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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완의 시론담론]서로 다른 '말과 행동' ... 반추와 자성, 통찰의 기회 돼야

 

홍종학 후보가 과연 사퇴 않고 버틸 수 있을까? 문재인 정부가 최근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를 임명하자 저서의 내용과 편법증여 의혹까지 불거져 논란에 휩싸였다.

 

장모로부터 수년 전 19억원 상당의 상가를 아내와 초등학생인 딸에게 등기하면서 당시 3000만원 정도의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해 모녀간에 채권·채무 관계를 맺어 수천만원의 이자를 주고 받은 것 처럼 꼼수를 부린 것이 드러났다.

 

또 그는 저서 중 ‘행복은 성적순’이란 내용 가운데 서울대가 마치 출세를 보장하는 기회로 여기도록 하는 학벌지상주의를 그려 놓는 등 각종 주장과 관련, 다양한 비판 여론이 형성되면서 인사청문회 통과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홍 후보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 활동과 국회의원 재직 당시 대기업을 암적 존재로 표현하거나 가진 자의 ‘부의 대물림’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등 평소 자신의 가치와 주장과는 달리 실제 삶은 크게 어긋난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장모가 자신의 아내에게 물려 준 재산을 딸에게 매매처럼 보이도록 채무관계를 맺는 증여는 부유층이 재산을 물려주기 위해 흔히 쓰는 방법이다. 14살 된 중학생 딸이 수년 전 초등학생 때 외할머니에게 증여를 받고도 엄마와 외조모에게 2억2000만원을 빚진 것으로 꾸민 뒤 매년 1000만원씩 이자를 갚도록 한 것.

 

이같은 증여방법은 불법이나 위법은 아니지만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세법의 허점을 노린 것이다. 홍 후보자의 도덕성은 여지 없이 생채기가 났다. 그는 공시지가로 신고한 재산만도 50억원으로 거의 부동산이다. 딸아이 앞으로 된 상가는 매달 500만원의 월세가 나오는데다 물려 받은 아파트 등 실거래 가격은 100억원대에 이르는 재산가다.

 

홍 후보자가 가천대 교수였던 1998년 집필한 ‘삼수 사수를 해서라도 서울대에 가라’(부제, 또라이 교수의 달꼬리 공부법)는 책의 일부 내용도 국민감정을 건드렸다. 책에서 “명문대를 졸업하지 못한 사람은 한계가 있다”면서 “출세를 하려면 반드시 명문대학을 가야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가방 끈’이 짧은 중소기업인을 비하하는 내용도 적혔다. 그는 “하나의 기술을 개발하거나 조그만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데 성공했는지는 몰라도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그들(중소기업 창업주)은 세계의 천재와 경쟁해 나갈 수 있는 근본적인 소양이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지독한 편견과 선입견이다.

 

이에 홍 후보자는 “정제되지 않은 표현들로 심려를 끼치게 한 것은 이유 여하를 떠나 사과드린다”며 몸을 낮추었지만 멋쩍게 웃음 띤 그의 여유로운 태도에서 진정성을 찾아보기란 어려웠다.

 

도대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어떤 자리인가? 명문대 졸업장이나 학벌 보다는 어렵게 기업을 창업한 불굴의 기업가 정신을 독려하는 자세와 약자인 영세기업을 보호하는 의지가 요구된다. 인간의 능력을 학벌로 판단하려는 홍 후보의 생각이 책임있는 장관직에 합당한지 의문스럽다.

 

이 밖에도 자신의 논문과 각종 세미나에서 재벌을 암세포에 비유하는 등 편향된 재벌관을 드러내 논란을 일으켰다. “재벌이 끊임없는 확장으로 중소기업을 몰락시키고, 죽어야 할 때 죽지 않고 끊임없이 자금을 끌어다 써 다른 기업에 피해를 주고, 결국 망할 때는 국가 경제 전체를 휘청이게 한다”고 주장했다.

 

또 “박정희는 나치와 비슷하고 산업화 과정에서 개발독재에 매몰된 인간”이라고 폄하 하는 등 그동안 보였던 행태와 모순된 언행이 드러남에 따라 여권 내부 조차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문제가 불거지자 야당은 일제히 ‘문정권의 잇따른 인사참사’라면서 코드인사와 가족의 증여세 회피, 학벌주의적 철학 등을 거론하면서 다음달 10일 열릴 인사청문회에서 송곳 검증을 벼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예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자 여권은 배수진을 친 분위기다. 홍 후보가 8번째 중도포기자로 낙마될 경우 청와대 '인사시스템'에 치명타를 입을 것을 우려하여 일부 야당과 연대, 후보자의 정책과 비전, 업무계획을 보고 평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초 청와대는 기자들의 질문에 “자체 검증결과 사전에 공개할 만한 특별한 흠결이 없었다”고 밝혔다. 박 전 후보가 27번째 검증하여 뽑았으나 사퇴하고, 홍 후보자가 50번째 검증한 후보로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이지만 새정부의 인재풀이 빈약하다는 의문을 갖도록 하는 대목이다.

 

어렵게 임명한 홍 후보지만 반드시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만 문 정권의 초대 내각이 완성된다. 하지만 바둑에서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둔다’는 말처럼 힘들게 구한 장관이 또 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이번에 낙마하면 조국수석 등 인사라인이 크게 책임져야 할 형편이다.

 

홍 후보자는 후보 지명 뒤 첫 소감에서 "중소기업을 괴롭히는 대기업이나 재벌이 있다면 저부터 상대해야 할 것"이라며 “재벌에 맞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이익을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 주었다.

그런 각오를 실행할 수 있겠다면 좋겠다.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로 부터 심각한 질문과 거센 비판을 받더라도 홍 후보자는 ‘말과 행동’이 다른 자신의 모습을 뒤돌아 봐야 한다. 그가 새로운 통찰력을 키우는 기회가 되길 빈다. [제이누리=김선완 객원논설위원]

 

김선완은?=영남대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앙일보 정치부·사회부 기자 생활을 거쳐 현재 에듀라인(주) 대표이사. 한국리더십센터 영남교육원장을 맡고 있다. 경북외국어대 통상경영학부와 경북과학대학 경영학과에서 교수 생활을 하기도 했다. 사단법인 산학연구원 이사 및 부원장, 대구·경북 지방자치학회 연구위원으로 활동중이다. ‘마케팅의 이론과 실제’, ‘판매관리의 현대적 이해와 해석’, ‘리더와 리더십’ 등의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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