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악마’들 중에서 두명의 목사는 단연 압권이다. 로이 라퍼티(Roy Laferty·해리 멜링 분)는 정식 신학교육을 받고 안수받은 목회자가 아니지만 사람들은 그를 ‘목사님’이라 부르며 열광한다. 휠체어에 의지하는 사촌인 시어도어와 함께 소외된 지역을 순회하며 부흥회를 여는 풍각쟁이에 가깝다. 영화 속에서 로이는 노컴스티프 교회의 주일 예배에 강연 초청을 받아 거미가 든 유리병을 자신의 머리에 쏟아부어 신앙을 증명하는 퍼포먼스를 벌인다. 신앙의 힘으로 대부분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거미 공포증(Arachnophobia)’을 물리쳤다고 “할렐루야”를 외친다. 사람들은 탄성을 지르며 로이의 할렐루야를 복창한다. 일반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저 곡마단의 막간 쇼 정도일 이 ‘거미 쇼’는 광적인 복음주의에 사로잡힌 노컴스티프 신자들(남부침례교와 오순절 교회)에게는 그야말로 신유와 기적으로 비쳐 열렬한 호응을 이끌어낸다. 로이의 포퍼먼스에 ‘꽂힌’ 고아 소녀 헬렌은 그 자리에서 로이와의 결혼을 결심한다. 로이는 자신이 창안한 ‘거미 쇼’에 맛들였는지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헬렌과의 결혼 후에도 부흥회 약발이 떨어질 만하면 반복한다. 어느 날 결국
우리나라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0.6% 성장했다. 1분기 1.8% 성장률에 이어 2분기에도 한국은행의 5월 전망치(0.2%)를 훌쩍 넘어섰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1분기 3.8%에 이어 2분기 3.7%다. 이로써 올해 연간 3%대 성장률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한은은 오는 8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5월 전망치(2.6%)를 웃도는 3%대로 높여 잡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 경제의 1·2분기 분기 연속 깜짝 성장은 반도체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며 수출액이 급증한 덕분이다. 중동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올라 경기를 압박했는데, 전례 없는 반도체 수출 호조가 이를 상쇄하고도 성장률을 끌어올렸다. 2분기에는 민간소비도 0.4% 증가했다. 이것도 삼성전자가 반도체 초호황 성과를 나누겠다며 고객 구매액의 20%를 온누리상품권으로 지급하자 3조원 넘는 가전제품 소비가 일어난 영향이 컸다. 생산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소득의 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5.6% 급증했다. 1988년 1분기(18.0%) 이후 38년여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원자재 수입 가격이 상대적으로 안정
미국이 겪은 2차 세계대전 중 일본과의 태평양 전쟁 중에서도 참담하기로 가장 유명한 전투가 남태평양 과달카날 전투였다고 한다. 1942~1943년 사이 약 6개월간 남태평양 작은 섬 과달카날 섬과 그 주변 섬들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미군 7000여명과 일본군 약 2만명이 전사했다. 일본군의 피해가 더 ‘악몽적’이었음에도 미국은 자신들이 입은 피해만 악몽처럼 기억하고 있는 전투다. 본래 남의 피해에는 둔감하고 나의 피해는 뼈에 사무친 법이다. 영화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의 주인공 윌러드도 이 전투에 참여해서 ‘지옥과 악마’를 제대로 경험한다. 일본군이 미군 중사를 산 채로 가죽을 벗겨 십자가에 매달아 놓은 끔찍한 현장도 목격한다. 일본군만 악마가 아니라 일본군과 마찬가지로 악마가 돼 일본군을 도륙하는 자신의 동료 미군의 모습도 생생히 목격한다. 과달카날 전투 전사자 7000여명에 포함되지 않고 용케 살아남은 윌러드는 ‘나라 잃은 표정’으로 귀향한다. 귀향길에 오하이오주州 어느 허름한 식당에서 일하는 샬롯을 우연히 목격한다. 한 노숙인이 식당에 구걸하기 위해 들어온다. 