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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번역 시비 읽으며 과거로의 여행[53회] 오현단에 조성된 오현의 시비(詩碑)
문영택  |  yeongtaek241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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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4.13  08:5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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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와 고등학교 시절을 제주시에서 보낸 필자는 제주성지와 오현단 주변의 길로 등하교를 했다. 최근 복원된 제이각(制夷閣) 주변을 가끔 찾아가곤 한다.

최근에 방문한 귤림서원 옛터에서 만난 충암 김정·동계 정온·청음 김상헌·규암 송인수·우암 송시열 등 5현이 쓴 대표적 시를 원본과 함께 양중해 교수에 의해 우리말로 번역된 시비를 읽으며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충암 김정의 임절사(臨絶辭)

외딴섬에 버려져 외로운 넋이 되려하니 / 어머님 두고 감이 천륜을 어기었네 / 이 세상을 만나서 나의 목숨 마쳐도 / 구름을 타고 가면 하늘 문에 이르리 / 굴원을 따라 떠돌고도 싶으나 / 기나긴 어두운 밤 언제면 날이 새리 / 빛나던 일편단심 쑥대밭에 묻게 되면 / 당당하고 장하던 뜻을 중도에서 꺾임이니 / 아! 천추만세에 내 슬픔을 알리라

   
 

규암 송인수의 고충(孤忠)

외로운 충신이라 / 목숨도 가벼워 / 짧은 노에 맡겨 / 잠겼다 떴다 하였으니 / 해는 저물고 / 제주섬은 먼데 / 혼 부르는 이 마음 더더욱 / 아득하구나

동계 정온의 야음(夜吟)

등불을 돋우며 짧은 칼을 보다가 / 달빛 속을 거닐며 한밤중에 섰네 / 하늘과 땅 사이 남쪽 바다는 멀고 / 별자리 북극성도 아득하구나 / 작은 내 마음이 득이나 벼슬에는 욕심이 없고 / 어부나 나무꾼 같은 작은 소원뿐이라네 / 문설주에 기대어 미친 듯이 노래 불렀더니 / 사람들은 저 선비 교만하다 말하는구나

   
▲ 문영택 전 교육국장

청음 김상헌의 모흥혈(毛興穴)

쓸쓸한 옛 혈에는 찬 연기 자욱한데 / 세 어르신 나오신지 몇 해나 되었을까 / 그날에 자연스레 배필을 맞으시고 / 훗날에는 또 다시 신선되어 가셨다네 / 향을 사르던 풍속 천추에 남고 / 혼인하던 옛 습속도 백세에 전해지니 / 쓰러진 비 일으키며 사시던 곳 찾으려고 / 금강사 밖 사적단 앞을 오늘도 서성거리네

우암 송시열의 해중유감(海中有感)

여든이 넘은 늙은이가 만 리 푸른 물결 한 가운데 왔도다 / 말 한마디가 어찌 큰 죄랴마는 세 번이나 내쫓겼으니 앞이 막혔구나 / 북녘대궐을 향해 머리를 돌려보지만 남쪽 바다에는 계절풍만 부네 / 귀한 옷을 내리셨던 옛 은혜를 생각하면 외로운 충성심에 눈물만 흐르는 구나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문영택은?
= 4.3 유족인 부모 슬하에 부산 영도에서 태어났다. 구좌중앙초·제주제일중·제주제일고·공주사범대·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프랑스어교육 전공)을 졸업했다. 고산상고(현 한국뷰티고), 제주일고, 제주중앙여고, 서귀포여고, 서귀포고, 애월고 등 교사를 역임했다. 제주도교육청, 탐라교육원, 제주시교육청 파견교사, 교육연구사, 장학사, 교육연구관, 장학관, 중문고 교감, 한림공고 교장, 우도초·중 교장, 제주도교육청 교육국장 등을 지냈다. '한수풀역사순례길' 개장을 선도 했고, 순례길 안내서를 발간·보급했다. 1997년 자유문학을 통해 수필가로 등단, 수필집 《무화과 모정》, 《탐라로 떠나는 역사문화기행》을 펴냈다. 2016년 '제주 정체성 교육에 앞장 서는 섬마을 교장선생님' 공적으로 스승의 날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지난 2월 40여년 몸담았던 교직생활을 떠나 향토해설사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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