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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필의 세상훑기(21) ··· 선정성에 묻히는 뉴스가치

  

  ‘10년간 9명 성폭행 男, 범행 때 마다 옷을…’ ‘낮엔 학교, 밤엔 윤락女...이중생활 발각!’

 

    19일 오후 10시 한 포털사이트의 메인 화면에 뜬 뉴스 헤드라인들이다. 하나 같이 감각적 제목으로 네티즌 눈을 현혹시킨다. 중요한 정치ㆍ경제 중요뉴스도 있지만 톱뉴스 대부분은 쇼킹한 성범죄, 연예인 소식으로 채워진다.

 

 심지어 영문신문에 소개된 외신까지 찾아내 친절하게 번역문을 싣는다. “영국에서 학교 이사로 재직하던 한 여성이 윤락업에 종사한 것이 발각된 이후 사임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현지 언론이 17일 (현지시간) 보도했다. 더 선 등 보도에 따르면 최근까지 웨스트요크셔 허더스필드에 있는 한 중등학교에서 이사로 재직하던 이 48세 여성은 여가시간을 이용해 윤락여성으로 일했다고 한다. 그녀는 얼굴을 가린 노출 사진을 음란물 사이트 등에 올려 광고를 했으며 ‘끝내주는 (mind-blowing) 서비스’를 제공해줄 것을 약속했다….”
‘女앵커가 만취녀 강간범을…경악’도 외신 기사다. 제목만으론 우리나라인지, 남의 나라 얘기인지 분간하기 힘들다. 포털은 그걸 노린 듯하다.

 

 네티즌들이 이메일이나 정보 검색을 위해 해당 포털에 접속할 때, 애써 외면하려 하더라도 자극적 제목에 이끌려 이런 기사를 클릭하게 된다. 인간의 말초신경을 건드려 선정적 뉴스에 빠져들게 하는 것이다.
 포털은 ‘고위층 성접대 의혹 관련 30여명 조사’란 모 신문의 원래 제목을 ‘고위층 성접대 의혹 연루자 30여명…누구?’로 살짝 바꾸는 식으로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포털의 말장난식 ‘호객 제목’이 국회에서 문제 되기도 했다. 새누리당 김희정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언론중재위원회가 포털사이트의 낚시성, 선정성 기사를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포털이 클릭 수를 위해 기사 제목을 선정적으로 작성하고 있으나 언론중재위의 시정권고 대상이 아니라 대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늦은 밤, 돌연 똑똑…문 열어줘 목소리 정체’라는 포털 기사제목만 보고 성범죄 기사로 추측했으나 알고 보니 북한군의 초소 이탈 기사였다”며 포털의 선정적 제목달기를 비판했다.

 

 포털은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려는 듯 뉴스를 입맛대로 골라 전한다. 시국을 뒤흔드는 뉴스가 연예인 신변잡기 기사와 뒤섞여 존재감을 잃는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물론 어떤 이들에겐 북한의 핵실험이 성범죄 뉴스나 연예인 소식보다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지만 어디서 찾았는지 모를 포털의 엽기적 뉴스를 보면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10대들은 신문을 잘 보지 않는다. 포털엔 자주 들락거린다. 화면 메인에 오른 자극적 성(性)관련 뉴스에 빠질 위험이 크다.

 

 포털 뉴스를 보고 있자면 대한민국이 성범죄 혹은 연예인 공화국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국민 전체가 연예인 일거수 일투족에 관심을 갖는 양, 포털의 ‘촉(觸)’은 한 군데로 쏠려 있다. 도대체 ‘뉴스 밸류(Value, 가치)’고민은 하는건지 의문스럽다. 이런 얄팍한 뉴스 선별에 청소년들이 무방비로 노출된 사실에 경악한다.

 

 대다수 언론은 엄정한 사명감을 갖고 뉴스를 선별한다. 신문의 경우 많은 종사자들이 밤을 지새우면서 뉴스 밸류를 따져, 지면 구성을 바꾸는‘판(版)갈이’를 한다.

 

 어쨌거나 요즘은 포털로 뉴스를 보는 세상이다. 그러나 적어도 “이병헌-이민정, 왜 결별했나 했더니…”같은 기사가 톱뉴스로 평가되는 세상은 아니었으면 한다.

 

조한필은?=충남 천안 출생. 고려대 사학과를 나와 동 대학원에서 한국고대사를 전공, 석사학위를 받았다. 중앙일보 편집부·전국부·섹션미디어팀 기자를 지냈다. 현재는 충청타임즈 부국장 겸 천안·아산 주재기자로 활동하면서 공주대 문화재보존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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