식당 주인은 매몰차게 노인을 내쫓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샬롯은 주인 몰래 신문지에 먹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6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올렸다. 2023년 1월 이후 3년 6개월 만의 인상이다. 본격적인 통화 긴축 시대로의 진입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이로써 미국(연 3.50∼3.75%)과의 정책금리 격차는 1.25%포인트에서 1.00%포인트로 좁혀졌다. 물가와 환율 관리, 외국인 투자 유인에는 긍정적 영향이 기대된다. 반면 경제성장과 기업 투자, 내수에는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은이 3년 6개월 만에 긴축으로 통화정책을 선회한 것은 물가안정이 절실한 상황인데 경제 성장세가 개선된다고 판단해서다. 중동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고유가가 물가 를 압박하고 수도권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가 가세하며 금융 불안 우려가 커졌다. 이와 달리 경기는 글로벌 반도체 초호황에 따른 수출 호조로 회복세가 뚜렷해지며 부양 필요성이 줄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2월 2.0%에서 중동전쟁 발발 이후 3월 2.2%, 4월 2.6%로 높아졌다. 특히 5월 3.1%, 6월 3.2%로 두달 연속 3%대를 기록하며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치(2.0%)를 크게 웃돌았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
영화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의 배경 오하이오주州의 몰락한 작은 촌락 ‘노컴스티프’. 마찬가지로 활력을 잃고 쇠락한 웨스트버지니아주의 ‘콜 크릭(Coal Creek·탄광촌)’. 두 곳은 ‘왕년’에 한때 미국 최고의 부를 누리고 미국의 심장이었던 지역들이다. 그러나 1940년대 미국의 ‘전기혁명’을 뒷받침했던 웨스트버지니아의 탄광과 1960년대 미국의 ‘철강혁명’의 심장이었던 오하이오의 철강도시들은 석유의 본격 개발에 이은 철강산업의 쇠퇴로 역사의 뒤안길로 밀려났다. 이 영화는 영화적 장르를 ‘남부 고딕(Southern Gothic)’이라고 못 박고 있다. 문학에서 ‘고딕’이란 단순히 유령이 나오는 괴기담이 아니다. 한 시대를 호령했던 역사의 주인이 몰락해 가는 현실 속에서도 자신의 옛 영광을 잊지 못한 채 먼지 쌓인 대저택 안에서 무기력하게 고사枯死해가는 음산하고도 기괴한 풍경을 의미한다. 지금은 ‘러스트 벨트’로 통칭되는 영화에 등장하는 오하이오의 쇠락한 공장지대와 버려진 탄광지대에 남아 살아가는 영화 속 인물들은 여전히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외부에 대한 경계와 폐쇄성 속에서 기적을 향한 광적인 기도에만 매달린 채 고사해가고 있다. 콜 크릭 마을의 목사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89조4000억원은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놀라운 기록이다. 시가총액 글로벌 1위 기업인 미국 엔비디아의 1분기 영업이익(535억 달러·약 81조9000억원)을 뛰어넘었다. 이번 실적에는 상반기 직원 특별성과급 충당금 약 17조원이 반영됐다. 이를 포함하면 실제 영업이익은 106조원 규모다. 어닝 서프라이즈가 발표된 7일 삼성전자 주가는 오를 줄 알았는데, 되레 6.92% 급락했다. SK하이닉스도 6.06% 하락했다. 반도체 투톱, 삼전닉스 주가가 떨어지자 코스피지수도 4.91% 하락하며 7600대로 밀렸다. 삼전닉스 급락세는 8일에도 이어졌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업종의 고점 논란에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중동지역 긴장이 다시 고조돼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코스피·코스닥지수가 5%대 동반 하락해 각각 7200대, 780대로 주저앉았다. 7~8일 이틀 연속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 효력정지)가 발동되는 등 시장 변동성이 커졌다. 8일 아시아 증시에서 5%대 급락한 곳은 한국이 유일했다. 이날 오후 전해진 미국과 이란간 충돌 소식이 악영향을 미쳤다지만,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1.59% 하락에 그쳤다. 대만 가권지수는 오히려
