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랍인형 같이 움직이지 못하는 긴장형 조현병

  • 등록 2018.08.29 09: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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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룡의 '담담(談談)클리닉'(48) 최초의 항정신병 약물 ... 클로로프로마진(CPZ)

 

조현병(정신분열병, Schizophrenia)의 아형 가운데 긴장형이 있어요. 극단적인 모습은 이렇습니다. 스스로는 움직이지 못하는 것처럼 보여요. 넋이 나간 양 외부 자극에 반응을 하지도 않고요. 타인이 어떤 자세를 잡아주면 그대로 유지합니다. 말도 없지요. 밀랍인형 같아요. 때로는 갑자기 몹시 흥분한 상태로 전환되기도 합니다.

 

가만히 두면 위험하죠. 무엇보다 아무 것도 먹지 않으니까요. 고열이나 탈진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원로 선생님들에 따르면 과거에는 드물지 않게 보였다고 해요.

 

지금은 아주 드물거든요. 저도 한두 케이스는 봤지만 아마 전형적이라곤 할 수 없을 겁니다. 당장은 환자 보호 및 내과적 케어가 중요하겠지만, 조현병의 여느 타입과 마찬가지로 항정신병 약물로 치료합니다.

 

항정신병 약물이 처음 개발된 게 1950년이거든요. 최초의 항정신병 약물은 클로로프로마진(chloropromazine, CPZ)인데 지금도 사용합니다.

 

빨간 약. 아스피린이나 페니실린이 그러하듯 정말 혁명적인 일이었어요. CPZ가 개발되기 전에는 아무리 당대 최고의 정신과 의사라고 해봐야 조현병 치료엔 별 도움이 되지 않았죠.

 

전설적인 남자 무용수 니진스키도 20대 후반부터 조현병을 앓았다고 하더군요. 아이러니하게도 긴장형이에요. 새처럼 도약하던 천재 무용수에게 하필 긴장형 조현병이라니.

 

1919년 부인이 니진스키를 데리고 치료를 위해 스위스로 갔어요. 스위스 부르크휠츨리 병원 원장 블로일러(Eugen Bleuler, 스위스, 1857~1939)에게 치료를 받으려고요.

 

'정신분열병(Schizophrenia)'이란 병명은 바로 이 블로일러가 지은 겁니다. 적어도 정신분열병에 관한 한 당대 최고의 의사였죠. 구스타프 융(스위스, 1875 - 1961)도 한때 블로일러 밑에서 부원장을 지냈어요.

 

당연한 말이지만 정신병 증세를 호전시키는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죠. 니진스키는 그 후에도 무려 30년 간 유럽의 여러 정신병원과 요양소를 전전하다 60세 되던 1950년 어느날 영국 런던의 한 요양소에서 별세했다더군요.

 

최초의 항정신병 약물인 클로로프로마진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바로 그 해에 말이에요. 그가 클로로프로마진으로 치료를 받았다고 한들 더 이상 무용은 할 수 없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무용 이야기는 더 풍성하게 전해줄 수 있었을 터인데 말이지요.

 

☞이범룡은?
=제주 출생. 국립서울정신병원에서 정신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2002년 고향으로 돌아와 신경정신과 병원의 문을 열었다. 면담이 어떤 사람과의 소통이라면,  글쓰기는 세상과의 소통이다. 그 또한 치유의 힌트가 된다고 믿고 있다. 현재 서귀포시 <밝은정신과> 원장이다.

 

이범룡 원장 medre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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