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말이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그 역시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내가 재임할 땐 그러지 않았는데 ···.” 지난해 말 우연히 전임 지사 중 한 사람과 점심 자리를 같이 했다. 화두는 연말 불거진 제주도정과 의회 간 ‘예산전쟁’이었다. 그와 필자 역시 도와 의회가 마치 힘겨루기라도 하듯 서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기싸움 하는 양상이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팽팽하던 기싸움은 연말을 지나 연초로 넘어가며 봄 눈 녹듯 사라질 것 같은 분위기였다. 우여곡절을 거쳐 ‘조기 추경’으로 가닥을 잡아가더니 시각차로 입씨름이 있는 듯 했지만 그래도 도정이 ‘응급복구’ 예산을 의회에 들이미는 데 까진 갔다. 그런데 거기까지였다. 돌연 ‘원희룡 지사의 중앙 인터넷언론 인터뷰 발언’이 의회의 심기를 건드렸다. ‘설 이전 예산통과’는 이렇게 물 건너갔다. 이해한다. 솔직히 필자가 봐도 원 지사의 발언은 거칠었다. 하지만 언론에 몸 담은 처지에서 <머니투데이> 기사를 찬찬히 훑어보면 원 지사의
▲ 업무추진비, 여비 집행 행태 개선을 위한 혁신 토론회 모습 시동을 걸던 원희룡 지사의 2015년 '정공 드라이브'가 급물살을 타며 가시화되고 있다. 도의회와의 예산전쟁을 통해 '원칙론'을 강조하던 원 지사가 방향 선회와 함께 속도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새로이 맞춘 방향은 대 언론과 공직 내부다. 본격적인 개혁의 신호탄으로 여겨진다. 무엇보다 '혁신'의 전선중 주요 축에 언론을 내세웠다는 점에서 사뭇 긴장되는 대목이다. 즉각적인 언론정책의 변화가 나타나지는 않겠지만 프레임 변화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원 지사는 2015년 큰 결심을 한 듯 싶다. 그간 원 지사는 의회와의 관계에서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도정의 변화를 추구했으나 이를 도민에 전달하는 전령인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도내 대부분의 언론들은 '도와 의회와의 갈등'이라는 이분법의 프레임 안에 모든 현상을 담으려 했다. 그 안에서 줄타기를 하며 '양비론'의 논리를 폈다. 원 도정의 입장에서는 못마땅한 부분이다. 이를 의식한 듯 원 지사는 9일 주간정책회의에서 "사실이 해명이 됐음에도 의회에서 문제가 제기됐다는 것만으로 대문짝 만하게 기사제목으로 나가면서 도
▲ 양성철 <제이누리> 발행.편집인 28살의 청춘이었다. 아내는 출산을 앞두고 있었다. 해군사관학교를 64기로 나와 장교로 복무하며 어엿한 대위 계급장을 달았다. 제주방어사령부 정훈과장이란 보직을 받아 제주에 내려온 지도 근 한 달. 한 달 만에 그 청춘은 비상출동 명령으로 서귀포로 향했다. 8년여를 끌어오는 제주해군기지 공사장 현장. 기지조성 공사가 한창이건만 군 관사 공사현장 앞을 차지한 농성천막장이 ‘과제’였다. 그로선 국방부와 해군본부의 명을 받은 처지. 지난달 31일 국방부 장관 명의의 행정대집행 계획에 따라 오전부터 그는 서귀포 강정마을 현장을 지켰다. 100여명의 용역 등 1000여명의 인력이 동원돼 ‘해군기지 반대’를 외치던 농성천막과 망루는 모두 철거됐다. 고단했다. 해군장교로서 소임을 다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늦은 시각 그는 서귀포의 한 모텔에 투숙했다. 하지만 그 숙소가 그가 마지막을 맞이할 운명의 장소인지는 그도 몰랐다. ▲ 해군의 의뢰를 받은 용역들이 철거 대상인 소형버스의 창문을 망치로 깨부수고 있다./뉴시스 야심한 새벽 무렵 잠시 바람이라도 쐴 겸 그
