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희 논설위원 ‘강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에 이른다’ 10일 김태환 전 제주도지사가 차기 선거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이 문구를 화두로 들고 나왔다. 김 전지사가 현직이던 2010년에 지방선거 불출마를 결심할 때 이 말에 위안을 삼고 결심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불교 경전인 화엄경에 나오는 말이다. “나무는 꽃를 버려야 열매를 맺는다”의 바깥짝이다. 합치면 다음과 같다. 樹木等到花 謝才能結果 江水流到舍 江才能入海(수목등도화 사재능결과, 강수류도사 강재능입해)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고 강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에 이른다. 무언가 버리지 않고는 새로운 것, 더 큰 것을 얻을 수 없다는 뜻이다. 이와 비슷한 얘기로 역시 불교 경전에 나오는 ‘뗏목의 비유’가 있다. “어떤 나그네가 긴 여행 끝에 바닷가에 이르렀다. 그가 생각하기를 ‘바다 건너 저쪽은 평화로운 땅이다. 그러나 배가 없으니 어떻게 갈까? 갈대나 나무로 뗏목을 엮어 건너가야겠군’하고 뗏목을 만들어 무사히 바다를 건너갔다. 그는 다시 생각했다. ‘이 뗏목은 내게 큰 은혜를 베풀었으니 메고
▲ 김대희 논설위원 인류의 역사에서 국가나 조직의 최고 덕목은 충성이었다. 우리는 ‘충성’이라는 단어를 접하면 상명하복을 떠올린다. 무조건적인 복종이 바로 충성이라는 것이다. 충성을 강조하는 이들은 충성을 하는 쪽이 아니라, 충성을 받는 쪽일 수 밖에 없다. 충성에는 조건이나 대가가 없다. 충성의 개념 속에서 ‘무조건성’이라는 덕목을 강조하여 모든 것을 관철시키려는 의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에릭 펠턴은 그의 책 ‘위험한 충성’에서 충성을 믿음과 신뢰의 다른 이름으로 파악했다. 강요할 때 우러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우러나는 것이 진정한 충성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충성이라는 구호는 상대적으로 충성하지 못한 이들을 충성으로 이끌기 위한 대안적인 방법이다.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제주도의회에 참석, 간부 소개를 하는 자리에서 첫 인사의 기준으로 능력과 충성도를 제시해 논란을 빚은 적이 있다. 충성도를 인사기준으로 삼는 사람들도 겉으로는 능력이나 화합 등을 내세우는 것이 보통인데 노골적으로 충성도를 제시하는 것은 ‘알아서 기어라’의 또 다른 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