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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시평] 출범 8년 '지오브랜드'와 더불어 제주관광공사에 거는 기대

 

어버이날이었던 8일 오랜만에 ‘오름’에 올랐다. 연휴의 마지막 날 산바람이나 쐬자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사실 주목적은 집안의 선묘를 합장(合葬)하기 위한 준비의 산행이었다.

 

다소 힘들게 장례지도사와 오른 ‘녹고뫼’ 정상은 장관이었다. 가는 빗방울 속에 서녘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국내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파노라마다. 절경이 따로 없다. “벌초 때지만 그래도 수시로 오른 내가 이런 감동을 느끼는데 뭍 관광객들은 이런 광경에 가슴이 벅차리라.”

 

잠시 숨을 고르며 그 녹고뫼 정상에서 상념에 잠겼다. 내 고향 땅 제주의 가치는 어느 지점에서 가장 빛나는가?

 

눈 앞에 제주의 오름 군락군이 펼쳐졌다. 제주가 그동안 유네스코(UNESCO)의 세계자연유산이자 지질공원으로 이름을 올린 그 한복판엔 어김 없이 기생화산, 즉 ‘오름’이 있다. 물론 제주 안에서 그 이름은 오름으로 불리기도 하고 악(岳), 봉(峰), 뫼(메) 등 제각각의 이름이 따로 있기도 하다. 기생화산(parasitic volcano)이 아닌 측화산(側火山)이란 다른 지질학적 이름도 있다. 하지만 어찌됐건 제주 지질자원의 명성은 오름에서 시작하고 오름에서 끝난다.

 

그렇듯 화산폭발로 형성된 지질자원, 즉 기생화산이 밀집된 한 공간에 368개가 집중적으로 분포한 곳은 전 세계에서 제주도가 유일하다. 그래서 유네스코가 인정한 세계자연유산이자 세계지질공원이다. 그 뒤를 잇는 게 이탈리아의 에트나섬 화산지대다. 160여개의 기생화산이 밀집돼 있지만 제주도와 비견할 바가 못된다.

 

 

4월 총선판이 한창 달궈지던 지난달 4일 제주엔 낭보가 날아들었다.

 

제주관광공사가 3년여 전인 2013년부터 들이대기 시작한 ‘지오(Geo) 브랜드’가 ‘국가브랜드’ 부문 1위 자리에 올랐다는 것이다. ‘지오브랜드’는 산업통상자원부와 농림축산식품부가 후원한 ‘2016 국가브랜드 대상’에서 이 명성을 얻었다.

 

제주도가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지질공원(Geopark)으로 지정된 것에 착안, 탄생한 ‘지오브랜드’는 이미 지난해 말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한국관광의 별’ 시상에서도 창조관광자원 부문 1위로 그 명성을 떨쳤다.

 

제주관광공사가 그 불씨를 피워 올린 지오브랜드 사업이 주안점은 우선 '지역자원 활용'과 '주민주도'다. 지역 자원을 활용, 주민 주도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그리고 그동안 제주 대표 유네스코 브랜드인 '세계지질공원'을 활용해 지역의 명소화를 꾀했다. 지질자원과 역사·문화를 연계한 지오트레일(trail) 개발과 더불어, 마을회, 청년회 등 마을내 자생단체 및 지역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지오액티비티(지질체험프로그램), 지오하우스(지질테마숙소) 등 지질관광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또 지역주민의 실질적인 소득창출을 위해 지오푸드(지질특성을 모티브로 한 음식), 지오팜(마을 특산물을 활용한 소규모 가공식품), 지오기프트 등 특화상품을 브랜드화 하는 등 주민체감형 사업을 추진했다. 그동안 총 사업비 35억 원을 투입했다. 어느덧 1차+2차+3차산업이 시너지 효과를 내는 ‘6차 산업’의 신모델로 부상한 것이다.

 

하지만 이렇듯 따분하게 말을 꺼내는 것보다 더 쉬운 설명이 있다.

