추자해상풍력 사업도 정부 계획 반영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쟁점은 사수도의 행정 관할권이 아닌 주변 바다의 경계다. 2008년 헌재가 사수도에 대한 제주도의 관할 권한을 인정했지만, 해당 결정만으로 주변 해역 전체의 경계까지 확정됐다고 볼 수 있는지는 별도의 법적 판단이 필요하다.
분쟁은 2023년 4월 노르웨이 국영 에너지기업 에퀴노르가 사수도 인근 해역에 풍황계측기를 설치하기 위해 완도군에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를 신청하면서 다시 불붙었다. 완도군이 이를 승인하자 제주도는 허가 구역이 제주 관할 해역을 침범했다며 같은 해 6월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반대 상황도 벌어졌다. 제주도가 사수도 인근 해역에 풍황계측기 설치를 위한 공유수면 점·사용을 허가하자 완도군 역시 관할권을 침해당했다며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전남도와 완도군은 제주도가 추진하는 ‘추자 해상풍력발전 공모사업’의 중단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추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헌재의 판단이 언제 내려질지 기약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제주도는 당초 권한쟁의심판 결과가 나오기까지 2~3년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사건 심리가 지연되면서 선고 시점을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제주도 법무담당관실 관계자는 “권한쟁의심판 결과가 나오기까지 당초 2~3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며 “탄핵 정국 이후 헌법불합치와 위헌 여부를 가리는 사건들이 이어지면서 헌재의 심리와 선고가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상 경계 분쟁은 여러 지방자치단체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판단이 더욱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사수도 분쟁은 추자해상풍력에서 생산한 전력을 육지로 보내는 계획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제주 본섬의 한정된 전력 수요로는 발전량을 모두 수용하기 어려워 전남 해역을 거쳐 국가 전력망에 직접 연결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지만, 해저케이블 통과 구간이 사수도 일대 분쟁 해역과 겹치기 때문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제주 본섬에 전력을 공급하지 않고 전남 해역을 통해 국가 전력망으로 연결하는 계획도 추진하기 어려워졌다”며 “해저케이블 통과 구간이 사수도 일대 분쟁 해역과 겹친다”고 설명했다.
추자해상풍력은 제주도가 2035년 탄소중립 달성과 대규모 재생에너지 확보를 위해 추진하는 핵심 사업이다. 원전 2기의 발전용량과 맞먹는 2.37GW 규모의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총사업비는 약 24조원이다. 상업운전 목표 시점은 2035년이다.
위성곤 제주지사는 지난 4일 제주도의회 도정질문에서 “추자해상풍력에서 생산한 전력을 제주 본섬에서 모두 소화하기는 어렵다”며 “재생에너지 과잉 공급과 출력제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남을 거쳐 국가 전력망에 직접 접속하는 방식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