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1.3%로 올라섰다. 시장 전망치(0.5∼0.9%)를 크게 웃돌았다. 2021년 4분기 이후 2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3.4%로 2년 만의 3%대 성장률이니 ‘깜짝(서프라이즈) 실적’이라고 할 만하다. 그런데 속내는 그리 좋지 않다. 민간소비가 의류 등 재화, 음식ㆍ숙박을 비롯한 서비스가 기지개를 켜며 0.8% 증가했다. 건설투자도 건물ㆍ토목 건설 모두 괜찮아지면서 2.7% 늘었다. 하지만 상황이 나빴던 직전,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하는 기저효과로 증가율 수치가 높아진 측면이 강했다. 건설투자를 전년 동기와 비교하니 –0.6%였다. 정부소비(-0.6%)도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였다. 가라앉은 기업 경기를 반영하듯 설비투자(-0.8%)도 줄었다. 결국 1분기 성장률을 떠받친 것은 반도체와 휴대전화를 중심으로 늘어난 수출이었다. 직전 분기 대비 0.9%, 전년 동기 대비 7.1%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10월부터 글로벌 경기가 반등한 반도체 수출 회복이 크게 기여했다. 대통령실은 “수출과 내수가 균형 잡힌 회복세”라고 진단했지만, 절반 정도만 맞다. 내수는 부진했던 직전 분기와 비교하는 기저효과로 수치
민심이 매섭게 회초리를 든 총선이 끝나고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새 ‘선거 효과’는 사라져가는 모습이다.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을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자세를 낮추더니만, 22대 국회 출범을 앞두고 국회의장과 여야 정당 원내대표로 거론되는 인사들의 면면과 출사표를 보면 걱정이 앞선다. 제1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선 이른바 ‘찐명(진짜 친이재명)’계가, 여당인 국민의힘에선 ‘찐윤(진짜 친윤석열)’계가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새로 시작하는 국회의 주요 포스트가 계파색 짙은 강경파 인사로 채워지면 당내 갈등은 물론 여야 관계가 삐걱대며 국정 현안과 개혁 과제들이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민주당 몫 국회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은 “기계적 중립은 없다”며 선명성 경쟁을 하고 있다. 국회법은 의장의 당적 보유를 금지한다. 대한민국 입법부를 상징하는 대표성, 국가 의전 서열 2위의 위상, 비중이 큰 의원외교 업무 등에 합당한 품격을 갖춘 의장을 기대해서다. 중립성 원칙을 무시하면서 소수 정당을 배려하는 초당적 국회 운영 의지와 정치적 균형추 역할을 팽개쳐선 곤란하다. 게다가 민주당 차기 원내대표 후보로는 강성 친명계 인사로 교통정리가 되는 분위기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상황이 ‘더 심각하게, 더 오래’ 지속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경제의 ‘홀로 호황’에 따른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원ㆍ달러 환율이 급등했다. 중동 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들썩이고, 4·10 총선 전에 억제됐던 식품·외식업체들의 가격 인상이 잇따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6일 장중 한때 1400원을 넘어섰다. 이튿날 한국과 일본 재무장관이 공동 구두 개입에 나서자 1380원대로 내려갔지만, 고환율 추세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1400원대 환율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미국이 급격하게 금리를 올리고 레고랜드 사태가 터진 2022년 등 세차례뿐이었다. 고금리 상황도 지속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가뜩이나 끈적한(sticky) 물가가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에 따른 중동지역의 긴장 고조로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동반 상승하면서 상방 압력을 받고 있다. 고금리에도 탄탄한 미국 경제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신중해지면서 금리인하 시점은 더 늦어질 전망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16일 “물가상승률 2.0%에 대한 확신을 얻기까지 예상보다 오래 걸릴 것
