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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포럼C, ‘이주민 수다방’ …제주 정착기로 이야기 마당 풀어
‘궨당문화’·‘육지것’ 보는 시각 다양…이주민 정책 없어 아쉬움

 

21일 밤 7시. 어슴프레 땅거미가 질 무렵 상권 쇠퇴로 불빛마저 오그라든 제주시 옛 도심권의 중앙로. 역시 지금은 자리를 비운 제주대병원 터 앞에 자리잡은 도서출판 ‘각’ 북카페에 20여명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서로 안면도 없고, 이름도 모르는 이들은 자신을 소개하더니 이윽고 제주에서 살아가는 얘기를 풀어놨다. 이야기 보따리는 밤 9시가 넘어도 그칠 줄 몰랐다.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은 것이다.

 

제주포럼C(상임대표 고희범)가 주최·주관한 ‘제주도 이주민 수다방 '제주 살아보난 어떵허과?'자리다.

 

이주민들의 다양한 제주 삶에 대한 얘기를 통해 이주민 정책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것. 이날 참석한 이들은 대부분 '육지'출신들. 더불어 제주가 고향인 오사카 출생의 노부부도 참석했다.

 

제주에 정착하게 된 사연도 가지가지. 그냥 여행 왔다가, 농사지으려고, 물질하려고, 사업하기 위해, 사업하다 쫄딱(?) 망해 올라갈 수가 없어서, 각박한 도시 삶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노후를 조용하게 보내기 위해서, 부모의 고향을 찾아서 등등이다. 직업군도 다양하다. 전직 IT전문가, 방송국 아나운서, 승려, 미술가, 평범한 직장인, 퇴직자, 사업가, 주부 등. 제주에 정착해 살고 있는 육지사람들이다.

 

제주 토박이는 이들을 ‘외지인’, ‘외부인’ 또는 ‘육지것’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토박이'라 부르는 지금 제주 사람들 원래 제주 토박이였던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사실 대다수 제주토박이는  ‘육지것’에서 출발했다.

 

지금의 ‘육지것’들은 지금 제주에서 원래 ‘육지것’들에게 차별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제주의 독특한(?) 문화를 의아해 한다. 그 문화가 제주 발전을 저해한다고 생각한다.

 

그들만의 목소리를 옮겨봤다. 그들이 의아해 하는 것 중에 대표적인 것이 ‘궨당문화’다.

 

 

1. ‘궨당문화’는 어떨까?

 

A씨. “여기 사람이 말하는 전통은 전통이 아니라 ‘악습’으로 보인다. 발전을 저해시키는 것이 많다. 곧 있을 선거도 그렇다. 그 정서가 이해가 안 된다. 얽히고 설킨 ‘궨당문화’가 없었으면 한다.”

 

B씨. “2006년에 와서 느낀 것이 ‘무서운 데구나’였다. 3개월 못 버티고 도망갔다. ‘궨당문화’ 탓에 비싸고 맛없어도 ‘궨당네 집’에 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궨당이 삐진다. 육지에서 온 사람은 제주에 오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살아간다. 그래서 악착같이 살려고 한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같은 자리에서 식당하면서 안 되면 ‘우리 궨당이 왜 안 오지’하는 생각으로 자만하고 도태된다. 그래서 육지사람 집은 앞서간다. 그러면 이곳 사람들은 부러워하며 시샘한다. ‘육지것’이라는 말도 여기서 나온 게 아닌가 싶다. 자신들의 것을 뺏어간다고 생각하니까. ‘육지것’이라는 또 다른 의미는 육지에서 사기 치거나 나쁜 짓해서 도망친 사람이 많았다. 부러움과 시샘, 경계에서 나온 말일 것이다”

 

C씨. “궨당문화? 육지가면 없느냐?, 강원도 평창은 여기보다 더 심하다. 제주 인구가 100만 정도 돼야 해결된다. 경제구조도 변하면 지금의 ‘괸당문화’는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도정이 경제 활성화 정책, 외지인이 안심하고 들어와서 안정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면 된다. 실제로 따지면 제주도 토박이는 30%도 안 될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과거에서부터 이주해 제주도민이 된 것이다”

 

A씨. “피해의식이 큰 것 같다. 육지 사람이 들어온 뒤 좋은 것 본 적이 없고, 우리 삶을 망가뜨리고, 뺏었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여기서 계속 살아온 사람은 육지 사람에 대해 안 좋은 거부감이 있다. 지금 현재는 4.3에 대한 피해의식이 강하다. 사회의식을 변화시키면 살기 좋아지게 되지 않을까?”

 

 

2. ‘궨당문화’엔 좋은 점이 없을까?

