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옛 신한백화점 터 들어서는 호텔, 또 분쟁?

  • 등록 2013.07.26 11: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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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현장>시공사 효성 "공사방해 안 돼" vs. 분양피해자 모임 "정당한 시위"
10여년 전 동대문패션몰 분양사기 피해금 보상 요구로 촉발, 결론은?

 

20여년 전에 지어지고 10여년동안 빈 건물로 방치됐던 신한백화점 자리에서 또 다시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호텔을 신축중인 자리다.

 

그런데 최근 호텔의 시공사 ㈜효성이 분양피해를 주장하는 모임 측과 법정 싸움에 들어갔다.

 

㈜효성은 지난 19일 ‘동대문패션몰 점포분양 피해자 모임’을 상대로 공사장 주변에서 시위를 하지 못하게 해달라며 제주지방법원에 공사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법원의 심문기일은 오는 8월9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신한백화점은 1990년 11월 (주)세은상사가 제주시 연동 274-16번지 부근 6271m²(1897평) 부지를 사들여 지상 5층, 지하 2층 규모의 건물을 신축, 문을 연 제주 최초의 현대식 백화점이다. 그러나 1994년 10월 경영난으로 부도 처리돼 문을 닫았다.

 

그리고 97년 4월 폐업 수순에 들어갔다. 문을 연 이래 만 6년 5개월 만에 제주도내 첫 현대식백화점이 종지부를 찍은 셈이다.

 

신한백화점은 ㈜세은상사가 이 백화점을 운영하다 1994년 10월 부도파문을 겪은 뒤 96년 11월 대한생명보험㈜으로 58억여 원에 경매처분 되면서 공식적인 정리절차에 들어갔다. 정리를 하면서 당시 10일간 대규모 처분전에 들어가기도 했다. 연중 세일행사를 해온 곳이지만 업체 스스로 ‘폐업고별특별전’이라고 밝히며 마지막으로 행사를 했다.

 

이후 이 건물에 쇼핑상가 ‘동대문패션몰’이 들어왔다. 2002년 1월부터 4월까지 약 4개월간 대대적인 분양모집을 받았다. 그런데 이 곳 역시 재정문제로 문도 못 열어 보고 부도처리 됐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가 생겼다. 동대문패션몰에 분양 신청했던 52명이다. 이들은 분양금 12여억원을 지급했지만 동대문패션몰이 공중분해 되면서 입주도 못해보고 투자한 모든 돈을 잃게 됐다.

 

이후 10여년간 건물이 공매와 경매를 오가다 법적 시효도 지나 피해자들은 결국 분양금을 돌려받을 길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그런데 최근 이 자리에 관광호텔이 들어설 것으로 알려지면서 피해자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산규모가 큰 기업이 건물을 매입하면서 피해 보상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하는 실낱 같은 희망을 보았던 것이다. 건물의 건축주는 농협은행(주)이며, 관광호텔은 임대 형태로 들어설 예정이다.

 

피해자들은 ‘동대문패션몰 점포분양 피해자 모임’을 결성해 최근 공사장 앞에서 ‘피해 보상금’을 요구하는 시위를 시작했다.

 

피해자 모임의 강진미 회장은 “피해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희망적인 생각이 들어 보상을 요구하게 됐다”며 “우리의 피해와 억울함이 있었기에 지금의 공사현장이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호텔 신축 관계자 분들은 도의적, 선의적 마음으로 저희에게 피해 보상을 해 주실 것을 간절한 마음으로 호소한다”고 전했다.

 

현재 피해자들은 사건 당시보다 25명이 줄어든 27명이며 보상금도 5억7500만원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피해자들의 요구는 이 보상금을 대신 갚아줬으면 하는 것이다.

 

피해자모임에 따르면 보상금 이야기는 긍정적으로 풀리고 있었다.

 

피해자들은 제주도청의 중재로 호텔신축 관계자들을 만나 보상금에 대한 긍정적인 검토를 약속 받았다.

 

또 효성 측의 요구로 일주일 전부터 거리 시위를 그만두고 보상금에 대한 답변을 기다리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시공사인 효성 측이 태도를 바꾸고 모임을 대상으로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피해자들의 시위가 공사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 그들이 입장이다.

 

효성 측은 “피해자 모임과 저희는 상관이 없다”며 피해자 모임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을 밝혔다. 피해 보상금을 대신 갚아줄 만한 법적인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이어 “이들은 공사장 앞에서 시위를 하면서 공사차량이 나가는 것을 방해했다. 본사 측과 논의 끝에 민사재판까지 가게 됐다”며 “처음에는 최대한 도와주려 노력했지만 공사를 방해하니 어쩔 수 없다”고 전했다.

 

강 회장은 “뒤통수 맞은 기분”이라며 “대기업이 힘없는 시민을 상대로 이렇게 까지 해야 되는지 화가 난다”며 분개했다. 이어 “집회신청을 한 정당한 시위였다”고 강조했다. [제이누리=이소진 기자]
 

 

이소진 기자 sj@j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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