민심의 회초리는 매서웠다. 4ㆍ10 총선은 야당 압승과 여당 참패로 귀결됐다. 더불어민주당과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 175석, 여기에 조국혁신당과 개혁신당, 새로운미래, 진보당까지 포함하면 192석의 ‘거야’가 탄생했다. 총선에서 표출된 민의는 안정보다 견제와 변화였다. 선거기간 내내 정권심판론이 다른 이슈를 압도했다. 국민의힘이 ‘이(이재명)ㆍ조(조국) 심판론’으로 맞서며, 각종 초대형 공약을 쏟아냈지만 통하지 않았다. 여당의 참패는 집권세력 전체에 대한 심판 성격이 짙다. 국민은 소통과 타협을 외면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에 레드카드를 꺼내들었다. 국민의힘에 있어서 윤 대통령의 낮은 국정수행 지지도는 구조적 족쇄였다. 이태원 참사와 해병대 채 상병 순직 등 국가적 재난과 비극에 책임지는 이가 없었다. 오히려 해병대 외압 수사 의혹 피의자인 전 국방장관의 호주대사 임명과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발언 등으로 무책임 이미지를 키웠다. 고물가와 의정(醫政) 갈등 등 민생 현안 해소에도 실패해 불통ㆍ무능력 이미지를 더했다. 원내 1당이 된 민주당은 스스로 잘해서가 아니라 현 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의 반사이익을 얻은 측면이 상당하
3월에도 물가가 크게 올랐다. 2월, 3월 두달 연속 3%대 상승률이다. 3월 평균 상승률이 3.1%이지, 사과는 88.2%, 배는 87.8% 올랐다. 농축수산물 가격이 11.7% 뛰었다. 장보기가 무서울 지경에 이르면서 물가 문제가 총선의 최대 화두로 등장했다. 정부가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기존 예산 434억원 외에 1500억원을 투입해 과일과 채소 등 21개 품목의 납품단가와 할인 판매를 지원했다. 게다가 윤석열 대통령은 2일 국무회의에서 “물가 안정을 체감할 수 있도록 긴급 농축산물 가격 안정 자금을 무제한, 무기한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총선을 앞두고 더 많은 돈을 풀어 농산물 가격을 낮추겠다는 뜻이다. 유통구조 개선과 이상기후 대응 등 중·장기적 대책 대신 즉각적으로 가격을 낮추는 효과를 볼 수 있는 재정 정책을 선택했다. 하지만 이는 그동안 정부가 강조해온 ‘건전재정’ 기조와 배치된다. 정부의 각종 지원·할인 정책이 수요·공급 원리에 따라 움직여야 할 수요를 자극하면서 가격 상승을 부채질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철 과일이 아닌 사과나 배의 가격 통제에 집중하면 제철 과일을 출하하는 농민에게 손해를 끼칠 가능성도 있다. 도매상 납품단가와 유
22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3월 28일, 여야 정당들은 네거티브 공방을 주고받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개같이 하는 사람이 문제”라고 말했다. 야당들은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고 응수했다. 사실 그간의 여야 행태를 보면 유권자인 국민은 안중에 없었다. 역대 최악의 공천에다 공약도 상당 부분 과거 내세웠던 것을 재활용했다.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거나 후유증까지 우려되는 선심성 포퓰리즘 정책이 부지기수다. 여야 정당은 서로 베낀 듯 비슷한 개발·선심성 공약을 내세우면서 정작 재원에 대해선 말이 없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둘 다 철도 지하화와 간병비 지원 공약을 내놨다. 철도 지하화는 약 50조원, 간병비 급여화는 연간 10조원이 소요된다. 민주당은 국민 1인당 25만원씩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공약했다. 하지만 두 정당 모두 구체적 재원 마련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현실성과 타당성이 없는 포퓰리즘은 ‘공약 냉소주의’를 부채질할 뿐이다. 여야는 ‘우리 정당이, 후보가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보다 상대 정당과 후보를 향한 공격을 일삼았다. 서로 상대를 ‘종북 세력’ ‘친일 세력’으로 규정하며 선거를 갈등 프레임 대결로 끌고 가