 

제주 곳곳에 즐비한 그 기생화산의 모양과 단층, 색상이 그 기생화산이 산재한 마을의 농수축산물을 원료로 현지에서 가공돼 생태·지질관광의 현장에 등장한다는 것이다. 1, 2, 3차 산업이 공존하는 현장이자 들끓는 관광객들로 자연파괴와 공동체 문화파괴를 호소하던 주민들에게 새로운 소득사업을 안겨줌과 더불어 새로운 자부심을 만들어준 것이 바로 이 ‘지오브랜드’다.

 

설립 때부터 참 말도 많았다. 진흥원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관광청으로 갈 것인지 등으로 갑론을박을 거듭하던 제주관광 중추기구는 결국 제주관광공사란 이름으로 2008년 6월 출범했다.

 

출범 후 제주도관광협회와 역할구분이 모호해 갈등을 빚었고, 딱히 마땅한 수입원이 없어 전전긍긍했던 게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니다.

 

게다가 출범 초대 사장을 어찌어찌 국내 관련인사로 영입, 갈 길을 가나 싶던 제주관광공사는 2011년 우근민 도정 체제에서 선거판 공신을 새로운 사장으로 맞아들이면서 정작 위기국면으로 치달았다. 금품 비리로 사장이 구속수감되면서 최대의 비운을 맞았고, 그 시절 추진했던 호텔임대 및 옥외전광판 사업인 아텐타워는 우여곡절 끝에 백지화됐다.

 

그러던 제주관광공사가 지난해 5월엔 지방공기업 경영혁신 10대 우수기관에 이름을 올렸고, 7월엔 기왕에 하던 면세점에 보태 새로운 시내면세점 사업자 자리도 꿰찼다. 그리고 11월엔 면세점 매출 첫 500억원도 달성했다.

 

오는 6월로 제주관광공사는 창립 8년이 된다. 하지만 최근 2~3년간의 성과를 빼곤 그 이전의 성과는 사실 그저 중국인관광객이 몰려 오거나 관광객 성장세가 보태져, 그게 아니면 ‘올레걷기’ 열풍 등 새로운 관광트렌드에 맞춰 덩달아(?) 거둔 성과인 성격이 강하다.

 

그 반면 ‘지오브랜드’를 비롯해 최근 2~3년간 제주관광공사가 던지는 메시지는 다분히 공격적이다. 국내 어느 곳에서도 하지 않던 새로운 승부수란 점이 사실 눈길을 끈다. 그래서 제주는 더 매력적이란 새 얼굴도 얻고 있다. 애초부터 바로 그런 ‘진흥’(Promotion)을 염두에 두고 출범한 게 바로 제주관광공사다.

 

그저 경영의 성과만 따지고 비용 대비 수익을 요구할 대상이 관광공사가 아닌 셈이다. 가능하면 돈을 벌어 제주의 관광산업 전분야에 그 이상의 수익·소득증대를 가져올 수 있는 무형의 인프라 투자를 전담해야 할 조직이 바로 관광공사다.

 

그래서 저 멀리 오름군락을 바라보는 제주민들은 제주관광공사의 추후 행보에 다시 눈을 돌린다. ‘지오브랜드’로 치고 갔으니 앞으로 또 어떤 간판으로 제주관광의 새 깃발을 들어 올릴까? 결국 제주관광이 살 길은 ‘선수치기’고, 그 주력군은 제주관광공사가 맡아야 한다. 그러려면 제주관광공사는 지금보다 더 야생마가 돼야 한다. 이것저것 눈치만 보다보면 그저 잘 해야 중간이다.

 

그나저나 오름을 비롯한 제주의 지질자원이 ‘세계지질공원’이란 이름을 얻을 정도로 유명세이건만 제주의 유일 국립대인 제주대는 물론 제주도내 그 어느 대학에도 ‘지질학과’는 없다. 우린 우리가 세계에 내세울 수 있는 자원에 대해 너무나 모르는 것 같다. 세계인들은 관심이건만 우린 무관심이다.

 

따지고 보면 그 오랜 세월 화산활동으로 탄생한 제주의 지층.지형.지질에 대한 탐색과 연구 없이 지금 제주가 쌓아 올린 '제주삼다수' 신화가 가능했겠는가?  [제이누리=양성철 발행·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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