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성철/ <제이누리> 발행.편집인 그냥 눈을 감을까 생각도 해봤다. 그래도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좀 변화되는 조짐이 있으니 "굳이 말을 꺼내 무엇하리" 곱씹어도 봤다. 그런데 찬찬히 살펴보다 “이건 아니다”란 생각으로 바뀌었다. 2015년도 제2회 제주도 일반회계 및 특별회계 세입·세출 추가경정 예산안 처리결과를 보고 든 결론이다. 제주도의회는 제2회 추경예산안 세출부분에서 112억6996만원을 삭감하고, 똑같은 금액을 다른 명목으로 증액한 수정안을 28일 본회의에서 가결, 통과시켰다. 삭감된 예산은 무언지, 증액된 예산은 무언지 찬찬히 훑어봤다. 무엇보다 눈에 들어오는게 있다. 집행부가 요구했지만 의회에서 삭감한 예산내역을 나열한 A4 용지 분량이다. 5페이지다. 그 반대로 증액한 예산내역을 나열한 문서의 분량은 21페이지다. 종이 분량만으로도 4배가 불었다. 게다가 감액된 예산항목이 70건이었다면 증액된 예산항목은 340건이다. 항목은 5배 불었다. ‘목돈’을 쓰려던 도 집행부의 계획이 의회에 의해 짜잘한 ‘푼돈’으로 쪼개진 것이다. 먼저 제주도
▲ 가두홍보 중 밴드의 연주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원희룡 제주지사. 지난달 26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 농구경기장. 클레멘타 핑크니 목사의 장례식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참석했다. 20대 백인 청년의 흑인교회 총기난사로 희생된 목사의 장례식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추도사 중 갑자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어메징 그레이스' 라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노래다. 예정에 없이 그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뒤에 앉아있던 장관들도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장례식은 일순간 합창단과 추모객이 함께 부르는 노래로 추도의 분위기가 고조됐다. 대통령의 애도사를 기다리던 청중들에게 대통령의 예정돼 있지 않은 노래는 파격이었다. 물론 감동이었다. 그 어떤 애도사보다 애도의 마음을 더 잘 대변할 수 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권위적인 지도자에 익숙해 있던 우리에게는 생소하기 그지 없으면서도 동시에 부러운 모습이기도 하다. 우리 지도자들은 언제부턴가 '세일즈 외교'라는 이름 하에 경제 외교를 매우 중시하는 분위기다.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각 나라를 순방하면서 다양한 투자유치와 경제협력을 이끌어 내는 모습이 어느덧 일상화됐다. 마치 대한민국이라는
▲ 양성철/ 발행.편집인 지금으로부터 13년여 전인 2002년 5월26일의 일이다.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한 목장부지에 언론사 기자들이 몰려 들었다. 그 해는 민선 3기 6·13지방선거가 예정된 때였다. 현장에 기자들이 몰려든 이유는 단 하나-. 도지사 선거에 출마, 불꽃 경쟁을 벌이던 두 후보간에 벌어진 논란 때문이었다. A후보가 상대방 B후보를 향해 “지사 재직 시절 피땀 어려 키운 농민들의 감귤을 수매, 땅에 파묻었다”고 주장했고, 애지중지 농사를 짓는 농민들의 정서를 자극했다. 두 후보는 사실 모두 지사를 역임한 라이벌이었고 당시 선거는 말 그대로 치열했다. 급기야 허위사실 유포 공방전이 벌어졌다. A후보는 신문에 광고로 감귤매립 논쟁의 불을 지피더니 당일 언론사 기자들을 불러 모아 직접 포클레인으로 땅을 파헤치고 파묻힌 감귤을 보여주며 B후보를 공박했다. 물론 현장에서 파묻힌 감귤이 나온 건 맞지만 도무지 어느 지사 재직시절 매립된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예상대로 열매는 공세를 편 쪽에서 따 먹었다. 선거가 끝나고 나서도 이 사건은 진실공방이 이어졌고 B후보의 대응과 조사, 추후 증언 등으로 볼 때 결