 

C씨. “‘궨당’은 여기서 ‘친척’이라는 말이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도와주는 것, 개천에서 용이 나는데 도와줘야 한다. 궨당이 안 도와주면 누가 도와주나?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D씨. “역사적 배경이 있다고 본다. 과거 제주도는 한양에서 제일 먼 곳이다. 유배지로 대표적인 곳이다. 물리적으로 고립돼 있다. ‘육지것’을 두 가지로 보는 것이 일리가 있다. 선진문물은 유배인을 만나야 접할 수 있다. 부러움이다. 그러나 유배인들 중 잡범들도 왔다. 민심이 흉흉해진다. 텃세라는 것은 육지에서도 있듯이 분명이 여기에도 있다. 당연한 것이다. 인구가 100만 정도 되면 텃세가 희석될 것이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우리가 (제주문화를) 빨리 흡수하면 된다. 그게 극복하는 방법이다. 자신의 능력을 줘야 한다. ‘왜 궨당끼리’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3. 제주 와서 살아보니 좋은 점과 나쁜 점은?

 

E씨. “낯설었던 것은 대문이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불쑥 불숙 찾아온다. 밖에 나갔다 오면 식탁 위에 뭔가 올려 있다. 집에 들어오는 게 거리낌 없다. 물질을 하러 해녀들을 만나 자격이 되는지 물어봤더니 ‘이 동네에 살면 누구나 된다’고 했다. 그래서 육지에서 내려올 때 고무옷이랑 모두 맞추고 ‘물질을 하겠다’고 하니까 해녀분들이 ‘논의가 안 됐다’며 조금 경계를 하는 것을 봤다. 처음에는 ‘왜 그럴까’ 했는데, 생각해보니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었다. 그분들은 오랜 세월 바다를 지키고 그곳이 삶의 터전이었으니까...”

 

F씨. “텃세는 느껴볼 일이 없었다. 나이도 어리고 돈 냄새 풍기거나 가진 것도 없었다. 동네 분들이 도와줬다. 도움을 많이 받았다. 해녀학교도 다녔지만 사실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하겠다는 젊은 사람이 있으면 반겨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하는 것은 안타깝다. 마을 바다가 이 때까지 끌어온 것을 보면 진입 장벽이 있는 게 아쉽다. 하지만 어쩌면 당연하다. 육지에서 사람들이 많이 오면 좋을 것 같다. 제주가 일부러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자연스럽게 가난하든, 잘 살든 어떠한 사람이든지 들어와서 살았으면 한다. 단지 개발만 안 됐으면 한다.”

 

 

G씨. “제주생활 13년째다. 정식 정착은 3년쯤 됐다. 궨당문화를 실감나게 체험하지 못하고 있다. 개방은 많이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사고방식이나 의식이 개방됐으면 한다. 제주 해저터널은 개인적으로 찬성이다. 여러 의견을 받아들였으면 한다.”

 

C씨. “의식이 바뀌지 않으면 발전이 없다. 공적자금 함부로 쓰고, 정말 두려움 없다. 의식변화가 첫째다. 청정지역이라면서 쓰레기 너무 많이 만든다. 행사를 하면 1회용품을 많이 써 쓰레기를 만들어 낸다. 재활용 의식도 없다. 지금은 제주경관이 아름답고 청정하지만 의식변화 없으면 다 쓰레기가 될 것이다. 이주민이건 제주 사람이건 의식을 갖지 않으면 후손에 청정한 제주를 물려줄 수 없다.”

 

H씨. “제주가 고향인 남편과 결혼했다. 주변에서 왜 육지에도 사람이 많은데 왜 제주사람 만났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사랑하는데 뭐가 필요하냐. 인연이다. 되돌아보면 13년 전에는 육지에서 사람의 왕래가 적었던 것이다. 그 분들도 당시 궁금했을 것이라고 본다. 13년 살다보니 자생력이 생겼다. 그러는 과정에서 굉장히 힘들고 어려웠다. 저랑 똑같은 새댁이 오면 같은 경험 겪을 것이라 본다. 지금도 완전히 동화되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살아가면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I씨. “집을 구하는데 걱정을 많이 했다. 도착해서 한 청년을 만났는데, 한라산의 정기를 가져오는 해안동 집을 소개해 줬다. 처음에는 집을 찾을 때까지 거기서 살라고 했는데 그 집이 좋아 그냥 살게 됐다. 그 청년은 중고 냉장고와 TV, 책걸상, 쌀, 우산 등을 몽땅 가져다 줬다. 청년의 도움은 상상을 초월했다. 지금은 여러 단체와 어울리고 있다. 일본에서 나올 때 가족들이 심심해서 얼른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곳 생활은 너무 바빴다. 이틀 연속 행사 나가는 일도 있다.”
“여기 사람들은 어디 가자고 하면서 그날 또는 그 전날 온다. 버스 기사의 난폭운전도 무섭다. 노인이 타고 자리 잡기 전에 움직인다. 택시 운전기사는 애교가 없다. 인사말 하면 거스름돈 안 받을 생각인데 '부에'(화)가 나서 다 받는다. 모임이 언제 시작되고 끝이 나는지 모른다. 먼저 온 사람부터 먹기 시작한다. 밤 12시, 새벽 1시가 돼도 마치겠다는 사람이 없다. 정말 유쾌한 사람들이다. 동문시장에서는 아주머니들이 누워서 TV 보면서 가게를 본다. 병원은 놀랬다. 가서 진찰을 받고 이상이 없으면 돈을 안 받는다. 종합병원은 진료비만 받는다. 일본에서는 아프건, 말건 비용을 다 받는다. 여기는 ‘참 궨당사회’다. 동네 교류는 못하고 있다. 집주인을 찾아가 ‘동네 분들에게 성의 표시하려고 한다’고 했더니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한 번은 노인회에 참석했는데 말 걸어주는 사람이 없었다. 이후 교류가 단절됐다.

