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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성의 '기상천외-제주'(1)...만약 제주가 없다면 한반도는?

1896년 일본 동북부 지방의 산리쿠 해안에 높이 25~35m의 지진해일이 덮쳤다. 가옥 5만 채가 파괴되고 주민 2만6,000여 명이 몰살당했다. 먼 바다에 고기를 잡으러 나갔다 돌아온 어부들은 흔적도 없이 휩쓸려 가버린 고향마을을 보며 망연자실해 했다. 살아남은 사람이라곤 고기를 잡으러 나갔던 어부들뿐이었다. 어부들은 자신들의 마을과 사람들을 휩쓸고 가버린 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들이 바다에서 고기를 잡을 때만 해도 파도 한 점 일지 않는 더 없이 좋은 날씨였기 때문이다. 나중에 이 기상현상은 ‘쓰나미’라고 불리는 지진해일로 밝혀졌다.

 

바다의 파도가 높아지는 해일 현상은 대개 태풍과 지진으로 발생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강한 해일은 지진에 의한 해일이다. 일명 ‘쓰나미’라고 부른다. 쓰나미가 먼 바다 한 가운데서 일어날 때는 그 강도가 아무리 커도 파장이 160km 정도여서 바다 한가운데에서 해일의 파고는 고작 1m에 지나지 않는다. 산리쿠 해일 당시 파도도 없고 날씨도 좋았다는 어부들의 증언처럼 바다 한가운데 배 위에서는 지진해일이 일어난 지를 전혀 모르게 되는 것이다. 이때 해일의 파 이동속도는 수심이 5,400m일 경우 시속 828km 정도 된다. 금년에 사상 최악의 피해를 가져온 동남아 지진해일의 파 이동속도는 약 700km였다고 한다. 쓰나미는 해안에 가까워지면서 속도가 매우 늦어진다. 통상 바닷물의 깊이가 18m인 경우 시속 4- 8km 정도 된다. 속도가 늦어지면서 수심이 얕아지면 물결의 정상은 점점 더 높이 치솟아 올라 어느 순간 무서운 기세로 해안을 덮치게 된다. 쓰나미는 소리 없이 다가오는 특성이 있기에 경보 체계가 발달했다고 하더라도 위험을 감지하고 미리 대피 하기는 매우 어렵다.

 

지진해일은 예측의 어려움으로 인해 피해가 천문학적으로 커진다는 특징이 있다. 과거의 기록을 보더라도 1755년 포루투갈의 리스본을 덮친 지진해일로 인해 도시는 폐허가 되고 약 6만 명의 희생자가 발생했으며, 1997년 뉴기니아 지방을 덮친 지진해일로 한 도시 9천명의 주민이 몰살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동남아 지진해일은 지금까지의 피해기록을 깨며 사망 및 실종자가 30만여 명이 넘는 인류 대재앙의 기록을 세우고 말았다. 인도양을 타고 넘어 온 거대한 바다해일로 인해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인도, 태국, 미얀마, 아프리카 해안에 이르기까지 상상할 수 없는 인명피해와 함께 경제적 손실을 기록한 것이다. 경제적 손실이 얼마나 큰지 몰디브의 경우 경제가 약 20년 후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이다.

 

