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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제주신화, 대중적이지 못한 이유? ... 설문대 스토리를 꿈꾸며

 

 

한라산을 베개삼고 누우면 한쪽발은 성산일출봉, 한쪽발은 제주시 앞 관탈섬에 걸쳐졌다는 거구의 여신(女神) 설문대할망, 그의 아들인 오백장군, 풍랑을 만난 제주어부의 선박을 구해주고 외눈박이거인에 의해 살해돼 유기됐으나 제주도의 농경신이 된 영등할망, 여성들만 살며 고통이 없다는 환상의 섬 이어도 설화, 저승의 왕 대별왕과 이승의 왕 소별왕 설화. 농경신 자청비 신화, 고량부 삼성의 시조 발원지로 알려져 있는 삼성혈 설화, 하늘로부터 내려온 선녀에게 반한 용왕의 아들이 옥황상제의 노여움을 사 바위로 변했다는 섭지코지 바위 설화.

 

각종 신화, 설화가 수두룩한 제주도는 1만8000여 신(神)들의 고향이다. 제주도에는 신들의 자취가 드리우지 않는 곳이 없다. 부엌에서부터 돌담, 각종 오름과 지질, 풍습 등에까지다. 

 

특히 제주 1만8000여 신이 옥황상제의 명을 받고 집단적으로 천국캠프(?)에 나섰다는 신구간(대한 후 5일째 입춘 3일 전까지)의 이사풍습은 유명하다.    

 

하지만 제주신화에 대한 체계적인 정리, 연구, 문화콘텐츠적인 홍보 방안 구상 등은 미흡한 상태다. 고조선 건국신화를 기념한 개천절을 맞아 숙고해 볼 일이다.

 

문화콘텐츠적인 홍보도 잘됐을뿐만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친숙한 그리스로마 신화, 우리나라의 단군신화, 고구려·백제·신라·가야 건국신화, 중국의 반고신화, 일본의 이장낙존·이장염존 건국 신화, 북유럽의 오딘·토르·아스테릭스 신화, 이집트 오시리스 신화 등과는 달리 제주도 신화는 전문가나 학자 혹은 소수 관심있는 사람들만이 알고있어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기만 하다.

 

▲제주시 해안리 아흔아홉 골에 다행스럽게도 한 골짜기가 빠져 있어서 제주에 사자나 호랑이와 같은 맹수가 없다는 전설 ▲용두암이 용머리가 아니라 용이 되지 못해 한탄 속에서 바위로 변해버렸다는 백마의 머리라는 신화 ▲기우제를 지내면 비를 내려준다는 용연(龍淵) ▲병든 어머니를 낫게 하기 위해 절벽에 달려있던 오갈피를 따려다가 추락사한 수월이의 슬픈 전설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가다가 풍랑을 만나 안남국(베트남)에 표류했으나 오키나와인 춘향을 만나 결혼, 다시 고향인 제주도로 가려다가 영영 춘향과 재회하지 못했다는 한 남성의 오돌또기 전설 등을 제대로 알고 있는 이는 몇이나 될까.

 

2008년 5월 김태환 도정 당시 제주도는 제주신화 문화콘텐츠 개발 및 관련산업육성 협약을 중앙일보와 맺고 제주신화를 신(新) 문화산업으로 육성키로 했다. 그해 6월 도정은 제주 1만8000여 신을 소재로 한 '전국 문화 콘텐츠 스토리텔링 공모'에 착수, 그해 11월 당선작을 발표했다. 

 

애초 도는 공모전을 통해 발굴된 창작물을 영화나 애니메이션, 드라마 등으로 제작, 제주를 대표하는 문화상품으로 육성할 계획이었으나 현재까지 뚜렷한 성과물이 나오고 있진 못하는 실정이다.   