정부가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폐지를 선언했다. 문재인 정부가 시세의 90%까지 끌어올리겠다며 높여온 것을 시행 이전 수준으로 되돌린 데 이어 아예 없던 일로 하겠다고 공식화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민생토론회에서 “더 이상 국민이 마음 졸이는 일이 없도록 무모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전면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공시가격은 전년도 말 기준 부동산 시세에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반영률)을 적용해 산출한다. 이는 재산세·종합부동산세와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등 67개 행정 제도의 기준으로 활용된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11월 공시가격이 시세를 한참 밑돌아 조세 형평성을 해친다며 공시가 현실화율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로드맵을 내놓았다. 공시가 현실화율을 2035년까지 90%로 높이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도입 첫해인 2021년부터 상당한 반발에 부닥쳤다. 부동산 보유세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2016~2020년 4~5%대 상승률을 보였던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로드맵 도입 이후 2021년 19.05%, 2022년 17.2% 치솟았다. 그 결과, 주택에 부과된 재산세는 2020년 5조8000억원에서 2022년 6조7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종합부동산세도 같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가 11일 두가지 연금개혁안을 제시했다. 노동계, 사용자, 지역가입자, 청년, 수급자 단체 대표 등 36명으로 구성된 의제 숙의단이 2박3일 합숙토론을 거쳐 내놓은 개혁안이다. 4월 중 500명의 시민대표단이 투표로 둘 중 하나를 결정하도록 돼있다. 내는 돈(보험료율)을 소득의 9%에서 13%로 늘리고, 받는 돈(소득대체율)도 40%에서 50%로 늘리는 것이 1안이다. 내는 돈을 12%로 늘리지만 받는 돈은 현행을 유지하는 것이 2안이다. 수급개시 연령을 만 65세로 유지하고, 의무가입 상한연령은 59세에서 64세로 높이는 안도 채택했다. 1안은 ‘소득 안정’에, 2안은 ‘재정 안정’에 방점을 뒀다고 밝혔다. 현행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9%이고, 기금 규모는 1035조8000억원(2023년 말)이다. 이대로 유지하면 국민연금 기금은 오는 2055년 바닥난다. 일본은 연금 줄 돈을 100년 치, 캐나다는 150년 치 쌓아두고 있는데 한국은 31년 치밖에 없다. 1990년생이 노령연금을 받을 65세가 되면 연금 기금이 고갈된다는 얘기다. 그런데 공론화위가 내놓은 두가지 개혁안 중 어느 것을 선택해도 연금기금 고갈 예상 시점이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1%로 다시 3%대로 올라섰다. 지난해 8~12월 3%를 웃돌던 것이 올 1월 2.8%로 안정되나 싶더니 한달 만에 3%대로 회귀했다. 정부의 물가안정 목표(2%대)에서 그만큼 멀어졌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특히 농산물 물가가 20.9% 올랐다. 괜히 ‘금사과’로 불리는 게 아니다. 사과(71.0%)·배(61.1%)는 물론 대체재이자 대표적 겨울 과일인 귤(78.1%)값도 뛰었다. 신선 과일값은 평균 41.2% 치솟았다. 1991년 9월(43.9%) 이후 32년 5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파·배추 등 신선 채소류도 12.3% 올랐다. 지난해 3월(13.8%)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외식 물가 상승률도 3.8%로 전체 평균(3.1%)보다 0.7%포인트 높았다. 이런 현상은 벌써 33개월 연속 이어졌다. 지난해 이상기후 영향과 계절적 요인, 설 특수가 지나면 누그러들겠지 했는데 과일·채소값 폭등세는 멈출 줄 모른다. 채소와 과일 등 농산물 가격과 외식물가 상승은 체감경기에 직격탄이다. 서민들 입에서 “외식은커녕 집밥 먹기도 힘들다”는 한숨이 쏟아진다. 가히 ‘생활물가 쇼크’이자