▲ 이재근/ 제이누리 논설실장 구성지 제주도의회 의장이 출구를 닫아버린 것 같아 걱정이다. 옥쇄(玉碎)라도 하려는 것인지 퇴로를 스스로 차단하는 행보가 아쉽다 못해 걱정이다. 도정을 보는 시각을 좁히더니 스스로를 코너에 몰고 있는 느낌이어서 정말 걱정이다. 구 의장은 15일 제주도의 도의회 사무처장 인사에 대한 수용불가 입장을 천명했다. 지방자치법 위반은 물론 "인사횡포를 자행했다" 며 분노를 표시했다. 이 말대로라면 도의 일방통행식 의사소통이 문제라는 정당한 비판쯤으로 들어볼 만 했다. 이유있는 항변이라는 생각도 들만했다. 2시간후 제주도로부터 반박 성명이 나오기까지다. 도의 반박성명은 인사 협의차 도 의회를 방문했지만 구 의장이 수용하지 않았다는 요지다. 여기까지는 도나 의회의 설명이 일치한다. 그런데 도가 공개한 다음 내용은 뜻밖이다. 현 도의회 사무처장을 제주도 기획조정실장으로 이동시키거나 이를 수용하기 어렵다면 유임시켜 줄 것을 요청했다는 내용이다. 도의 입장이라는 점에서 구 의장이 발표한 내용과 다소 다를 수 있다. 사실의 진위 여부와 별도로 기획조정실장으로 보내라는 요청에 대해서는 굳이 '인사전쟁'이라 부를 사안이 아니라는 생
▲ <인디언, 영혼의 노래> 책 표지 <인디언, 영혼의 노래>란 책이 있다. 어니스트 톰슨 시튼과 줄리아 M. 시튼 부부의 저작이다. 1937년에 초판이 나왔다. 부부는 인류학자다. 어니스트 톰슨 시튼은 세계적인 동물학자이자 박물학자였고, 줄리아 M. 시튼은 미국의 인디언 연구가다. 7명의 인디언과 7명의 백인 도움을 얻어 인디언의 사상과 문화에 대한 기록을 정리한 것이 이 책이다. 책은 주목할 만한 진술을 전한다. “백인의 문화와 문명은 본질적으로 물질적인 것이다. 그들은 ‘얼마나 많은 부를 가지고 있는가’를 성공의 척도로 삼는다. 인디언의 문화는 본질적으로 정신적인 것이다. 그들은 ‘동족에게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었는가’로 성공의 기준을 삼는다. 그들의 사는 방식, 사고, 모든 행위에는 정신적인 의미가 들어 있으며 정신적 세계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행해진다.” 정신세계에 주목하는 인디언들의 삶은 인터넷과 각종 SNS에 많이 퍼진 ‘말 달리던 인디언 이야기’로도 짐작할 수 있다. 말을 타고 달리다 이따금 말에서 내려 자신이 달려온 쪽을 한
▲ 예산안 본회의에서 도의 입장을 밝히는 원희룡 제주지사 제주도의회의 예산 대폭삭감에 대해 원 지사는 담담하게 수용했다.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다. 줄만큼 주고 본인이 원하는 바를 얻었다는 입장이 느껴진다. 구성지 도의회 의장의 '협치예산' 제안으로 촉발된 제주도와 도의회 간의 예산갈등이 일단 막을 내렸다. 수많은 논란을 야기시켰지만 예산안은 통과됐고 가장 우려했던 '준예산'사태는 막았다. 1682억원이라는 '분노의 칼질'에 대해 원희룡 지사는 담담하게 받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원 지사는 비상체제로 도정을 운영할 지언정 의회의 ‘예산 증액 관행’이라는 대마를 살려주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예산 대폭삭감의 대가로 도의회가 예산 증액을 포기한 상황에서 도가 ‘재의’등 다른 협상카드를 선택할 이유가 없어져 버린 것이다. 준예산 편성이라는 파국도 없이 법적인 힘을 빌지도 않은 채 소정의 목표는 달성됐다. 어찌보면 추후 추경예산 확보를 통해 필요한 예산은 확보가 가능하겠지만 ‘예산증액 관행의 중단’이라는 전례를 되돌리기는 어려워 진 것이다. 기존의 관행을 어떻게든 유지해보려는 도의회의 다양한 시