' '다음'이 제주도를 택했다면 '카카오'는 성남시 판교를 선택했다. 그 차이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현실은 본사 이전이 없다는 것과 인력철수는 불가피하다는 사실의 중간 어딘가에 있다. 그 어딘가로 인해 제주는 동요하고 있다. 기업본사 유치를 주요 경제적 성과로 여기는 제주에서 '제주로'의 상징이던 다음카카오가 제주를 떠난다면 그 타격은 경제적인 부분 이상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다음카카오는 본사이전이 없다는 점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내용은 이미 물을 건넌 느낌이다. 지난 2일 모 경제신문은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제주 이전 프로젝트 '즐거운 실험'이 11년 만에 막을 내린다"는 내용이 골자인 기사를 내놨다. 이어 현지 근무가 불가피한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인력 등 소수만 남기고 제주 본사 직원 약 400여명 대다수를 경기도 판교의 다음카카오 통합사옥으로 이동시킨다고 썼다. 더구나 제주 근무 직원에게만 주던 특별수당인 '제주마일리지'는 올 12월까지만 유지키로 했다는 내용을 덧붙였다. 이 점에 대해 다음카카오는 화들짝 놀라 해명 보도자료를 냈다. "다음카카오가 제주 인력을 철수한다는 일부 기사는 사실과 다르다&q
▲ 지난해 3월 관덕정에서 제주지사 출마를 선언하는 원희룡 지사. 1993년 무렵이다. 새롭게 삼성을 담금질하던 이건희 회장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을 선언했다. 신경영의 캐치프레이즈는 '마누라와 자식빼고 모든 것을 다 바꿔라'였다. 신경영의 이름아래 삼성은 모든 조직을 혁신하고 재조직화했다. '강요된 위기감'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삼성은 당근과 채찍을 끊임없이 구사하며 신경영의 속도를 냈다. 이후에도 이 회장은 삼성의 경영실적이 최고로 달리고 있을때 마다 어김없이 '위기'를 외치며 독전대 역할을 그치지 않았다. 이제 삼성은 세계 일류기업이 됐고 상상하기 힘든 영업실적을 매 분기마다 발표하고 있다. 20여년간 혹독한 담금질의 결과였다. 원희룡 지사가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제주판 3김' 시대를 뒤로 한 채 새로운 시대의 출발을 알리듯 도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화려하게 무대에 올랐다. 상황은 다르지만 원 지사가 추구하는 행보는 삼성의 '신경영'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제주도의 모든 관행에서 새로운 모습을 찾고 싶어하는 모습이다. 그래서인지 원 지사는 1년간 카지노, 개발과 환경보전 문제, 신공항, 신항만, 감귤정책, 농지관리 등 큼직큼직
▲ 마스크를 쓰고 제주공항을 찾는 관광객들. 길거리에서 낙타를 만날까 걱정이다. 온 나라가 메르스로 몸살을 앓다 보니 메르스 예방조치에 따라 길거리에서 낙타를 만날 경우 취해야 할 내 행동이 걱정이다. 익히지 않은 낙타 고기는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어찌할까. 각종 언론은 물론이거니와 페이스북 등 SNS에도 온통 메르스 이야기 뿐이다. 단골 메뉴가 된지 오래됐다.중앙정부나 지자체 할 것 없이 다른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메르스 공포가 실생활의 곳곳으로 스며들었다. 병을 치료하기 위해 찾아가는 장소, 그것도 최고의 의술을 자랑하는 종합병원이 메르스 확산의 진원지 역할을 하고 있으니 병원이 무섭다는 말이 이상하지 않다. 그동안의 과정을 보면 한 가지는 확실한 듯 하다. 보건수준과 의료수준은 다른 차원이라는 점이다. 의료기술이 좋다고 보건위생 수준도 높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세월호 침몰 이후 우리 사회는 사회적 재난과 재앙에 대해 시스템이 없이 초등 대응에 실패했을 때 얼마나 커다란 결과와 사회적 좌절을 만들어 내는지를 처절하게 경험했다. 1년 후 해수부 해체와 국민안전처 신설이라는 조직개편 말고 우리 사회는 다시 한번 시스템 부재를 확인했다.
