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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성의 캘리포니안 드림(1)

 제가 사는 곳 얘깁니다.

 

아침·저녁 출·퇴근 길에 잠시 잠깐씩 도로를 타면 태평양을 끼고 달리는 구간이 있습니다. 어찌 보면 많은 사람들이 누리지 못하는 축복인 듯도 합니다.

 

계절따라 혹은 하루의 시간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바다의 색깔은 참 아름답습니다.

이제 제법 오래 동안 같은 길을 다니다보니 바다의 색깔만으로 계절이 바뀌고, 시간이 흐르는 걸 짐작할 경지에 까지 이르렀습니다. 때맞춰 계절이 바다를 바꾸는 건지 바다가 계절을 바꾸는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남 캘리포니아에 드리운 만추의 바다는 지금 녹색과 쪽빛으로 나뉘어 출렁입니다. 며칠 전에 내린 때 이른 소낙비 탓이지요. 가을이면 당연히 단풍으로 물든 산을 보고 계절의 변화를 알아야 할 텐데 저는 대신 바다를 읽고 있습니다.

 

산에는 '단풍'이란 멋지고 사뭇 시(詩)적이기까지 한 단어가 있지만 바다에는 단풍에 견주어 쓸 만한 말이 없습니다.

 

그래도 풍류를 알았던 조상님들 덕에 '단풍'이란 말이라도 있으니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영어로는 그저 'changing of colors' 라는 밋밋한 말 뿐이니..

 

왜 이렇게 바다이야기를 길게 늘어 놓느냐고요?

 

제가 나고 자란 가난했던 고향의 바다 '영일만'이며, 군대시절을 보낸 아픔과 분단의 백령도 앞바다, 처음 미국 와서 고생할 때 쳐다보며 절망하던 뉴욕의 대서양, 몇 해 전에 어린 아들과 함께 다녀왔던 맑디 맑은 제주의 바다 등등. 그리 길지 않은 제 인생의 부분 부분이 이래 저래 바다에 잠겨있습니다.

 

산은 때로 거칠게 사람을 막아서기도 하지만 바다는 사람과 사람, 세상과 세상을 이어줍니다. 제가 아침 저녁으로 보는 태평양은 결국 영일만에, 백령도에, 그리고 제주의 앞바다에 닿아 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바다는 늘 새로운 만남에 대한 설레임입니다. 바다는 희망이고 꿈입니다. 잠시 잊고 살던 고향을 다시 생각케 해주는 그리움의 다리입니다.

 

바다를 끼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남다른 꿈과 용기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미지의 도전에 두려움 대신 가슴 벅찬 설레임이 있어야 할 것이며, 드넓은 바다가 가르쳐 주는 인내와 아우름의 아름다움을 배울 일입니다. 이는 많이 모자라는 저의 욕심이기도 합니다.

 

태평양과 닿아 있는 제주에서 힘찬 비상의 꿈을 꾸는 아름다운 이들에게 처음으로 저의 마음 한자락을 잘라 보내드립니다.

 

내일 아침에 다시 만날 황금빛 찬연한 가을 바다를 기다리는 밤이 깊어갑니다.

 

권혁성은? =경북 영일 출생. 백령도에서 해병대 하사관으로 복무했다. 포스코 경영기획실에 잠시 일하다 태권도(6단) 실력만 믿고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짝퉁’ 티셔츠 배달로 벌이에 나섰던 미국생활이 17년을 훌쩍 넘었다. 현재는 캘리포니아 어바인에서 선라이즈 태권무도관의 관장·사범을 한다. 합기도와 용천검도(5단) 등 무술실력은 물론 사막에서 사격, 그리고 부기(Boogie)보딩을 즐기는 만능스포츠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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