제주도정과 도의회간의 갈등이 해를 넘기기 전에 충돌할 모양이다. 마치 연말을 앞두고 해묵은 갈등을 해소라도 하려는 듯 작심하고 포문을 열고 포를 쏘기 시작했다. 전면전도 불사할 태세다. 전초전은 할만큼 했으니 본 게임에 돌입하자는 입장이다. 한치의 양보도 없을 뿐 아니라 자칫 중앙정치무대나 사법당국으로 확전도 불사할 태세다. 십수년이래 처음으로 나라예산이 법정기한 내에 합의에 이른 만큼 제주 역시 약간의 '밀당'은 있어도 그리 큰 문제가 되랴 싶었다. 오판이었다. 본 게임이 이제 시작됐다. 몇 개월간 오고가던 명분쌓기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 예산문제가 양측의 본무대가 된 것이다. 헌데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다분히 예정된 과정을 지나고 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의도된 수순대로 가는 느낌이다. 중앙정치 경험의 힘인가 아니면 영민함의 결과물인가. 혹은 어쩌다…? 의회는 그동안 여러 차례 냉혹한 예산심의를 하겠노라며 원희룡 도정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때마다 언급했다. 특히 협치예산의 명목으로 도에 예산협의를 제의했을 때 도가 보여준 냉정하다 못해 싸늘한 거절에 대해 잊지 않겠노라며 ‘무단통치’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까
술 자리나 토론 중에 피해야 하는 주제중 대표적인 경우가 정치와 종교다. 각자의 입장이 명확할 경우 결코 합의나 타협을 이뤄내기 쉽지 않은 때문이다. 선거 때 부모 자식간이나 친구 사이에 지지자와 정당이 달라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를 누구나 경험했을 것이다. 여기에 종교적인 문제가 덧붙여지면 그것은 거의 파국에 가깝다. 전세계 최대 갈등은 아직도 종교문제가 그 핵심에 자리잡고 있다. 어떤 위정자든 일방적인 종교 편향성을 보이면 그 역풍의 크기는 가늠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종교지도자와의 간담회는 여느 정권 초기에도 늘 빠지지 않는 행사이기도 하다. 역사는 정치와 종교가 분리돼야 한다는 많은 교훈을 우리에게 제공한다. 우리 정치에서도 본의 아니게 종교적 색채를 띤 지도자의 행태가 두고두고 비판에 직면한 경우도 있다. 가장 가깝게 지난 MB정부 시절 소망교회는 한국정치의 핵으로 떠올랐다. 또 보수목사들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신의 이름으로 수 없이 많은 독설을 양산, 많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심지어 사회적 갈등의 온상 역할을 자처하기도 했다. 기독교인 지도자를 지켜야한다는 명분으로 말이다. 반면, 원희룡 지사의 대(對)종교 행보
제주 경제가 달리고 있다. 활황세가 무섭다. 감으로만 느끼던 변화의 바람이 수치로 구체화되고 있다. 이 변화의 속도와 방향이 어떻게 될 지, 언제까지 갈지 확신할 수는 없다. 다만, 이미 본격적인 이륙단계에 이르렀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최근 발표된 제주의 경제 수치를 보면 그 체감온도는 뜨겁다. 제주 부동산의 고공행진은 토지는 물론 주택,아파트 등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제주지역 부동산 시장의 주요 특징 및 시사점' 자료에 따르면 아파트가격이 상승율은 2010년 부터 올 10월까지 전국 평균인 11.1%에 비해 3배 높은 33.7%에 이르렀다. 아파트 거래 회전율도 전국의 7.3%보다 높은 8.2%를 기록하며 주택매매 가격 상승과 거래를 이끌었다. ▲ 지난해 제주도청 앞에서 열린 제주인구 60만 시대 선언 행사. [제이누리DB] 이 뿐이 아니다. 토지의 지가상승률은 2011년 이후 지속, 그 상승폭은 더 커지고 있다. 올해만 들어서도 9월까지 전국평균 지가상승률이 1.3%p인데 비해 제주는 2.7%를 기록하며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소비 및 투자도 증가세를 보이면서 부진했던 건설투자도 성장세로