▲ 감귤정책 구조혁신 방안을 발표하고 있는 원희룡 제주지사. 원희룡 지사가 최근 정면 돌파카드를 거듭 꺼내 들고 있다. 기회가 될 때마다 감귤정책 강경드라이브를 재확인하고 있다. 그 동안의 정책들이 전임 도정이 저질러온 황당(?)한 사안들에 대한 설겆이 성격이 강했다면 이제는 도민을 대상으로 좀더 과감한 승부수를 두는 느낌이다. 감귤구조 혁신정책을 통해 감귤산업을 고품질 구조로 업그레이드 하겠다는 포부다. 자신감의 표현이다. 그 동안 원 지사가 보여준 행보는 이전 도정에 반대했거나 의구심을 품었던 도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박수를 치거나 고개를 끄덕일 정책들이 대부분이었다. 공무원 내부의 청렴도를 높이고, 근무평가의 공정성을 꾀하고, 예산문제 등을 바로잡는 등 상식선에서 봐도 당연한 과정이다. 반론을 제기하는 게 이상할 정도이자 그 정도도 손을 안대면 오히려 욕을 먹을 만한 정책이다. 원 지사가 조금씩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지난 3월 말 토지, 공기, 물, 경관 등 공유 자연자원에 대한 종합적인 관리 가이드라인을 정립한다고 나섰을 때 부터다. 정확히 일주일 뒤 농지기능 관리 강화방침을 발표했다. ‘자경을 하는 사람만이 농지를 취득하고
▲ 5·18민주화운동 35주년 기념식을 열고 있는 가운데 참석자들이 오카리나로 '님을 위한 행진곡'을 연주하고 있다. [뉴시스] 국가기념일 추념식 현장에서 불리는 노래가 논란이다. 67주년 4.3 국가추념일 추념식장에서 4.3을 상징하는 대표곡으로 불리던 ‘잠들지 않는 남도’가 사라져 공분을 불러일으킨데 이어 이번에는 5.18이 논란의 대상이 됐다. 민주화운동의 상징적인 노래로 5.18 광주민주항쟁 기념식에서 불려진 ‘임을 위한 행진곡’이 논란의 한복판에 놓였다. 하지만 그 모양새가 4.3합창곡 논란과 조금 다르다. 4.3추념식에서는 애초에 예정돼 있던 노래인 '잠들지 않는 남도' 등이 합창곡에서 송두리째 빠지고 다른 노래로 대체됐다. 반면, 5.18기념식이 거행된 5.18 민주묘지와 옛 전남도청 앞에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졌다. 흥미로운 점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정의화 국회의장은 기념식에서 이 노래를 불렀다는 점이다. 반면 공석인 국무총리를 대신한 최경환 부총리, 이 노래의 제창을 계속해서 반대해 온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및 보훈처 직원들은 묵묵히 노래가 끝날 때
제주도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놓고 반응이 뜨겁다. 전임 민선 5기 우근민 지사 시절의 행정이 엉망진창이었다는 내용의 감사결과 때문이다. 4월30일의 일이다. 그도 그럴만 한 것이 처분 요청 사항이 26가지인데다 그 분야도 지방재정법 위반, 인사권 남용, 의회에 대한 선심성 예산 편성, 개발업체를 위한 경관심의 의도적 누락, 골프장 개발사업 승인, 리조트 불법 산지훼손, 공직사회 조직운영 규정 위반 등 참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위반을 했다. 소식을 전해 들은 도내의 많은 사람들이 당혹해 했고 각 언론들은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대서특필하며 항목별로 앞다투어 톱기사로 다루었다. 급기야 원희룡 지사는 5월 정례직원 조회에서 전임 도정과의 선긋기를 확실히 하려는 듯 작심하고 발언을 쏟아냈다. “도정의 수장부터 공직사회에 사조직을 만들고, 잘못된 편가르기는 물론 공사(公私) 원칙을 무너뜨렸다." 원 지사 발언의 요지다. 전임도정에 대한 쉽지 않은 언급이지만 예상보다 톤을 높혔다. "공사 구분이 흔들리고 원칙이 근본부터 무너지고, 인사와 예산, 인·허가 모두 잘못된 고질적 병폐가 자리 잡고 있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문제
