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기운이 완연한 지금, 오늘 하루는 다섯 날을 쉼 없이 산 당신을 위한 시간입니다. 여유로운 주말, 시 한 편의 여유를 선사합니다. 당신의 주말을 위하여. 매주말 허유미 시인이 전하는 '잠시의 여유'를 전합니다. [편집자 주] 물회 허유미 통영, 포항, 흑산, 강릉 제주 해녀 원정 물질 지난 자리마다 물회가 남아 있다 한 패*에 열 명, 스무 명 너벅선 여러 척 바다에 띄우고 해녀 마을을 짓고 살았다 보름을 한 번 보았고 보름을 두 번 넘겼다 바다는 어디서나 차갑고 깊고 해삼은 미끄덩 손가락 사이로 삶을 빠져나갔다 밤에 누웠던 자리는 점심밥상 자리가 되었다 빗물통에 받아 둔 물에 날된장 풀고 갓 잡은 전복과 멍게로 물회를 해 먹으면 숨을 오래 참는 기술, 어디서든 통했다 너벅선이 흔들리지 않는 날은 없었다 흔들리면 중심이 보이고 흔들려야 여무는 것들이 있다 물회 그릇도, 눈물도 한껏 넘쳤다 날된장이 없으면 숟가락으로 바다를 푼다 물에서 목으로, 다시 삶으로 바다가 돌아왔다 *무리를 세는 단위 음식의 기원을 안다는 건 단순히 어디서 처음 만들어졌나를 찾는 것은 아니다. 한 음식 안에는 이동, 노동, 기후, 가난과 풍요, 사람들의 삶이 함께 들어 있기 때문이다
봄 기운이 완연한 지금, 오늘 하루는 다섯 날을 쉼 없이 산 당신을 위한 시간입니다. 여유로운 주말, 시 한 편의 여유를 선사합니다. 당신의 주말을 위하여. 매주말 허유미 시인이 전하는 '잠시의 여유'를 전합니다. [편집자 주] 재활용 허유미 코 풀린 스타킹은 생선 엮을 때 낡은 가방은 보말 캐서 담고 클레이는 물에 들 때 귀마개로 페트병 한 아름 모아 동생 튜브 만들어도 낯선 이방인처럼 끝없이 밀려오는 쓰레기들 종일 단내 나던 바다는 어둡고 꿈에서만 환하다 6월 5일은 환경의 날입니다. 바닷가 마을 사람들은 쓸 만한 것은 쉽게 버리지 않고, 한 번 더 손을 거쳐 다른 쓸모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종종 봅니다. 자연과 가까운 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에게 익숙한 일처럼 보였습니다. 검소함만이 아니라 생활이 지혜가 담겨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요즘 환경보호를 말하는 목소리는 많아졌지만, 생활은 오히려 더 빠르고 소비적으로 되었습니다. 그런 시대라서인지 ‘페트병 한 아름 모아 동생 튜브' 만드는 모습을 보았을 때 서로를 챙기는 마음이 담겨 따뜻하고 정겨움이 느껴졌습니다. 바닷가 마을 사람들은 바다를 단순한 풍경처럼 바라보지 않습니다. 늘 곁에서 함께 살아온 존재처럼, 가족
봄 기운이 완연한 지금, 오늘 하루는 다섯 날을 쉼 없이 산 당신을 위한 시간입니다. 여유로운 주말, 시 한 편의 여유를 선사합니다. 당신의 주말을 위하여. 매주말 허유미 시인이 전하는 '잠시의 여유'를 전합니다. [편집자 주] 비양도 허유미 숨과 숨이 마주치는 시간을 파도라 하자 너에게로 달려가면 나에게로 도착하는 곳 우리는 지도에 나오지 않는 섬처럼 서로 바라보아야만 말을 들을 수 있고 서로의 연두가 보이고 서로 등을 만져보고 싶어 하고 서로 울음을 안아 저녁을 만들고 돌아갈 방향을 잃으면 가슴에 민들레가 피고 바람과 동음으로 노래를 부르면 별은 반짝이고 섬에서 섬을 본다. 파도가 나에게로 오는 건지, 파도가 가는 건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제주에서 비양도를 바라보고 있으면 사람의 마음도 저렇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까이 있는 듯하지만 쉽게 닿을 수 없고,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아도 오래 바라보게 만드는 존재. 섬은 외로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서로 떨어져 있어도 더 애틋하게 바라보게 되는 존재이기도 하다. ‘지도에 나오지 않는 섬처럼’ 사람의 마음에도 쉽게 닿을 수 없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바라보기를 멈추지 않을 때 비로소 서로의 숨결과 슬픔, 아직
