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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회] 고씨와 양씨, 두집안이 성주를 지낸데서 유래

 

 

젊어서는 정식 군인인 정병(正兵) 출신에서 결혼 후 처가에서 얻은 한 필의 말에서 만여 필의 말떼들이 뛰노는 산마장과 갑마장을 일군 헌마공신 김만일은, 말의 고장 제주가 낳은 방성(房星)이었다.

 

방성이 상징하는 동물인 말은, 고대로부터 제왕 출현의 상징으로도 여겨 신성시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말을 보유하고 다루는 능력이 곧 국력이라 여길 정도였다. 그래서 나라에서는 말과 관련 있는 별자리인 방성(房星)을 말의 수호신, 즉 마조(馬祖)라고 하여 제사를 지냈다. 태조 이성계는 서울 동대문 밖에 마조단을 설치해 제사를 지냈고, 제주에서도 마조단을 설치해 제사를 지냈는데, 제사 지낸 터가 지금의 칼 호텔 자리이다.

 

오래전부터 동양인들은 하늘의 별들을 28개 구역으로 구분하고, 각 구역의 대표적인 별자리를 수(宿)라고 불렀다. 28개수를 7개씩 묶어 넷으로 나누고는, 각각을 동서남북으로 상징했다. 이 중 맨처음 등장하는 별들인 ‘동방 7수’는, 춘분날 초저녁 동쪽의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7개의 별자리인 ‘각·항·저·방·심·미·기’이다.

 

이 7개 의 별자리를 연결하면 용 모양이 된다 하여, 이를 ‘창룡 7수’라고도 고수목마로 알려진, 한라산 자락에서 평화롭게 풀을 뜯는 제주마들 부른다. 창룡 7수 가운데 네 번째 별자리가 바로 방성이며, 방성은 다시 4개의 별들로 이루어진다. 방성은 방수(房宿) 또는 방사(房駟) 라 부르기도 한다. 방성은 하늘의 수레를 이끄는 네 필의 말이라 하여 천사(天駟)라 이르기도 하고, 방성과 천사를 합쳐 천사방성이라 부르기도 한다.

 

하계 올림픽에서 유일하게 동물이 사람과 함께하는 경기가 승마이고 마장마술이다. 조선시대 무과 24과목 중 승마술 과목이 6가지 였을 정도로, 마예(馬藝)가 곧 무예(武藝)였다. 예부터 승마를 무예의 하나로 삼은 데서 보듯 말과 사람과의 관계는 군신관계나 주종 관계 이상의 의미가 있다 할 것이다.

 

말 전문가들은 ‘말은 8촌까지 가린다. 무리 속에서 수말은 단지 한 필이어야 한다. 보통 수말 1필에 암말 10필 정도가 한 무리를 이루는데, 다른 수말이 접근하면 싸워서 무리 밖으로 몰아낸다. 망아지일 때는 수말도 무리 속에서 키우지만, 만 두살가량 되어 생식능력이 생기면 자기가 낳은 새끼라 해도 무리 밖으로 내친다.’라고 들려준다. 말의 이런 성질을 헤아린 경국대전에는 국영목장의 운영 체제에 대해 다음과 전하고 있다.

 

각 도의 목장에서는 암말 100필과 수말 15필을 1군으로 삼고, 1군 마다 군두(群頭) 1명, 군부(群副) 2명, 목자(牧子) 4명을 정하여 돌보 게 하되, 매년 85필 이상을 번식케 하면 그 군두에게는 품계를 올려 주고, 특히 뛰어난 자는 품계를 올려 관직을 수여한다.

 

세종 이후 목사, 감목관, 군두(群頭), 군부(群副), 목자(牧子)로 관리조직이 바뀌었다. 당시에 제주에서 사육되던 말의 숫자가 1만 내 지 2만 마리를 헤아리고, 이를 관리하는 군두와 군부, 목자의 수가 2천4백 명에 이르렀다 한다. 이를 보면 당시의 조정이 제주마정에 얼마만큼 지대한 관심을 갖고 정책적으로 육성하였는지를 짐작할 수 있겠다.

 

하늘의 수레를 끄는 네 필의 말을 상징하는 별인 천사방성이 비치는 제주는, 예로부터 말들의 세상이었다. 하긴 그런 말을 키우는 ‘말 마’씨 가문이 제주에 없는 것도 묘하긴 하다. 언젠가 한라산 높은 곳에서 만났던 처사 마희문의 무덤과 그의 아들 마용기의 무덤이 있듯, 마씨 성이 현존하기도 한다. 하지만 제주마와의 관계가 어떠한지에 대한 단상은 다음으로 넘겨야겠다.

 

대신 제주에는 도처에 말들에 관한 다양한 표현들이 있다. 말이 살찐다는 천고마비의 계절, 말을 키우려면 제주로, 말을 키웠던 데서 유래한 고마로, 갑종 말들만 키우는 갑마장, 말을 길렀던 신천마 장, 임금이 탈 말을 키웠다는 어승생, 뭍으로 실려 갈 말들을 대기 시켰던 마대기빌레 등….

 

천사방성의 별의 나라 탐라에서 말을 키운 이는, 고씨와 양씨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양 성씨에는 성주공파가 있다. 성주공파는 가장 오래된 지파로, 두 집안에서 탐라 성주를 지낸데서 유래한 듯 하다. 그래서 두 집안이 고·양·부인지 양·고·부인지를 판결해 달라고 법에 소송을 제기한 적도 있었다.

 

적지 않은 제주사람들과 심지어는 고씨와 양씨 후손조차도 성주를 한자 城主로 생각한다. 아마 국사 시간에 배운 성주(城主)에서 유추하기 때문일 것이다. 국사와 함께 향토사도 배웠으면 고·양·부에서 말하는 성주공파의 성주는 별 성인 성주(星主)임을 금세 알 터인 데 말이다. 이젠 말의 고장 제주에 더하여 별의 고장 제주로 불려도 좋을 듯하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문영택은?
= 4.3 유족인 부모를 두고 부산 영도에서 태어났다. 구좌중앙초·제주제일중·제주제일고·공주사범대·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프랑스어교육 전공)을 졸업했다. 고산상고(현 한국뷰티고), 제주일고, 제주중앙여고, 서귀포여고, 서귀포고, 애월고 등 교사를 역임했다. 제주도교육청, 탐라교육원, 제주시교육청 파견교사, 교육연구사, 장학사, 교육연구관, 장학관, 중문고 교감, 한림공고 교장, 우도초·중 교장, 제주도교육청 교육국장 등을 지냈다. '한수풀역사순례길' 개장을 선도 했고, 순례길 안내서를 발간·보급했다. 1997년 자유문학을 통해 수필가로 등단, 수필집 《무화과 모정》, 《탐라로 떠나는 역사문화기행》을 펴냈다. 2016년 '제주 정체성 교육에 앞장 서는 섬마을 교장선생님' 공적으로 스승의 날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지난 2월 40여년 몸담았던 교직생활을 떠나 향토해설사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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