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아지 공짜로 줘도 안 가져간다. 죽일 수도 없고…”

  • 등록 2012.01.05 22: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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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소값 폭락에 사료값 폭등…축산농가에 송아지 출산은 재앙
육우 송아지 96% 폭락…축산농가들, 수매제·사료값 안정 대책 호소

 

“육우(젖소 수송아지)를 낳는 순간부터 한숨이 나온다. 그냥 줄 테니 가져가라 해도 가져가질 않는다”

 

5일 찾아간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에서 30년째 소를 키우고 있는 고순덕(61·여)씨는 한숨만 지었다.

 

"한마디로 앞길이 캄캄하다"는 것이다.

 

최근 소 값 폭락에 사료 값 폭등이란 '엎친데 덥친 격'이 생기면서 소 사육농가들의 근심은 날로 깊어만 가고 있다. 아예 축산농 일을 걷어치워야 할 지경에 이르고 있다.

고씨는 한우와 육우 등 모두 50여 마리를 키우는 축산농가다. 그는 최근 젖소가 육우인 수송아지를 낳자 한숨부터 쉬었다.

 

팔아도 사료 값도 안 나오는데다 공짜로 줘도 가져가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 가슴이 답답한 건 최근 육우 수송아지가 형편없는 가격으로 거래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그는 육우 송아지를 50만원에 팔았다. 하지만 지금의 거래가격은 그 값의 25분의 1 수준인 2만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는 “소 한 마리 가격이 2만원이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소고기 1인분 먹으려면 우린 송아지 3마리를 팔아야 한다”고 어이없어 했다.

 

 

고씨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사료 값이다. 2년 전 8000원 안팎이었던 사료 값이 현재 1만2000원으로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그는 한 달에 사료 값으로 700만원을 지출한다. 한 달에 한 마리당 14만원의 사료 값이 드는 셈이기에 송아지를 팔기 위해 키울수록 적자만 쌓여 간다.

 

그는 “사료 값 생각만 하면 잠이 오질 않는다”며 “1년이면 7000만원이 넘는 빚이 생긴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축산업 종사자가 모두 빚더미에 앉게 생겼다”고 말했다. 그에게 수송아지가 태어나는 건 이제 재앙이 돼 버린 것이다.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에서 한우와 육우 등 100여 마리를 키우는 김정필(43)씨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시장에 내놓을 한우를 키우는 데에는 38개월이 걸린다. 그 동안 사료 값은 600여만원이 들어간다.

 

그러나 그는 1등급 한우를 키워도 500여만원 밖에 건지지 못해 결국 생산비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는 “가족같이 키워온 소를 죽일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막막함을 호소했다.

 

그는 “치솟는 사료 값을 감당할 재간이 없다”며 “1년에 8000만원을 외상거래로 사료를 사들이지만, 소 한 마리를 팔면 200만원의 손해를 입는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는 “소 값 안정을 위해 정부가 수매제를 시행해 개체수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농가 사료와 대책자금을 풀어 달라”고도 호소했다.

 

축산농가와 농협중앙회 등에 따르면 최근 소 유통가격이 급락하면서 정상적인 유통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암컷 한우(600kg)의 경우 2년 전 635만원에서 444만원에 거래돼 30%가량 떨어졌다.

 

한우 송아지의 가격은 더욱 심각하다. 암송아지는 마리당 70만원대로 2년 전 210만원 보다 60%가량 폭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의 사료값 폭등으로 농가들은 '죽을 맛'인 것이다. 

 

5일 제주도청 앞 시위는 그 결과인 것이다. 정부와 제주도의 미온적인 대책을 성토하며 자식처럼 키우던 송아지를 살려달라는 호소다.

 

 


 

 

백진석 기자 papers1991@j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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