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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호의 제주풍향계(1) ··· 반사회적 선동의 오류

'이것은 세대 착취다.’ ―. 이 말은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는 어떤 대학원생이 어느 인터넷신문에 쓴 기고문의 서두부분이다. 글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박사과정 운운한 것을 보면 이 대학원생은 자기 현시욕이 대단함을 알 수 있다.

 

그건 그렇고. 이 말에서 ‘이것’은 이른바 ‘제주판 3김’에 해당되는 세 분이 정치현실에서 떠나지 않고 있음을 이르고 있다. 그러니까 그 세 분이 제주의 정치현실에 머물고 있음으로 해서 세대를 착취했다는 얘기인 것이다. 아무리 용어의 인플레현상이 심한 요즘의 세태라 하더라도 너무 격한 표현이다.

 

‘착취’는 계급사회에서 생산수단을 소유한 사람이 생산수단을 갖지 않은 직접생산자로부터 그 노동의 성과를 앗아가거나 무상으로 취득한다는 뜻으로서 다분히 계급적이며 투쟁적이고 이념적 용어다. 아무렇게나 함부로 쓸 수 있는 그런 용어가 아닌 것이다. 자칫 잘 못쓰면 대중의 정신적 말초신경만을 자극하는 용어가 되기도 한다.

 

그 대학원생은 자신이 현대문학을 전공한다고 그 기고문 말미에 스스로 밝혔다. 필자는 그 문학도가 현대문학 중에서도 Erotica(좀 더 적확한 표현으로 Pornography)장르를 전공한다면 크게 성공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독자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선정적 어휘구사력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그 문학도의 글 내용에 시비를 걸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내용상 시비를 가리고 어쩌고 할 꺼리가 없기도 하지만, 논리성에 신경을 쓰든 말든 혹은 선정적 어휘구사를 하든 말든 그런 것들은 글쓴이의 독자적 자유영역이기에 그렇다. 다만, 하도 부적합하고 뜬금이 없어서 어이가 없어지는 그 ‘착취’라는 용어의 구사에는 언급을 아니 할 수 없다. ‘착취’의 어휘가 주는 선동의 느낌이 꽤나 끔찍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착취’라는 용어를 동원하면서까지 ‘제주판 3김’을 할퀴어대니 그 조어를 만들어낸 측에서는 지금쯤 아마 회심의 미소를 지을 것이다. 그러나 그 회심의 미소가 언제까지 지어질지는 의문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세 분의 지지도를 합친 것이 그 세분 이외의 후보군들의 지지도를 합친 것을 훨씬 상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착취니 뭐니 하면서 기승을 부려도 도민의 생각은 그들과 멀리 떨어져 있음을 그들은 자각해야 하는 것이다.

 

그들이 세 분이 정치현실에서 떠나야한다면서 갖다 붙인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너무 단순하여 어리둥절해지기까지 한다. 세 분의 이름을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면 나이가 모두 72세라는 것이 그 이유다.

 

그들은 아마도 그런 단순한 이유 이외에 도민이 고개를 끄덕일만한 어떤 다른 이유를 애써 찾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제주판 3김’이 현직 시절에 측근정치를 했고 파벌승진을 시켰다는 것을 찾아내었다. 그것이 ‘72세 나이’ 이외에 애써 찾은 이유의 전부였다.

 

‘측근정치’니 ‘파벌승진’이니 하는 도정운영은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은 행태임은 틀림없다. 적재적소 능력위주의 인사가 되지 못하기에 그렇다. 그러나 그게 그 세 분을 제주의 정치마당에서 쫒아내야 한다는 절실하고 충분한 이유가 결코 될 수 없다.

 

왜 그럴까? 그건 효율적인 도정운영을 위하여 도정철학을 공유하는 사람이 힘을 모은다는 점에서 ‘파벌정치’는 필요악이라는 현실을 우리는 인정치 않을 수 없기 때문이고, 세 분보다 나이가 적은 패기 넘치는 새로운 인물의 도지사가 되었다 한들 혼자서 도정을 이끌 수 없다는 점에서 ‘파벌정치’를 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차제에 우리는 ‘착취’라는 어마어마하게 선동적인 용어를 등장시키게 한 ‘제주판 3김’에 대하여 차분히 생각해 봐야 한다.

 

그 세 분이 제주의 정치현실에서 배제되어야 할 만큼의 어떤 과오를 범했는지, 혹여 진취적이지 못할 수도 있는 연륜이 발현하는 경륜은 제주도민의 삶의 질 향상에 그토록 기여하지 못할 것인지, 위험성을 안고 있을 수밖에 없는 설익은 젊음의 패기가 도민의 안정적 삶에 어떤 결정적 폐해를 안길 것인지, 생물학적 나이가 젊은 제주의 지도자 중에서 제주의 발전과 도민의 좀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었다고 검증된 사람이 있는지 등등을 냉철하게 생각해 보아야 하는 것이다.

 

또한 우리는 그 ‘제주판 3김’이란 말을 지어낸 측에 대하여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는 그 조어의 제작을 어떤 개인이 했는지, 어떤 집단이 했는지, 아니면 어떤 언론이 했는지 알 수 없다. 그러므로 각기 가설로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 조어를 어느 개인이 만들어 냈다면 그는 참으로 사려 깊지 못한 선동가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고, 어느 집단이 만들어 냈다면 그 집단은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행동도 마다하지 않은 막가파식의 반사회적인 집단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써도 할 말이 없을 것이며, 어느 언론이 했다면 그 언론은 두말 할 것도 없이 지적선정(知的煽情) 기사를 써대는 옐로 페이퍼(Yellow Paper)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것이다. 

 

정경호는? = 그는 도의원을 지냈고 정당의 대변인 노릇을 하면서도 ‘제주타임스’ 논설위원으로 활동했다. 더불어 제주의 여러 매체에 글을 썼다. 그래서인지 어느 전직 대학총장은 그를 두고 ‘정치인인지 문필가인지 헷갈린다’고 했다. 그는 4․3 연구가이다. 1990년대 초 ‘월간제주’에 1년 동안 4․3을 주제로 한 칼럼을 썼으며, 4․3특별법의 제안자이자 기초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6년 동안 대변인을 지내면서 제주정가에 대변인 문화를 착근(着根)시킨 인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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