먼저 ‘노컴스티프’는 원작 소설 작가이자 이 영화의 ‘내레이터’로 참여한 도널드 레이 폴록(Donal Ray Pollock)의 고향이기도 한 실재하는 지명이다. 반면, 콜 크릭은 고유명사라기보다는 미국에 무수히 산재하는 탄광촌의 보통명사에 가깝다. 쉽게 말하면 이름 없는 탄광촌이다. 영화가 분위기나 느낌이 크게 구분되지 않은 이 쇠락한 촌락들을 오가며 전개되다보니 가끔은 혼란스럽기도 하다. 그럼에도 작가가 굳이 이 2개의 촌락을 하나의 ‘프레임’에 담으려 한 이유가 궁금해진다. 오하이오주의 노컴스티프와 웨스트버지니아의 콜 크릭은 그 사이에 오하이오강(Ohio River)을 사이에 두고 200여㎞ 떨어져 데칼코마니처럼 마주 보고 있는 촌락들이다. 영화의 주인공 윌러드(빌 스카스가드 분)와 아빈(톰 홀랜더 분)은 그 오하이오강을 건너오고, 또 건너가서 똑같은 악마들을 만나고 자신들도 악마가 돼간다. 웨스트버지니아 콜 크릭 출신인 윌러드는 2차 세계대전 태평양 전쟁에 투입돼 악마가 된 인간들의 생생한 모습을 목격한다. 그러나 그곳에 신은 없었다. ‘기도는 반드시 응답받는다’는 복음주의 신앙인 ‘남부침례교’ 모태신앙이었던 윌러드는 악마들이 날뛰는 그 참혹한 전쟁터에
우리나라 월간 수출이 사상 처음 1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산업통상부가 집계한 지난 6월 수출액은 1022억5000만 달러. 독일,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4번째로 월간 수출 1000억 달러 돌파 기록을 세웠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연간 수출 1조 달러 달성과 세계 수출 4강 등극도 가능할 전망이다. 이같은 수출 호조세를 반영해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4%로 상향 조정하는 국내외 기관들도 등장했다. 수출 증대와 성장률 상승은 단연 반도체 덕분이다. 6월 반도체 수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199.5% 증가한 448억2000만 달러에 이르렀다. 20대 주력품목 중 컴퓨터, 석유제품, 선박, 화장품 등 18개 품목의 수출도 늘었지만, 반도체 비중은 전체 수출의 43.8%를 차지할 정도로 막중하다. 이런 상황에서 6월 29일 발표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800조원 규모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 프로젝트는 세계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한국이 반도체 생산 규모 확대를 넘어 반도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로봇공학을 산업 역량 강화와 국가 균형발전 전략으로 삼았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세계적으로 기업들이 친환경 에너지 자
한때 탄광으로 번영했지만 석유산업이 본격화하면서 버려진 땅 ‘웨스트버지니아’. 영화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에서 보여주는 이곳의 절망적인 무기력과 배출구 없는 분노, 그리고 그들이 오로지 매달리는 광적인 기도의 모습은 음산하고 기괴하다. 영화에서 배경으로 소개하지 않지만, ‘버려진 땅’ 웨스트버지니아의 그 음산하고 기괴한 분위기는 1921년 영화 속 그 땅에서 벌어진 미국 역사상 가장 거대했던 노동자 무장 봉기 사건인 ‘블레어산 전투(Battle of Balir Mountain)’를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당시 웨스트버지니아의 석탄 광부 1만여명은 자본의 착취와 사설 무장 괴한(우리나라로 치면 백골단)들의 폭력에 맞서 삽자루 정도가 아니라 진짜 총을 들고 봉기했다. 미국 남북전쟁 이후 미국 내에서 벌어진 최대 규모의 무장충돌이었고, 여전히 미국 현대사의 감추고 싶어 하는 상처이자 치부로 남아 있다. 자본가들의 편에 선 주州 정부와 보안관들은 광부들을 향해 기관총을 난사했다. 심지어 민간 비행기를 동원해 사설 공중 폭격까지 감행했다. 결국 연방군과 육군 항공대(전투기)까지 광부들을 진압하기 위해 투입됐다. 우리가 경험했던 ‘5·18 민주화운동’과 너무도
