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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성의 캘리포니안 드림(11) ··· AK 소총을 발명한 칼라시니코프의 한마디

얼마전 미국 주요 신문들의 기사에 일제히 1면 머릿기사로 실린 뉴스다. 94세를 일기로 사망한 미하일 칼라시니코프 장군의 부고 소식이었다.

 

그는 2 차 대전 중에 중사의 계급으로 참전 했다가 부상을 당하고 야전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AK소총을 개발한 사람이다. 동료 병사들이 소련군의 소총에 대해서 불평하는 말을 듣고 AK -47 자동 소총을 개발한 사람이다.

 

정확한 통계수치를 알 수는 없지만 진품과 짝퉁을 합쳐서 지금까지 대략 1억정 정도가 생산됐다고 한다. 각국의 정부군으로부터 테러주의자, 게릴라, 마약상들에 이르기까지 전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공격용 자동 소총으로 현재까지 명성을 떨치고 있다. 심지어 국기에 이 총 모양을 넣어 쓰는 나라도 있다.

 

칼라쉬니코프 본인은 여러 차례에 걸쳐 자기가 만든 총이 테러리스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무기로 쓰인다는 사실을 안타까워 한다고 했다.

 

세상의 많은 일들이 그렇듯이 밖으로 알려진 사실과 진실은 좀 다를 수도 있다. 이 AK 소총과 칼라시니코프를 두고서도 여러 가지 논쟁거리가 많다.

첫째는 본인이 여러 번에 걸쳐서 총기의 개발과정에 대해 이야기한 부분들과 자신의 영웅적 전투 행적에 관한 진술 중 서로 앞뒤가 맞지 않는 경우가 여럿 있고, ( 심지어는 자신의 부상 부위에 대해서도 엇갈린다 ) 둘째는 불우하고 어려운 성장 환경을 극복하고 국가적 위기를 타개한 영웅을 만들고자 했던 소련 정부의 정치적 선전에 의해 그의 모습이 과장되거나 극적으로 미화된 부분이 많다는 점, 그리고 본인도 끝내 인정했듯이 자기 혼자만의 노력이나 연구의 성과물이 아닌 여러 사람들의 협력에 의한 개발이었다는 사실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래도 이 사람이 분명히 손재주는 있어서 여러 번의 노력과 실패, 국가적 차원의 지원을 통해 현대 무기중 최고의 걸작품이라는 AK 소총을 만들어 내기에 이른다.

 

이 총은 저렴한 생산단가, 8 개의 단순한 부품, 부식에 강하고 진흙탕에서 건져 올려서도 바로 사격이 가능하며 모래나 먼지가 끼인 상태에서도 격발이 되는 기계적 탁월함 등의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월남전에서는 미 해병들이 자신들의 화기인 M16 소총이 작동이 되지 않으면 곧바로 북월맹군에게서 노획한 AK 소총을 들고 싸웠고, 나중에는 아예 시작부터 AK 소총을 들고 싸웠다. 이라크 참전 미군들도 M16의 개량형인 자신들의 M4 카빈 보다 월등한 파괴력(구경 7.62 mm으로 NATO 표준 구경의 5.56mm 보다 크다 )의 AK를 칭찬하는 형편이다.

 

단점이라면 100 야드 이상의 사거리부터 현격히 떨어지는 명중률인데 현대전의 대세인 근접 시가전에서 본다면 이건 크게 문젯거리가 되지도 않는다.

 

어떤 나라들은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이 총의 가격으로 경제지표를 가늠한다고도 하니 참 대단하기도 하다. 참고로 2005년도에 미화로 약 520 달러 가량 하던 것이 지금은 가격이 많이 올라서 아프가니스탄 같은 곳에서는 소총 1 정당 1,000달러를 넘긴다고 한다.

 

아무튼 아직도 매년 약 25 만의 사람들이 AK에 의해 사망한다고 하는데 이는 포격과 폭격, 로켓 공격에 의해 사망하는 숫자를 합친 것 보다 훨씬 많다. 그 발명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류 역사에 끼친 영향력으로 본다면 AK 소총이 핵무기와 우주왕복선을 제치고 좋든 싫든 20 세기 최고의 발명품으로 꼽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는 사람들이 이 총을 놓고 평가하는 도덕률이다. 여기서 부터 칼라시니코프와 그의 발명품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갈린다. 테러리스트나 반정부군 게릴라들에 의해 무고한 인명의 대량살상에 쓰여진 흉기라고 하기도 하고 반대로 훌륭한 무기를 나쁜 곳에 쓰는 사람들의 잘못이지 총이 문제가 아니라고 반박하는 결론 없는 해묵은 논쟁이 이 번에도 다시 벌어졌다.

 

칼라시니코프는 생전에 자신의 총은 공격용이 아닌 방어용이며 이 모든 살상은 총의 잘못이 아니라 폭력에 의존해야하는  '정치인들의 무능함과 무책임'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치인'? 이 것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말이다. 인간 폭력의 기원이 경제적인 것에서 시작되어 정치적인 것으로 바뀌어 가지만 단지 정치인들만의 무능함이나 타협 부족이 아니라 우리 인간의 본성 자체가 그 정도 인 것 같다. 지금껏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한 종교나 철학, 경제, 정치 제도는 없다.

 

아무리 내가 너보다 더 낫고 내 생각이 상대의 아이디어 보다 더 우월하다고 싸워 봐야 바뀌는 게 크지는 않으니 그저 견딜만 하면 그럭 저럭 살아가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지난 250 여년간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큰 정부' 와 '작은 정부'를 지향하며 엎치락 뒤치락 싸워온 미국은 상대가 좋아서라기 보다는 그냥 견딜만하다고 생각되면 다음 대통령 선거 4년을 기다리면서 버틴다.

 

물론 정보기관이 선거에 개입하는 일도 없고 철도 기관사들의 파업에 경찰들이 빌딩을 부수고 들어 가는 일도 없다. 그렇다고 파업하다가 교회로 들어가서 숨지도 않고 파병 나간 군인들이 실탄이 부족해서 다른 나라에서 꿔다 쓰는 일은 더더욱 없다. 그렇다고 그런 걸 문제 삼을 것 같지도 않지만 말이다.

 

멀리서 사는 내가 보기엔 답답하다. 세월이 흘러도 바뀔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 더 답답해진다. 통들이 그렇게 작은가 ?

죽은 칼라시니코프가 무덤에서 한 마디 할지도 모르겠다. "거 봐! 내가 뭐랬어 ? 딱 그 수준이라니까."
 

 

 

 

☞권혁성은?=경북 영일 출생.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와 백령도에서 해병대 하사관으로 복무했다. 포스코 경영기획실에서 잠시 일하다 태권도(6단) 실력만 믿고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짝퉁’ 티셔츠 배달로 벌이에 나섰던 미국생활이 19년을 훌쩍 넘었다. 현재는 캘리포니아 어바인에서 선라이즈 태권무도관의 관장·사범을 한다. 합기도와 용천검도(5단) 등 무술실력은 물론 사막에서 사격, 그리고 부기(Boogie)보딩을 즐기는 만능스포츠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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