 

 

4. 이주민을 위한 정책을 만든다면?

 

A씨. “교육에 참여하지 못한 분들을 위한 제주문화와 역사, 지역 등을 소개하는 소책자를 만드는 것은 어떨까한다. 최소 단위 관공서에 그 책자를 비치하면 관심 있는 이주민들은 볼 것이다.

 

J씨. “소책자로는 제한적이다. 각 동네마다 복지관이 있고, 놀고 어울릴 수 있다. 동서남북으로 농업기술센터도 있다. 이곳의 프로그램을 잘 선택해 활용한다면 괜찮을 것 같다.”

 

D씨. “농업기술센터의 프로그램은 프로농사꾼들을 위한 교육과정인 것 같다. 귀농, 귀촌 하신 분들은 제주도에서 동서남북을 제대로 모른다. 그러한 분들이 몇 년 뒤 하는 것을 하고 있다. 그런 교육은 안 하느니 못하다. 귀농, 귀촌하면 기초가 중요한데 기초교육이 약하다. 속도를 너무 앞질러 갔다.”

 

G씨. “제주도에 알게 모르게 육지에서 오신 분들이 많다. 노하우와 재능, 지식 갖고 있는 분들이 많다. 재능 기부할 수 있는 핵심 포인트가 없다. 각자 혼자 살고 있다. 도청 홈페이지나 부서에서 파악하고 재능 기부할 수 있게 했으면 한다. 그러면 지역사회에 어울릴 수 있을 것이다.”

 

K씨. “이주하는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 일에 대한 부분이 제일 걱정이다. 한풀 꺾이고 들어온다는 생각이다. 처음에는 IT사업을 하기 위해 왔는데 회사 운영이 너무 힘들었다. 누가 해결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제주도에서도 원주민도 해결 안 되는데 나중에 온 사람까지 해결된다는 게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제주는 젊은 사람들에게는 도전해볼 수 있는 곳이다.”

 

 

L씨. “제주에 와서 즐겁고 행복한 것이 많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산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산에 가고 바다에 가면 된다. 단지 문화공간이 적은게 아쉽다. 연극, 영화, 뮤지컬, 전시 등 문화행사가 적다. 스포츠 센터도 적다.”

 

M씨. “육지 사람들이 정착할 수 있는 각 지역의 정보를 집중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제주도는 많은 사람들이 오고 싶어 한다. 육지에서는 젊은 사람들이 정착하고 싶어하는 후보지 중 하나가 제주도다. 얼마 없으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려고 하는데, 가고 싶은 곳에 대해 이것저것 알려줄 수 있는 분들이 없는 것 같다. 정착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것들이 필요하다. 삶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분들이 있었으면 한다.”

 

N씨. “제가 사는 곳은 농촌이고 1년 정도 살다보니까 문화와 교육에 관한 것이 크게 다가왔다. 문화에 대한 갈증을 풀지 못한다. 그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정책이 무엇인가 필요하다. 문화도 농촌을 찾아오는 것도 필요하다.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것이 제주에서부터 시작됐으면 한다.”

 

O씨. “어머니 고향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벽을 많이 느낀다. 처음에는 원주민의 벽이거니 생각했는데 지금은 저한테 벽이 있다고 느꼈다. 많이 동화되려고 노력한다.”

 

한편 이날 자리를 만든 제주포럼C 고희범 상임대표는 “제주도에 온 외지인이 행복해야 하고, 그 능력을 기여할 수 있는 사회를 꿈꾼다면 이주민 정책이 있어야 된다”며 “아쉽게도 지금 제주에는 그러한 정책이 없다. 그래서 그런 것들을 마련해 제언하고 제도적인 정책마련을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또한 그는 “오늘은 얘기 들어보자는 것이다. 고충과 바라는 것 등을 들어보고 나중에 토론회 자리도 만들어서 결실을 맺으면 좋은 정책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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