반도체산업이 초호황이고 코스피지수가 ‘9천피’를 오르내리는 불장임에도 고용시장은 냉랭하기 짝이 없다. 특히 학업을 마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의 취업난은 2021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5년 만에 가장 심각하다.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가 발표한 5월 취업자 수는 2912만명으로 1년 전보다 4만명 줄었다. 월간 취업자 수가 감소한 것은 비상계엄 여파로 내수가 급랭했던 2024년 12월(-5만2000명) 이후 1년 5개월 만의 일이다. 반도체 초호황에도 제조업 일자리가 14만명 급감한 탓이 컸다. 괜찮은 일자리로 통하는 제조업 취업자 감소 행진은 벌써 23개월째다. 게다가 5월 감소폭은 4월(-5만5000명)의 2.5배로 커졌다. 중동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과 원자재 수급 불안, 수출 차질 등이 영향을 미쳤다. 반도체산업이 세계적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을 타고 수출 호조를 주도한다지만 실제 고용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 국내 반도체산업이 제조업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 수준이다. 특히 청년층(15∼29세) 취업자가 1년 전보다 25만5000명 감소한 점은 우려를 더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이 컸던 2021년 1월(-31만4000명) 이후
영화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Devils All The Time·2020년)’는 도널드 레이 폴록(Donald Ray Follock)의 동명 소설을 안토니오 캄포스(Antonio Campos) 감독이 영상으로 옮긴 미국의 ‘버려지고, 격리된’ 지역에 관한 보고서에 가깝다. 원작자인 폴록은 ‘버려진 채 잊힌’ 오하이오주州 남부 ‘노컴스티프(Knockemstiff)’라는 시골 출신으로 30년 넘게 그곳 제지공장에서 노동자로 일하다 뒤늦게 글을 쓰기 시작한 독특한 작가다. 그렇게 이 작품은 외부인의 시선이 아닌, 내부자의 뼈저린 경험에서 나온 작품으로, 여기엔 화려한 미국에서 소외되고 쇠락한 채 버려져 ‘유령의 땅’이 돼버린 지역의 절망과 무기력, 그리고 분노가 깔려 있다. 그래서인지 이 ‘늦깎이’ 작가의 첫 작품이 미국 내에서 대단한 반향을 이끌어냈고, 곧바로 캄포스 감독에 의해 영화화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알려졌다. 원작자 폴록은 영화에도 직접 참여해 마치 ‘르포’처럼 내레이션이 유독 많은 이 영화에서 본인이 경험한 ‘유령들의 땅’의 절망감을 담담하게 육성으로 전달해 영화의 ‘리얼리티’를 더해준다. 영화의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1945년)부터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17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연내 금리인상을 예고했다. 연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인하 지시를 따를 인물로 선택한 케빈 워시 신임 의장 체제의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유지했다. 하지만 연준 위원들의 올해 말 금리 수준 전망치(점도표) 중간값은 3.8%로 지난 3월 직전 전망치(3.4%)보다 올라갔다. 연내 금리인상을 아무도 예상하지 않은 3월과 달리 이번에는 18명 위원 중 절반이 최소 1회 인상에 손들었다. 앞서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은 금리를 각각 0.25%포인트씩 올렸다. 바야흐로 세계 경제가 그동안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에서 긴축 국면으로 진입했다는 신호다. 자산 거품을 잉태시킨 ‘저금리 시대’가 저물고 ‘고금리 시대’로 전환하는 모습이다. 한국은행도 조만간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주요국의 통화정책 기조 전환은 중동전쟁발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올라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져 통화정책 기조를 물가안정에 둬야 할 상황에 처했다. 미국과 이란간 종전 합의로 단기적인 원유 공급은 원활해지더라도 원유 생산이 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