2023년 4분기 합계출산율이 0.65명으로 내려갔다. 출산율 0.6명대는 사상 처음이다. 지난해 연간 출산율은 0.72명으로 0.7명대에 턱걸이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출산율이 1.0명에 못 미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세계적으로 0.7명대 출산율을 기록한 국가는 한국 외에 2년째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뿐이다. 한국은 2020년 세계 최초로 출산율 0.8명대에 진입했다. 그로부터 2년 만에 0.7명대로 떨어진 출산율은 다시 2년 만인 올해 0.6명대로 추락할 전망이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저출산국으로 기록된 한국은 출산율이 과연 어느 수준까지 내려갈지에 대한 세계적 연구 대상이 됐다. 지난해 해외 언론과 학자들이 “한국은 망했다” “중세 흑사병보다 더한 인구 격감”이라고 분석 평가했다. 2월 28일 통계청의 지난해 4분기 출산율 발표에 맞춰 영국 공영방송 BBC는 ‘한국 여성들은 왜 아이를 낳지 않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웹사이트에 실었다. 아사히·요미우리·닛케이 등 일본 신문들도 ‘급속한 저출산, 일본의 미래인가’ 등 제목으로 다뤘다. 정부는 2006년부터 5년 단위로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내놓았다. 16년 동안 280조원
총선을 40여일 앞두고 정당들의 후보 공천과 이를 둘러싼 잡음으로 정치권이 시끄럽다. 또한 의과대학 정원 증원 문제를 둘러싼 의사단체와 정부 간 마찰,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과 병원 근무 중단으로 사회가 불안하고 혼란스럽다. 정치·사회 분야 곳곳에서 갈등과 대립, 다툼이 노골화하고 관련 뉴스가 블랙홀처럼 다른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 세상의 이목이 총선과 치킨게임 양상의 의정(醫政) 충돌에 집중하는 사이 민생은 고달프고 멍들어가는 형국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2일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연 3.5%인 기준금리는 지난해 1월 말부터 1년 넘게 동결됐다. 과일과 식료품, 외식 물가가 고공 행진하는 등 물가 오름세가 여전히 불안한 데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하는 상반기에 어렵고, 미국이 금리를 낮출 것으로 예상되는 하반기에나 검토될 전망이다. 고금리 상황에서도 가계부채는 1월에도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계속 불어나며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집을 사거나 전세를 얻기 위해 빌린 돈을 갚으려면 부지런히 일해 벌어야 할 텐데 일자리 사정이 여의치 않다. 1월 취업자 수가 2774만3000명으로 지난
설이 지나고 봄이 오는데 서민 살림살이는 여전히 한겨울이다. 먹거리를 중심으로 물가의 고공행진이 멈추지 않아서다. 물가 오름세는 2년 연속 서민 가계를 위협했다. 2022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1%로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물가상승률도 3.5%로 높았다. 정부는 올해 물가상승률이 2%대 중반으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2월 들어 물가안정을 위협하는 3대 변수가 들썩이고 있다. 국제유가와 먹거리 가격, 대중교통 요금이 그것이다. 국제유가는 물가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 먹거리 가격과 교통요금은 서민생활과 직결된다. 가장 큰 변수는 기름값이다. 지난해 말~새해 초 안정됐던 국제유가가 2월 들어 상승세로 돌아섰다.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80달러대로 재진입했다. 중동전쟁 확산 우려와 석유수출국기구(OPEC), 미국의 원유 생산 감소 등이 영향을 미쳤다. 그 여파로 전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이 리터당 1600원을 넘어섰다. 경유 가격도 1500원대에 진입했다. 하지만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는 오는 29일 종료되는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를 연장하는 정도다. 현재 휘발유에 25%, 경유와 LPG 부탄에는 37% 인하율을 적용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