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제주4·3평화문학상 시 부문 <곤을동>

  • 등록 2013.03.20 17:4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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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을동>
                                                          현택훈 시인

예부터 물이 있는 곳에 사람이 모여 살았지
늘 물이 고여 있는 땅이라서 곤을동
안드렁물 용천수는 말 없이 흐르는데
사람들은 모두 별도천 따라 흘러가 버렸네
별도봉 아래 산과 바다가 만나 모여 살던 사람들
원담에 붉은 핏물 그득한 그날 이후
이제 슬픈 옛날이 되었네
말방이집 있던 자리에는 말발자국 보일 것도 같은데
억새밭 흔드는 바람소리만 세월 속을 흘러 들려오네
귀기울이면 들릴 것만 같은 소리
원담 너머 테우에서 멜 후리는 소리
어허어야 뒤야로다
풀숲을 헤치면서 아이들 뛰어나올 것만 같은데
산 속에 숨었다가 돌아오지 못하는지
허물어진 돌담을 다시 쌓으면 돌아올까
송악은 여전히 푸르게 당집이 있던 곳으로 손을 뻗는데
목마른 계절은 바뀔 줄 모르고
이제 그 물마저 마르려고 하네
저녁밥 안칠 한 바가지 물은 어디에
까마귀만 후렴 없는 선소리를 메기고 날아가네
늘 물이 고여 있는 땅이라서 곤을동
예부터 물이 있는 곳에 사람이 모여 살았지

 

 

 

고연정 기자 jjib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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