제주는 여전히 인사철이다. 6.4 지방선거 이후 제주시장이 아직 내정상태고 제주에너지공사 사장도 인사청문회 후 임명됐다. 인사청문회를 통해 내정자들은 전 지사의 측근이라는 딱지를 자의든 타의든 받게 됐다. 제주도정과 관련해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전의 민선 지사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그 내용의 핵심은 이전 민선 지사들이 제주정치에 갖는 막강한 영향력이며 그것은 오늘날에도 진행중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인지 ‘제주판 3김’이라는 표현도 나오고 누구는 누구의 측근이라는 이야기도 스스럼없이 언급된다. 어느 조직이든 계파가 있고 노선도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지방정치의 중요한 인사들의 하마평을 논할 때 꼭 빠지지 않는 누구누구의 사람이라는 평가는 썩 달갑지 않은 게 사실이다. '3김 시대'가 공식 종결된지 10여년이 훨씬 넘었다. 하지만 그같은 구시대 정치의 후유증을 아직도 언급하고 있다면 제주정치는 중앙에 비해 한참 뒤쳐저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실 여부를 떠나 그 현상은 원희룡 도정을 평가할 때 상처와 위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보인다. 청문회 과정에서 이성구 에너지공사 사장은 신구범 지사의 인맥이라는 것
▲ 양성철/ <제이누리> 발행.편집인 한 마디로 점입가경이다. 충돌과 갈등, 분열만이 있을 뿐 도무지 어떤 결론을 얻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제주의 공익과 미래를 향해 가고 있는 건지, 아니면 감정과 핏대만 내세우고 있는 건 아닌지 솔직히 의문이 간다.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인사청문회가 민선 6기 원희룡 제주도정 출범 후 수차례 열리고 있다. 제주특별법은 물론 어떤 법규와 관계규정에도 없는 청문회다. 집행부 수장의 지명·임명직인 행정시장과 공기업, 출자·출연기관의 장을 상대로 한 청문회다. 공모·심사과정을 거치고 인사위원회의 추전을 받은 후보자를 다시 인사청문회 무대에 올려 또 검증하는 것이다. 국회 인사청문 대상인 정부 부처 장관 후보자도 공모.심사는 거치지 않는다. 대통령이 지명한 뒤 청문자리에 간다. 지난 7월 민선 6기 원희룡 도정 출범 후 4개월여가 지났지만 제주시장 후보자는 그 청문회를 거쳐 자진사퇴했고, 두 번째인 제주에너지공사 사장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원 지사가 그래도 29일 임명을 강행했지만 다음날인 30일 제주도의회는 당일 예정된 제주발전연구원장 후보자의
▲ 에볼라 긴급대책을 논의하는 오바마행정부 전세계를 강타하며 4500여명의 사망자를 낸 에볼라 바이러스의 국내외 보도를 보고있노라면 1995년 방영된 영화 ‘아웃브레이크’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미국 전염병 예방 및 통제 센터(CDC)에 파견된 주인공(더스티 호프만)은 직속 지휘관으로부터 정체 불명의 치명적 전염병이 돌고 있는 자이르(현재의 콩고민주공화국) 우림 지대의 오지에 들어가 이를 조사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열대 정글의 심장부까지 들어간 주인공은 치사율 100%의 무시무시한 바이러스균이 휩쓸고 간 마을을 발견한다. 마을 주민들은 절대 다수가 이미 숨진 상태. 장작더미처럼 시신은 켜켜이 쌓여있고 극소수의 생존자들마저 생존의 갈림길에 있었다. 주인공은 이 바이러스가 저지되긴 했어도 미국 전역에 퍼질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자 정부 각료에게 비상조치를 취해줄 것을 경고한다. 국내에서도 ‘연가시’와 ‘감기’라는 영화가 치사율 100%를 가진 변종 바이러스의 위협을 다룬 바 있다. 모든 영화가 우여곡절을 겪기는 하지만 극적인 해결책을 찾아 안도의 한숨을 쉬게 하는 것으로 끝맺음을 한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