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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앞두고 이어지는 제주만의 ‘모둠벌초’ ... 흩어진 가족 다시 한자리에

 

추석이 가까워지면 제주 중산간과 마을 공동묘지에서는 예초기 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무성하게 자란 풀을 베고 묘 주변을 정리하는 사람들. 제주에서 이맘때면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그런데 잠깐만요!!

 

추석 연휴도 아닌데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만나러 오는 것도, 조금 이른 추석 연휴를 보내러 오는 것도 아닙니다.

 

“벌초하러 제주 갑니다.”

 

 

제주를 떠나 서울과 경기, 부산 등 다른 지역에서 생활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해마다 벌초철이 되면 고향 제주를 찾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명절에는 사정이 생겨 고향을 찾지 못하더라도 벌초만큼은 빠뜨리지 않으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다른 지역에서도 추석을 앞두고 조상의 묘를 정리하는 벌초를 하지만 제주에서 벌초는 조금 특별합니다.

 

제주에서는 오래전부터 문중과 친척들이 함께 모여 조상의 묘를 찾아 풀을 베는 벌초 문화가 이어져 왔습니다. 특히 집안마다 날짜를 정해 친척들이 함께 조상의 묘를 돌보는 '모둠벌초'는 제주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풍경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날만큼은 제주에 사는 가족뿐만 아니라 육지에서 생활하는 친척들도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아침 일찍 예초기와 낫, 장갑을 챙겨 들고 묘소로 향합니다. 한 사람이 예초기를 돌리면 다른 사람은 잘린 풀을 걷어내고, 또 다른 사람은 묘 주변을 정리합니다. 그렇게 한 묘, 두 묘를 지나 집안 조상들의 묘를 차례로 찾아갑니다.

 

벌초가 끝나면 가족과 친척들이 둘러앉아 음식을 나눠 먹기도 합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의 안부를 묻고 집안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그래서 제주에서 벌초는 단순히 '묘의 풀을 베는 일'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흩어져 살던 가족들이 다시 만나는 날이자 조상을 기억하고, 서로가 한 집안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제주에서는 예부터 벌초를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추석 차례에 참석하지 못하는 것보다 벌초에 빠지는 것을 더 크게 여겼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입니다.

 

시대가 달라지면서 벌초 풍경도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가족과 친척들이 직접 예초기를 들고 묘를 찾던 모습 대신 벌초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늘었고, 고령화와 타지역 거주 등의 이유로 예전처럼 많은 친척이 한자리에 모이기 어려워졌습니다.

 

산담 안을 가득 메운 풀을 베는 일이 만만치 않은 데다 묘소가 제주 곳곳에 흩어져 있는 집안은 하루 종일 여러 지역을 오가기도 합니다.

 

그래도 추석을 앞둔 제주에서는 여전히 예초기 소리가 들립니다. 평소에는 조용했던 공동묘지와 중산간 곳곳에 사람들이 모이고, 육지에서 제주로 돌아온 가족들이 함께 조상의 묘를 찾아갑니다.

 

누군가에게 제주행 비행기는 여행을 떠나는 비행기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추석을 맞아 고향으로 돌아가는 귀성길입니다. 하지만 이맘때 제주행 비행기에 오르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벌초입니다.

 

명절보다 먼저 고향을 찾게 만드는 날. 세대가 바뀌고 가족의 모습도 달라지고 있지만, 해마다 추석을 앞두고 제주 곳곳에서 들리는 예초기 소리는 제주 사람들에게 벌초가 단순한 묘지 정리를 넘어 하나의 가족문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올해도 추석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혹시 이번 주말 제주행 비행기에서 작업복 차림에 장갑과 모자를 챙긴 사람들을 만난다면, 여행객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벌초하러 제주 갑니다.”

 

제주에서는 그렇게 명절보다 먼저 고향을 찾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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