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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필의 세상훑기(25) ··· 일본 승전을 기념할 유적이란 이유?

 숭례문이 국민을 두 번 놀라게 했다. 2008년 설 연휴의 끝머리, 불더미에 무너져 내리는 허망한 모습을 보였다. 5년 만에 이젠 부실 복원으로 단청이 뚝뚝 떨어지고 기둥이 쩍쩍 갈라진 모습으로 등장했다.

 

 이런 숭례문이 기로에 섰다. 또 큰돈 들여 전통방식 복원에 다시 나설 것인가? 아니면 국보 1호 자리를 내놓고 평범한 복원으로 마무리 지을 건가? 최근 일부 언론에선 숭례문이 이제 국보 1호의 가치를 상실했다거나, 애초부터 국보 1호 자격이 없다는 주장이다.

 

 문화재 ‘빅마우스’인 혜문스님은 지난 5일 전국의 지방신문에 똑같은 칼럼을 기고했다. 내용이 좋아서인지 7개 신문이 ‘숭례문 앞에서 노무현을 생각한다’ 는 본래 제목, 혹은 비슷한 제목으로 판박이 내용을 실었다.

 

 국보 1호가 된 이유가 일제강점기와 연관성이 깊다고 했다. 1907년 조선주둔군사령관이 교통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숭례문을 철거하려고 했는데 이 소식을 들은 일본인 거류민단장이 숭례문 존치를 설득했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 가토 기요마사가 숭례문을 통해 한양에 입성했는데, (일본 승전을 기념할) 임란 유적이 거의 남지 않은 상태에서 숭례문을 철거하면 곤란하다.” 이후 조선총독부가 숭례문을 조선 ‘보물 1호’로 지정했고 해방 후 우리 정부는 그대로 답습했다.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 때 국보 1호 변경을 시도했던 것인데 갑작스런 화재로 없던 얘기가 됐다는 것이다. 결국 ‘노무현을 생각한다’는 건, 그 논의를 되살려보자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왜 숭례문의 국보 순위 존치 문제가 핫이슈가 됐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숭례문이 국보 1호든지, 국보 100호든지 그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 국민은 우리나라 문화재 보존 기관 및 관련 전문가에 대해 크게 실망하고 있다. 명예를 걸고 복원하겠다고 다짐했던 문화재청. 복원 자문에 참여했던 문화재 전문가들. 그 일에 투입됐던 우리나라 최고의 단청ㆍ목공 장인들. 모두가 믿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카메라 앞에서 전통 복장을 입고 거중기(옛 기중기)로 목재를 운반하는 품 잡는 데만 열을 올렸다. 그런 와중에 접착 효과도 의심되는 상태에서 일본산(産) 전통 단청을 칠했고, 귀한 목재를 구했지만 덜 마른 상태에서 기둥으로 세웠다. 그 결과 뚝뚝 떨어지고, 쩍쩍 벌어졌다.

 

 숭례문보다 관심을 덜 받는 지방의 많은 문화재가 걱정된다. 실제로 우려스러운 일이 자주 벌어진다.

 

 향교 건물 앞쪽 서까래가 썩었다고 한쪽 기와만 걷어내고 1년간 공사하더니. 장기간 쏠림 현상으로 몇 년 후엔 건물 전체가 기울어졌다. 5000만 원 들여 비석 보존 처리를 하고 보호각까지 손을 보더니. 1년간 걸렀다가 또 보호각과 배수로 정비로 5000만원이 투입됐다.

 

 천안시는 조그만 절에 3년에 걸쳐 시 전체 문화재 보수 예산의 약 30%를 쏟았다. ‘힘’이 센 주지 스님이 문화체육관광부ㆍ충남도의 문화재 예산을 따오면 천안시는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대응 투자를 해야 한다.

 

 

 전국 문화재 현장에서 장기적 계획 없는 땜질식 보수가 이뤄지고 있다. 눈 가리고 아웅 식 보수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세금이 새나가고 있다.

 

 숭례문 사건이 터지자 난리법석이다. 문체부가 전국 지정문화재 6752건에 대해 종합점검에 나섰다. “문화재 부실공사를 잡겠다”며 경찰청까지 나섰다. 그런데 불법묵인, 뇌물 수수 등 공무원 비위를 단속하겠다면서 당사자인 문화재청, 지자체 문화재 부서와 연계하기로 했으니….

 

조한필은?=충남 천안 출생. 고려대 사학과를 나와 동 대학원에서 한국고대사를 전공, 석사학위를 받았다. 중앙일보 편집부·전국부·섹션미디어팀 기자를 지냈다. 현재는 충청타임스 부국장 겸 천안·아산 주재기자로 활동하면서 공주대 문화재보존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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