지록위마(指鹿爲馬)란 말이 있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일컫는 것이다. 유래는 이렇다. 중국 천하를 통일한 진(秦)시황은 스스로를 첫 황제란 뜻으로 시황제(始皇帝)라 칭했다. 물론 후계자들은 2세, 3세 황제로 이어질 일이었다. 그렇게 진나라는 영원할 줄 알았다. 그러나 진시황은 제5차 순행 도중에 중병에 걸리고 말았다. 천수가 다했음을 직감했던지 그는 환관(宦官) 조고(趙高)에게 명하여 큰 아들 부소(扶蘇)에게 보내는 서신을 만들었다. 편지에는 “군사를 몽념(蒙恬)에게 맡기고 함양(咸陽)에서 나의 관을 맞아 장사를 지내도록 하라”고 적었다. 황위를 큰 아들에게 넘기는 유서였다. 하지만 그는 유서만 남기고 승하했다. 편지와 옥새는 모두 환관 조고가 지니고 있었다. 시황의 죽음을 아는 사람은 다만 나이 어린 태자 호해(胡亥)와 승상 이사(李斯), 그리고 조고를 비롯 환관 5~6명뿐이었다. 조고는 먼저 호해를 설득하고 승상 이사마저 회유하는 데 성공했다. 세 사람은 비밀리에 담합하여 호해를 황위 계승자로 세우고, 부소와 몽념 장군에게 자결하라는 내용으로 유서를 조작했다. 부소는 자결했고, 몽념은 이를 거부하다 반역죄로 잡혀 사형을 당했다. 2세 황제가 된 호해의
▲ 애월읍 하가리의 더럭분교 전경 얼마 전 일이다.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 마을의 대표경관인 연화못 앞의 카페가 '더럭'과 '연화못' 이름을 특허등록했다. '더럭'은 상.하가리 2개 마을을 아우르는 마을의 고유명칭이다. 600~700년 전 설촌(設村) 이래 마을의 역사를 간직한 이름이기도 하다. 이 일이 알려지자 주민들은 “구르는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형국”이라며 법적 대응은 물론 현수막 게시, 항의 집회 등을 벌이며 반발하고 나섰다. 결국 마을과 카페 주인간 협의를 통해 일부 이름을 빼고 주요 상호.이름을 마을로 이관시키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같은 일은 앞으로 제주의 어느 곳에서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제주의 전통적인 문화 가치가 도시적 가치, 개발 논리와 만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예라는 점에서 해프닝 이상의 의미가 있어 보인다. 수백년 된 마을의 이름과 고유지명에 대해 특허등록을 한다는 것은 상식선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다. 탐욕의 발로라고 생각된다. 반면 늘 빈틈을 노리는 자본과 개발의 논리에서 보면 아직 주인을 찾지 못하는 빈 구석이나 기회로 여겨질 것이다. 국제정치학자인 새무얼 헌팅턴(Samuel P. Hu
▲ 영화 <삼국지> 포스터 500여년이 넘도록 아시아의 고전으로 불리는 명(明)대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는 ‘천하의 대세란 본래 갈라지면 하나로 합쳐지고, 합쳐지면 또 갈라지는 것(天下大勢, 分久必合,合久必分)이란 명문장으로 시작한다. 그 <삼국지연의>의 시발점이 되는 서기 168년, 13세의 나이로 즉위한 영제(靈帝)는 평생을 환관들의 영향 속에 살았다. 선대 환제(桓帝) 때 부터 황제를 모신 열 명의 내시들은 그 시절 한 몸처럼 움직이며 정권을 농단했다. 남조의 송나라 범엽이 쓴 기전체 역사서인 <후한서>와 나관중이 쓴 장편소설 <삼국지연의>에 이들을 ‘십상시’(十常侍)라고 기록한다. 10명의 상시, 즉 환관들이다. 후한의 문신 장균(張鈞)이 영제에게 올린 상소에 처음 이 말을 썼다. 후한은 어린 황제가 즉위, 환관이 권력을 장악할 때가 많았다. 권력마저 세니 녹봉 2,000석을 받는 중상시, 즉 환관이 되는 자가 많았다. 역사서 <후한서>(後漢書)에는 십상시들이 많은 봉토를 거느리고 그들의 부모형제는 모두 높은 관직에 올라 그 위세가 가히 대단하였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