예측하기 힘든 천재(天災)를 바라보면서 우리나라는 과연 지진해일로부터 안전하기만 할까 하는 의문과 걱정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지진예측에 대한 인력이나 기술은 아직까지 형편없는 수준이다. 거의 초보적인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 지진해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일본 서북부의 홋카이도나 서해안 지역에 규모 7 이상의 지진이 있을 때면 무조건 지진해일 경보를 동해안에 발령하는 정도이다. 이론적으로 지진해일이 발생해서 우리나라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경우는 일본을 거쳐 태평양으로 이어져 수마트라에 이르는 환태평양 지진대에서 발생하는 경우이다. 하지만 이쪽에서 지진 해일인 쓰나미가 발생할 경우 일본과 함께 제주도가 그 방파제 역할을 해 주기에 한반도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제주도가 있음으로 지진해일 피해가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는 것이다. 물론 남해안의 바다 깊이가 낮은 것도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제주도에 전해오는 신화중에는 너무 너무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다. 기상을 전공했기에 특히 날씨와 관련된 신화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된다. 제주도에는 한라산이 태풍의 세력을 약화시킨다는 신화가 전해져 오고 있다. 제주도의 개벽신화에는 몸집이 매우 큰 설문대할망이 나온다. 키가 36척이요, 다리 길이만도 15척이나 되는 이 여자는 아들을 500명이나 낳았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이 없다’는 속담처럼 설문대할망은 바람이 강하게 불면 혹시나 아들 하나라도 바람에 날아가지 않을까, 치마를 펼쳐 막아주었다고 한다. 하지만 워낙 가난한 살림이다 보니 헤진 치마 구멍이 있어 이 사이로 바람이 새어나간다. 바로 이 바람이 한반도 본토로 상륙하는 태풍이라는 것이다. 남쪽으로부터 북상하는 큰 바람을 막아준다는 설문대할망 신화는 한라산의 기상학적 바람받이 이론을 뒷받침해주는 매우 그럴듯하고 재미있는 그러면서도 매우 과학적인 신화라고 하겠다. 우리나라를 향해 태풍이 북상할 때 제주도가 해 주는 역할과 가치는 매우 크다. 한라산 때문에 태풍이 몰고 온 구름의 수분이 감소되고, 한라산 정상이 태풍의 회오리를 방해하여 그 위력을 약화시켰다는 최근 연구결과를 보더라도 그러하다.

 

설문대할망 신화의 뒷이야기는 다소 비극적이다. 처참할 지경의 흉년이 몇 년 동안 계속되자 500명의 아들들은 먹을 것을 찾아 날이면 날마다 한라산을 헤맸다. 먹을 것이라야 풀 몇 조각 들어간 멀건 죽이 전부였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자식들을 바라보는 설문대할망의 가슴에는 피가 맺혔다. 결국 설문대할망은 자식들을 위해 멀건 죽 속에 자신의 몸을 던지고 말았다. 이러한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 된 자식들은 곡기를 끊고 대성통곡하다 모두 죽어 제주도를 지키는 오백 장군의 바위가 되었다고 한다.

 

해마다 5월이 오면 아들들이 흘린 피눈물은 철쭉꽃으로 피어나서 한라산을 붉게 물들이고, 어머니와 아들을 애달프게 부르는 곡(哭) 소리는 바람이 되어 거센 파도를 일으키며 절벽들을 뜯어낸다고 전해진다. 어머니의 자식 사랑을 이처럼 극적으로 표현한 신화가 세계 어디에 또 있을까 싶다.

 

제주도는 남쪽으로부터 북상하는 태풍의 세력을 약화시켜 한반도의 피해를 줄여주는 바람막이 역할 외에도, 가장 위험한 지진해일인 ‘쓰나미’를 막아주는 엄청난 일을 하고 있다. 제주도의 한라산은 한반도의 재앙을 막아주는 영산(靈山)이자 태산(泰山)이다. 제주도의 힘은 자연 재해로부터 한반도를 지켜주는 자연의 힘인 것이다.

 

제주도가 없다면 한반도의 피해는 지금보다 훨씬 더 커질 것이다. 국가에서 재해 위험지구 정비에 드는 예산을 제주도에 더 많이 주어야 한다는 것은 나만의 생뚱맞은 생각일까?

 

반기성은?=충북 충주출생. 연세대 천문기상학과를 나와 공군 기상장교로 입대, 30년간 기상예보장교 생활을 했다. 군기상부대인 공군73기상전대장을 역임하고 공군 예비역대령으로 전역했다. ‘야전 기상의 전설’로 불릴 정도로 기상예보에 탁월한 독보적 존재였다. 한국기상학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군에서 전역 후 연세대 지구환경연구소 전문위원을 맡아 연세대 대기과학과에서 항공기상학, 대기분석학 등을 가르치고 있다. 기상종합솔루션회사인 케이웨더에서 예보센터장, 기상사업본부장, 기후산업연구소장 등도 맡아 일하고 있다. 국방부 기후연구위원, 기상청 정책자문위원과 삼성경제연구소, 조선일보, 국방일보, 스포츠서울 및 제이누리의 날씨 전문위원이다. 기상예보발전에 기여한 공으로 대통령표창, 보국훈장 삼일장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날씨를 바꾼 어메이징 세계사>외 12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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