 

문무병 제주신화연구소장은 제주신화가 대중적이지 못한 이유에 대해 몇가지를 제시한다. ▲기본적인 사초·사료의 부족 및 분산 ▲대부분 구전(口傳)형식이고 언어도 제주고유 사투리기 때문에 도민들은 물론이고 타지역 사람들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  ▲제주신화에 대해 심도있게 연구했던 선배 연구자들이 전무했던 점 ▲현재 각지에서 제주신화 등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모여서 심도 있는 (제주신화) 연구 논의를 가진 적이 전무하다는 점 등을 꼽았다.

 

지난 3월8일 문 소장은 "제주신화 분야에서 우리 세대 내에 정리가 된 부분이 많지 않다"며 제주신화연구소를 설립했다.

 

연구소 설립목적은 제주 신화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정리·집필키 위함이다. 

 

문 소장은 오는 2023년까지 제주신화를 집대성해 제주신화 10권, 제주큰굿 10권, 제주신당자료사전 등의 연구총서를 발간할 포부를 내세웠다.  

하지만 제주신화연구소는 걸음마 단계일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연구소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문 소장은 "올 연말부터 제주신화에 대한 전격 연구에 들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현승환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은 "오랜 역사를 거치면서 수많은 학자들에 의해 연구됐고 저술로도 남겨져 있는 그리스로마신화나 북유럽신화 등에 비해 제주신화가 가치평가가 제대로 되지 못했으며 대중적이지도 못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그리스로마신화나 단군왕검신화 등 우리에게 잘 알려진 신화의 가치만큼 제주신화의 가치에 대해 본격적인 관심을 가지고 표준어 문자로 번역되기 시작한 시기는 1950∼60년대부터"라고 말했다. 

 

현 이사장에 따르면 제주신화는 신방(神房)을 중심으로 신방에 참석한 제한된 사람들을 중심으로 알려졌고 순수 제주어(語)로 전해졌으므로 타 지역 사람들이 접하기에 까다롭다는 설명이다.

 

현승환 이사장은 "최근 창작동화 등을 통해 어린이 수준에 맞춘 교육자료나 고등학교 교과서를 통해서도 제주신화와 만날 수 있는 기반이 정착되는 중이며 제주신화 표준어판 책자가 타 지역에도 저술되고 있다"며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걸음마 단계이므로 그리스로마신화나 중국신화처럼 대중적인 신화로 거듭나려면 아직 요원하다. 따라서 도 차원의 연구자들에 대한 전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현 이사장은 "다행인 것은 2009년부터 제주대에 스토리텔링센터가 들어섬으로써 제주신화를 상품화, 대중화시키는 과정의 시발점이 됐다는 점"이라며 "더욱이 타 지역에도 스토리텔링센터가 들어서고 있어 (다른 신화에 비해서) 늦은 감이 있으나 제주신화의 대중화 전략도 물색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 이사장에 따르면 우리가 현재 고조선의 단군왕검 신화와 삼국시대 건국신화를 잘 알고 있는 데에는 '삼국사기(三國史記)'를 쓴 김부식, '삼국유사(三國遺史)'를 쓴 일연의 존재가 크다.

 

문혜경 제주대 사학과 교수에 따르면 우리가 그리스로마신화를 잘 알고 있는 데에는 중세 수도원의 성직자들의 덕이 크다. 프랑스의 건국영웅 아스테릭스가 오늘날 남녀노소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에는 아스테릭스를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한 애니메이션이 있다.

 

정창원 제주대 사학과 교수는 "우리가 중국의 고대신화를 잘 알 수 있는 원동력은 '사기(史記)'를 저술한 사마천의 강인한 정신력에 기인한다. 또한 일본신화가 현대까지 고스란히 전해질 수 있었던 이유는 일본서기(日本書記)의 체계적인 집대성에 있다"고 말했다.

 

영화 '반지의 제왕'도 따지고 보면 뉴질랜드의 소소한 신들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됐다.

 

머지 않은 시간에 젊은 세대들이 제우스나 포세이돈, 토르, 단군왕검, 아미테라스 오오카미 대신 설문대할망, 영등할망, 오백장군, 자청비 등에 더욱 친숙감을 느끼게 될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우리라고 '반지의 제왕'을 못 만들 이유가 있는가?  [제이누리=강남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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