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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희의 수류운재(2) ··· 주먹 쥔 원숭이의 교훈

‘강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에 이른다’

 

10일 김태환 전 제주도지사가 차기 선거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이 문구를 화두로 들고 나왔다.

 

김 전지사가 현직이던 2010년에 지방선거 불출마를 결심할 때 이 말에 위안을 삼고 결심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불교 경전인 화엄경에 나오는 말이다.

 

“나무는 꽃를 버려야 열매를 맺는다”의 바깥짝이다. 합치면 다음과 같다.

 

樹木等到花 謝才能結果 江水流到舍 江才能入海(수목등도화 사재능결과, 강수류도사 강재능입해)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고 강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에 이른다.

 

무언가 버리지 않고는 새로운 것, 더 큰 것을 얻을 수 없다는 뜻이다.

 

이와 비슷한 얘기로 역시 불교 경전에 나오는 ‘뗏목의 비유’가 있다.

 

“어떤 나그네가 긴 여행 끝에 바닷가에 이르렀다. 그가 생각하기를 ‘바다 건너 저쪽은 평화로운 땅이다. 그러나 배가 없으니 어떻게 갈까? 갈대나 나무로 뗏목을 엮어 건너가야겠군’하고 뗏목을 만들어 무사히 바다를 건너갔다.

 

그는 다시 생각했다. ‘이 뗏목은 내게 큰 은혜를 베풀었으니 메고 가야겠다‘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는 바다를 건너고 나서 이렇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이 뗏목으로 인해 나는 바다를 무사히 건너왔다. 다른 사람들도 이 뗏목을 이용할 수 있도록 물에 띄워놓고 이제 다시 내 갈 길을 가자’

 

이와 같이 하는 것이 뗏목에 대해 할 일을 다 하는 것이다“

 

부처님의 말씀은 더 이어진다.

 

“너희들은 이 뗏목처럼 내가 말한 교법까지도 버려야 한다. 하물며 법(法)이 아닌 것이야 말할 것이 있겠느냐”

 

부처님은 자신의 설법까지도 버려야 할 대상이라고 설파한 것이다.

 

 

이런 얘기가 고리타분하다면 ‘원숭이 주먹’ 얘기도 있다.

 

다음은 원숭이를 잡는 방법 중의 하나.

 

주둥이가 작고 몸뚱이가 큰 병모양의 독특한 조롱박에다 원숭이가 좋아하는 쌀, 콩, 밤 등 음식물을 넣어서 커다란 나무에 매달아 놓는다.

 

그러면 원숭이가 그 냄새를 맡고 찾아와, 조롱박 속에 손을 집어 넣어 먹을 것을 거머쥔다. 조롱박은 입구가 작다. 아무것도 쥐지 않는 상태에서는 쉽게 손을 넣을 수가 있지만, 무언가 잔뜩 움켜 쥔 손은 잘 빠져나오지 않는다.

 

원숭이는 사람이 다가서도 호박 속에 쥔 먹을 것이 아까워 잡혀갈 때까지 그 손을 펴지 않는다고 한다. 손만 펴면 쉽게 도망갈 수 있는데도 원숭이는 끝까지 먹을 것을 놓지 않는다.

 

그러고 보면 우리 인생은 공수래 공수거(空手來 空手去)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 수의(壽衣)에는 그 흔한 주머니 하나 없다고 한다. 염습할 때는 손을 펴준다. 어차피 주먹은 펼 수 밖에 없다.

 

주먹을 언제 펴느냐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 주먹을 펴는 시기를 놓치면 화가 미친다. 청명에 놓을 것이냐, 한식에 놓을 것이냐. 청명과 한식은 거의 같은 시기다.

 

 

얼마 전 제주도의회의 내년도 제주도 예산 심사과정에서 종교관련 예산이 도마에 오른 적이 있다. 2010년 2억8천만원이던 종교단체 지원예산이 23억8 천만원으로 무려 8배 이상으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의원들은 내년 선거를 의식한 선심성 예산 편성이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종교단체에서 요구한 것인지, 제주도에서 자발적으로 계획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종교까지 속세의 선거판에 동원되고 있는 현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삶의 진리를 설파한 종교의 말씀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표’계산만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재선충 재앙과, 재선충 작업 사망자 장례식 날 골프 파문, 우근민 지사의 새누리당 입당 논란, 서귀포시장과 도지사의 내면거래 의혹 등 굵직한 사건들이 연일 제주도민들의 마음을 할퀴고 있다.

 

그럼에도 제주도정은 오로지 내년 지방선거에만 올인하는 모습이다.

 

그러고 보면 오늘의 제주도정은 주먹에 먹을 것을 쥐고 펴지 못하는 원숭이와 닮은 꼴이다. 주먹을 놓을 기회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조롱박 주인이 눈앞에 있는 형국이다.

 

※ 수류운재=수류심불경(水流心不競) 운재의구지(雲在意俱遲), 흐르는 물은 다투지 않고 구름은 서둘지 않노니. 두보(杜甫)의 시 강정(江亭)에 나오는 시구에서 따온 말이다.<편집자 주>

 

 

김대희는?

= 취재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언론인이다. 제주신문, 제민일보를 거쳐 서귀포신문 사장을 역임했다. 김태환 지사 시절 공직에 입문해 제주도 공보관과 문예진흥부장을 지내기도 했다. 현역 기자 시절에는 항상 소외된 이웃을, 사회의 어두운 곳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는 기사를 쓰기 위해 노력해온 휴머니스트이기도 하다. 한 때 '자청비'라는 막걸리 집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는 풀코스를 30회 넘게 완주한 마라토너다. 과유불급이라는 단어를 사랑하는 울트라 마라토너다. 2012년에는 강화도에서 강릉까지 달리는 한반도 횡단마라톤을 62시간에 완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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