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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필의 세상훑기(24) ··· 학자는 교과서 아닌 학술논문으로 말해야

  한국사 교과서 문제가 뜨겁다. 한 출판사 교과서가 발단이 됐지만 역사 교과서 문제는 언젠가 터질 일이었다. 어른들(교과서 집필자)의 ‘욕심’이 애꿎은 고교생 교과서에서 부딪치고 있다. 학자라면 논문을 통해 전문연구지나 학술대회에서 싸우는 게 맞지 상대도 없는 교과서에서 부딪치는 꼴이 볼썽사납다.

 

 이들 학자 때문에 사회단체, 정치권까지 이념 분쟁이 번졌다. 교과서는 조심스럽게 써야 한다. 학문적 소신이야 어떻든, 대다수 학계 공감을 얻지 못한 내용이라면 교과서 서술은 자제하는 게 학자적 본분이다. 독자가 아직 역사적 사건에 대한 종합적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청소년일 때 더욱 그렇다.

 

 한국사학자가 한국사 전 시대를 아우르는 통사를 쓰는 건 거의 ‘말년’에나 가능한 일이다. 고 이기백·김철준 교수와 한영우·이태진 교수 등도 그랬다. 그들도 자신이 전공한 시대 밖의 한국사는 다른 전공 학자의 논문, 저술 등을 두루 읽고 학계에서 널리 받아들여지는 통설(通說)을 소개했다. 혹 관심이 가는 새 의견도 신설(新說)로 내비치는 선에서 멈췄다. 개설서의 목적은 어떤 한 시대, 사건에 집착해 강조하기보다 전반적인 한국사 흐름을 짚어 주는 데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교과서 집필자들은 이 고교생 한국사 개설서에 어떤 사명감을 갖고 임하는 것 같다. 비판적 수용력이 떨어지는 청소년을 상대로 자신의 학문적 소신을 주입시켜 어찌하겠다는 얘긴인지….

 

 41년 전 박정희 대통령에 의한 10월유신 사태를 중학생 시절에 겪었다. 사회 시간에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조국 근대화…’등의 유신 찬양 단어들을 딸딸 외워야만 했다. 고교 땐 국가검정 한국사 교과서를 배웠다.

 

 

 그렇지만 그후 오랜 세월에 걸쳐 다양한 지식을 접하면서 역사에 대한 안목은 넓어졌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 우리 역사에 대한 평가도 다양하게 바뀌는 걸 봤다. 그 때문인지 근현대사에 대한 전체적 평가 및 대통령을 포함한 인물 평가를 섣불리 하지 못한다.

 

 교과서 집필자들에게 묻고 싶다. “논란을 일으키는 한국사 서술에서 학자적 생명을 걸 정도로 확신이 있는가?”

 

 김대중ㆍ노무현 정권을 겪으면서 한국사 교과서 내용이 많이 달라진 게 사실이다. 시대적 분위기에 눌려 큰 논란 없이 진보적 역사 해석이 자리를 잡았다. 그에 대한 반발인지 이번 교학사 교과서는 우파적 해석이 경향이 짙다는 평가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왜 학자들이 교과서 갖고 쌈박질인지 모르겠다. 학자답게 논문으로 다퉜으면 한다. 교과서를 읽는 이가 아직은 여러 측면을 살필 수 있는 나이가 아닌 중학생·고교생이다.

 

 민주화 투쟁 차원의 ‘의식화’작업이 필요한 시대도 아니고, 일제시대처럼 역사 책 지어 독립운동하던 때도 아니다.

 

 일제강점기 식민지 근대화론과 친일, 6ㆍ25, 이승만ㆍ박정희 등 전 대통령, 유신, 광주민주화운동 등에 대한 새 평가는 우리와 또다른 시대를 살아갈 미래의 주인공들이 스스로 하도록 하자.

 

 학자답게 진지하게 임하자는 얘기다. TV에 나와 티격태격하는 것도 더 보고 싶지 않다.

 

 교과서가 이 모양이니 믿을 곳은 일선 교사들뿐이다. 학생들은 역사 교사를 존경한다. 자랑스럽거나 혹은 부끄럽지만 우리 역사는 이 땅에 사는 우리에겐 소중하다. 교과서야 어떻든 선생님들이 중심을 잡고 가르쳐야 한다. 학생들의 역사 지식을 ‘무책임한’ 교과서에 떠맡기지 말자. 후일 성인이 된 제자가 ‘아~ 나는 편향되지 않은 좋은 선생님에게 역사를 배웠구나”하도록 말이다.
 

 

조한필은?=충남 천안 출생. 고려대 사학과를 나와 동 대학원에서 한국고대사를 전공, 석사학위를 받았다. 중앙일보 편집부·전국부·섹션미디어팀 기자를 지냈다. 현재는 충청타임스 부국장 겸 천안·아산 주재기자로 활동하면서 공주대 문화재보존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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