봄 기운이 완연한 지금, 오늘 하루는 다섯 날을 쉼 없이 산 당신을 위한 시간입니다. 여유로운 주말, 시 한 편의 여유를 선사합니다. 당신의 주말을 위하여. 매주말 허유미 시인이 전하는 '잠시의 여유'를 전합니다. [편집자 주] 눈물 한 방울 허유미 바다는 해녀의 거대한 눈물 한 방울이라서 파도는 눈물 한 방울의 흔들거리는 몸짓이어서 눈물 한 방울이 섬을 꼭 안고 있어서 우리는 해 질 녘이면 눈물 젖은 몸으로 가족의 이마를 만져 주어서 노래를 부르고 있어서 별은 눈물의 깊이를 알고 있어서 바다에서 사뭇 반짝이고 눈물에 가라앉은 숨비소리는 찬 바람을 모으고 있어서 바다가 바람보다 커서 눈물의 온기로 섬이 잠들어서 발아래 훌쩍훌쩍 물결치는 밤이어도 우리는 등대처럼 서로의 어두운 얼굴을 거대한 눈물 한 방울로 감싸고 있네 새벽에 나가 바다에서 하루를 다 쓰고 집에 돌아온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온기가 있다. 그 온기가 온 집안을 안고 섬을 안으면 우리는 어느새 해 질 녘이 된다. 멀리 파도 소리가 들린다. 철썩철썩이던 파도가 훌쩍훌쩍 들릴 때 엄마는 가족의 이마를 한 번씩 쓸어주고 있었다. 고단한 노래를 대신 부르듯. 물에 깊이 든 날은 별이 유난히 반짝였다. 한
봄 기운이 완연한 지금, 오늘 하루는 다섯 날을 쉼 없이 산 당신을 위한 시간입니다. 여유로운 주말, 시 한 편의 여유를 선사합니다. 당신의 주말을 위하여. 매주말 허유미 시인이 전하는 '잠시의 여유'를 전합니다. [편집자 주] 소라 맛 보려면 허유미 소라 맛을 보러왔다가 술 한 잔 먹고 소라 몇 번 씹고 소라 맛 좋네 하는 손님에게 엄마는 말했다 고추 맛을 보려면 수백 개의 해와 수백 개의 달과 수만 개의 빗방울을 생각한 다음에야 아삭한 고추 맛을 아는데 소라 맛을 보려면 마라도 끝에서부터 오는 물살과 수십 번의 숨비소리를 생각한 다음 먹어야 소라의 고소함을 알 수 있어요 아주메 소라 맛 알다가 세월 끝나면 어쩌요 소라 잡다 세월 끝나는 사람도 있으니 소라 맛 알다 세월 끝나는 사람도 있어야지요 소라 팔며 자식 키우다 세월 끝나는 부모가 있으면 부모 맘 알려고 세월 끝나는 자식도 있을 테고요 오늘 먹은 소라가 세월 끝 바라보는 여든 할머니가 잡은 소라예요 나를 힐끔 돌아보지 않고 해녀 식당 지붕 들썩이도록 큰 소리로 말한다 소설 동백꽃에서 점순이는 소년에게 “느그 집에 이거 없지” 생색을 내며 봄감자를 내민다. 봄감자가 맛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나는 오늘
봄 기운이 완연한 지금, 오늘 하루는 다섯 날을 쉼 없이 산 당신을 위한 시간입니다. 여유로운 주말, 시 한 편의 여유를 선사합니다. 당신의 주말을 위하여. 매주말 허유미 시인이 전하는 '잠시의 여유'를 전합니다. [편집자 주] 인어공주 허유미 아무래도 우리 할머니 인어 같아 허리 아파서 종일 누워 있어 다릿심도 없어 걷지도 못하는데 할아버지가 고무옷 입히고 업어서 바다에 퐁당 빠뜨려 주면 아프던 허리는 어디 갔는지 가파도 근처까지 헤엄치더래 며칠 동안 입을 안 열던 할머니가 바다에만 가면 꽃노래도 부르고 열 길 물속 얘기하느라 할아버지보고 먼저 집에 들어가라 한다네 다른 해녀들 밤 되어 다 집에 가도 할머니는 한참 동안 바다를 바라본대 어제는 아빠랑 할머니 데리러 갔는데 할머니 눈에 그 넓은 바다가 다 들어있어 눈망울이 보름달만큼 커져 있었어 별빛 받은 할머니 얼굴이 소녀 같더라니깐 집으로 돌아와 새근새근 주무시는데 숨소리마다 물거품이 피어올랐어 세 살부터 들어가 놀던 바다에서는 돌아가신 부모 형제 얼굴이며 옛 기억들이 새록새록 되살아나시나 봐 동화책 속 인어 공주가 아닌, 나는 실제 인어 공주를 보았습니다. 여든이 넘은 할머니를 아들과 할아버지가 물가로
새 연재를 시작합니다. 봄 기운이 완연한 지금, 오늘 하루는 다섯 날을 쉼 없이 산 당신을 위한 시간입니다. 여유로운 주말, 시 한 편의 여유를 선사합니다. 당신의 주말을 위하여. 매주말 허유미 시인이 전하는 '잠시의 여유'를 전합니다. [편집자 주] 전복 김밥 - 허유미 김밥 재료가 얼마나 한다고 어제 만화책 사지 말고 김밥 재료 살 걸 이번에 하얀 쌀밥에 오색 구슬처럼 햄, 달걀, 단무지, 시금치, 당근 알알이 들어간 김밥을 싸 준다 해 놓고선 슈퍼 가보니 문 닫을 시간이라 재료가 없었다고 매번 같은 말을 하는 엄마 햄 대신 전복 달걀 대신 문어 단무지 대신 톳 시금치 대신 전복 내장 당근 대신 성게 어제저녁 먹은 반찬 둥글게 말아 놨네 봄 소풍에는 소라 김밥 가을 소풍에는 전복 김밥 도시락 뚜껑을 열면 오색 바다 벌레가 바글바글 모여 있다 한 개도 안 먹고 다 남기고 올 거라고 소리 빽 지르고 도시락을 챙겼는데 아침밥을 안 먹어서 오름 오르느라 허기가 져서 때늦은 더위로 땀이 많이 나서 한 개만 먹어야지 했는데 다 먹었다 올해는 바다 것들 여물*이 실해서 작년보다 더 맛있을 거라더니 정말이네 *‘속’의 제주 방언 어느덧 4월입니다. 봄 소풍의 계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