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피로 묘사한 한라산의 노을/ 오동명 작 겨울이 지나 봄이 온 듯 한데 여전히 눈의 연속입니다. 우리가 아는 자연을 깨버리는 자연의 반전, 데우스 엑스 마키나에 또 온난화 등등 하늘의 노여움이 아닌가, 하늘을 보며 우려하고 걱정합니다. 지난해 11월 5일 제이누리 창간기념식장을 찾아가던 때에는 제주관측사상 11월 최고의 기온을 기록했다는 뉴스를 제주시에서 서귀포시로 넘어오는 시외버스 안에서 땀을 닦으며 들었습니다. 제주도 3년차인 내게 제주 밖 다른 이들로부터 제주도에서 가장 좋은 곳을 물어오면 생각할 것도 없이 ‘하늘’이라 했던 나도 요즘 같은 하늘론 고개를 갸웃하게 합니다. 사실 지난 해 10월 초 거의 두 주 가까이 내 눈도 내 입도 쩌억 벌어져 헤벌쭉한 광대이게 한 하늘에 미쳐 하늘 따라 방황을 했더랬습니다. 이 방황은 부산함을 전제로 한 동중정의 행태로서가 아니라 부동의 그 자리에서 마주하는 정중동의 사색으로 이끌어준 마음여행이었습니다. 미국영화에선가, ‘창조주가 있다면 아마도 창조주는 화가일 것이다’라던 대사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하는 하늘은 색으로든 형으로든 참으로 변화무쌍하면서도 전혀 동요를 강요
새들로 꽉 찬 천수만의 하늘은 막힌 바다처럼 좁다 새들로 채워질 만큼의 하늘 제주도 최남단 바다의 하늘은 새가 적다 새들이 채울 수 없을 만치 넓다 너무 맑아 지나치게 투명한 제주도 바다 새가 없다 너무 지나쳐도 바다가 외롭다 하늘도 외롭다 사람도 외롭다 상상으로 바다를 에두르니 새가 날아든다 달도 에우듯 둥글어야 덜 쓸쓸하다 겨울 봄 여름 마음으로 채운 하늘에 새 하나 날아든다 하늘은 더 깊어진다 떼로 날아든 하늘은 더 넓어진다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하늘은 깊지만 쓸쓸하다 구름으로 가려진 하늘은 좁지만 변화가 무쌍하다 구름 없던 어제 구름 채운 오늘 구름에 내주고도 그곳은 하늘 이래서 제주도 최고의 여행지는 하늘이다 하늘을 마주 볼 수 있어도 하늘을 우러르지 않아도 고개가 숙여진다 무궁하게 변화하여도 늘 그 곳 그 자리인 하늘은 언제라도 피하질 않는다 감싸주는 너른 품을 가진 어머니이며 돌아서서 안는 등을 가진 아버지이다 마다 않고 갈대의 배경이 되어주고 주저 않고 억새의 바람이 되어준다 ▲ 오동명 사진작가 지난 봄과 여름, 우리 곁을 날던 제비가 사라지고 없습니다. 제비가 채운 제주 땅에 그리 많지 않은 철새들이 떼 지어 그 자릴 메워줍니다. 지난
▲ 오동명 사진작가 “불편해졌어. 올레길인가 뭔가 생긴 뒤로 우리네 마당을 빼앗긴 것 같아. 대대로 살아온 우리의 의사는 무시한 채 우리 동네 길을 마음대로 빼앗아 마치 자기네들 길인 양 법인인가 재단인가 만들어 개통식을 치루지 않나, 지 맘대로 들이니 이거야... 이런 돼먹지 못한 경우가 있겠나. 외지사람들이 다니니 옷도 맘대로 입고 나오질 못하니, 이거야.” “자네도 그런가? 이미 나 있는 길에 뭔 개통식이란 말이냐고. 내가 일자무식이지만 미국땅에 엄연히 잘 살고 있던 사람들이 있었건만 그걸 빼앗아 신대륙 발견이니 어쩌구 저쩌구 이것과 뭐 다른가? 뭐가 다르겠냐고? 나도 여기로 나올 땐 전처럼 집에서 입던 옷 그대로 입고 나올 수가 없어 불편한 게 이만저만이 아니네.” “그러게 말일세. 우리 같은 무지랭이보다 못하니 참. 나도 한 말 함세. 4백 년 전인가 아메리카에선 얼굴 허연 자들이 노란 얼굴들을 무시하더니 지금 제주도에선 노란 얼굴이 허연 자들 것 흉내 내 길을 작살내고 있으니···. 흉내를 내려면 제대로 좀 하든가. 짝퉁도 이런 짝퉁이 없네. 사서 들고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