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에 아내와 동네 마켓을 들렀다가 한국 소주 아홉병이 나란히 진열된 걸 봤습니다. 참 반갑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서 냉큼 사진을 찍어 놓았습니다. 흔히 미국사람들이 Grocery라고 부르는 제법 큰 규모의 식품점(한국식으로 하자면 마트)에 그것도 주로 백인들이 주고객인 마켓의 입구에서 발견한 고국의 소주. 누가 차게 해서 마시는 게 더 맛있다고 귀띔이라도 해줬는지 냉장고에 가지런히 눕혀져 있습니다. 미국 술들은 다 세워져 있는데 특이하게도 소주병만 누워 있습니다. 시간이 됐으면 매니저한테 왜 뉘어놨냐고 물어 봤을텐데 그걸 못했습니다. 저는 술을 마시지는 않지만 '한류의 힘'을 여기서까지 보여주는 듯해서 은근히 기분이 좋았습니다. 미국에도 이제 꽤 알려진 (비록 중국설로 불리우지만) 음력설날 팔려고 내놓은 건지, 아니면 미국에서 1년중 하루 맥주소비량이 가장 많은 슈퍼볼게임(Super Bowl Game)을 코앞에 두고 내놓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한국의 소주가 미국에서 제법 인정받고 있는 듯 합니다. 예전에는 Trader Joe's 같은 곳에서 갈비 양념장을 병에 넣어 파는 걸 본적이 있는데 이젠 뭐가 들어올까요? 미국에 처음으로 들어온 한류(韓
우리 전통 칼에 대한 수많은 질문에 대해 속 시원히 대답을 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앞에서 얘기한 대로 절대적으로 부족한 자료의 탓이 크다. 즉 현재 남아 있는 칼의 숫자도 미미하거니와 백동수, 박제가 등이 편찬한 [무예도보통지]를 제외하고는 그다지 체계적인 무술서나 검술 교본이 없다는 게 큰 어려움중의 하나다. 이도 동양삼국의 무예를 다 모아 정리한 책으로서의 가치는 높지만 한국 전래의 무술비급은 아니기 때문에 한국 전통 검술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로서는 분명 한계가 있다. 근래에 이러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민족주의적인 관점에서 우리 칼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으나 이들 역시 편협한 국수주의적 오류에 휩쓸리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이 때문에 후세에 와서 만들어진 문학적 허구와 빈약한 사실이 혼재되어 진실로 둔갑하기도 하는 슬픈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일본도와 조선검의 차이를 칼의 휜 정도, 손잡이 매듭 문양, 검막의 문양, 칼집의 구조에 따라 달라지는 패용 방식, 칼 길이의 차이 등으로 기준을 삼아 얘기하는 정도인데 원래 문화라는 것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변화 발전한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그리 대단한 차이는 아닌 것 같다. 인류 역사
우리가 보통 '칼' 이라고 부르는 무기는 일반적으로 '검(劍·sword)'과 '도(刀·blade)' 로 나뉜다. 한자의 모양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검은 양날, 도는 외날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이 두 가지의 구분이 다소 모호해졌으나 일단 기본은 그렇다. 석기시대부터 따지자면 검의 역사가 도의 역사 보다는 더 오래됐다. 청동기 시대의 비파형 세검을 비롯해서 삼국시대의 환두대도와 같은 직검, 우리가 잘 아는 칠지도 같은 칼을 보면 이해가 쉽다. 서양에서도 그리스 시대를 거쳐 로마 시대의 검투사(gladiator)들이 쓰던 칼인 gladius, 십자군 전쟁, 중세이후의 Broad Sword 또한 양날 검이다. 검의 주된 용도가 찌르기인 것이라면 도는 베기인데 이는 칼 무게의 차이와 칼날의 날카로움의 차이로 나타난다. 양날의 '검'에서 외날 '도' 로의 전이는 고대 전장에서 입던 갑주의 변화에 대한 반응이라고 보는 설득력 있는 견해도 있다. 이와 함께 야철 및 제련술의 발달로 인한 칼의 경도 증가 또한 보다 가볍고 효율적인 도의 발전을 불러온 듯하다. 그러나 조선시대의 인검에서 보듯 검이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다. 그러면 우리 조상님네는 '
조선검 1회에서 제가 사는 곳 얘기를 드렸습니다. 제 약력소개도 있었던 지라 대강 어떤 사람이라는 것도 아셨을 것으로 봅니다. 저는 한국의 검, 즉 조선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제 차 트렁크엔 낡은 도복 한 벌과 조선검 한 자루가 실려 있습니다. 바로 그 조선검! 그 얘기를 드립니다. 아무래도 이야기가 길어질듯 해서 두 번에 나누어서 쓸까합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조선검(상) (내가 사는)캘리포니아에는 세계 각국의 온갖 무술이 다 들어와 있다. 미국 서부는 지리적 여건으로 인해 동부쪽 보다 먼저 동양문화가 들어왔고, 이에 맞추어 한·중·일 동양 삼국의 대표적인 무술이 따라 들어오게 된 듯 싶다. 이민자들의 나라답게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한 포용력 내지는 수용력이 강한 것이 미국의 강점이다보니 다들 이렇게 저렇게 어울려서 살아가고 있다. 세계 일주 여행을 안 하고도 모든 나라의 고유한 음식을 거의 다 맛 볼 수가 있는 데가 미국이다. Greater Los Angeles 지역에서만 쓰이는 서로 다른 언어가 100여개가 넘는다. 어느 정도까지는 다들 서로 이해하고 존중해 주면서 살아가며 또 미국 문화에 적응, 변화 돼 간다. 그
제가 사는 곳 얘깁니다. 아침·저녁 출·퇴근 길에 잠시 잠깐씩 도로를 타면 태평양을 끼고 달리는 구간이 있습니다. 어찌 보면 많은 사람들이 누리지 못하는 축복인 듯도 합니다. 계절따라 혹은 하루의 시간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바다의 색깔은 참 아름답습니다. 이제 제법 오래 동안 같은 길을 다니다보니 바다의 색깔만으로 계절이 바뀌고, 시간이 흐르는 걸 짐작할 경지에 까지 이르렀습니다. 때맞춰 계절이 바다를 바꾸는 건지 바다가 계절을 바꾸는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가을 해질녘 태평양/남 캘리포니아에 드리운 만추의 바다는 지금 녹색과 쪽빛으로 나뉘어 출렁인다. 남 캘리포니아에 드리운 만추의 바다는 지금 녹색과 쪽빛으로 나뉘어 출렁입니다. 며칠 전에 내린 때 이른 소낙비 탓이지요. 가을이면 당연히 단풍으로 물든 산을 보고 계절의 변화를 알아야 할 텐데 저는 대신 바다를 읽고 있습니다. 산에는 '단풍'이란 멋지고 사뭇 시(詩)적이기까지 한 단어가 있지만 바다에는 단풍에 견주어 쓸 만한 말이 없습니다. 그래도 풍류를 알았던 조상님들 덕에 '단풍'이란 말이라도 있으니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영어로는 그저 'changing of colors' 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