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할아버지’가 시골초등학교서 망치들고 기타들고

  • 등록 2012.02.15 19: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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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튠업 음악여행단, 1박2일간 애월초·더럭분교서 음악 나눔 프로젝트
가수 김창완씨 음악실 꾸미며 어린시절로 돌아가…‘여기가 낙원이다’

 

“산할아버지 구름모자 썼네! 나비같이 훨훨 날아서 살금살금 다가가서 구름모자 벗겨오지. 이놈하고 물벼락 내리시네! 천둥처럼 고함을 치시네. 너무 놀라 뒤로 자빠졌네 하하하하 웃으시네. 웃음소리에 고개 들어 보니 구름모자 어디로 갔나요. 바람결에 날려갔나요 뒷 춤에 감추셨나요.”

 

15일 저녁 어느 한 어촌초등학교에 산울림의 ‘산할아버지’ 노래가 울려 퍼졌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익숙한 목소리다. 게다가 아이들의 목소리도 같이 들린다.

 

제주시 애월읍 애월초등학교에서 흘러나온 노랫소리다. 김창완밴드가 찾아와 콘서트를 열었다.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한 획을 그은 김창완씨가 왜 제주의 시골마을 초등학교에서 콘서트를 열었을까?

 

지난 14일 오후 제주시 애월초등학교와 애월초등학교 더럭분교장에 가수 김창완씨와 정원영씨를 비롯한 신인 뮤지션들이 찾아왔다.

 

이들은 애월초 강당에 공연이 가능한 음향시스템을 설치했다. 또 더럭분교장에는 음악실도 만들었다.

 

 

 

특히 더럭분교장의 음악실은 기존에 체육기구와 농기구 등을 보관하던 창고였다. 이들은 초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집기들을 옮기고 페인트칠을 했다. 아름다운 등(燈)도 설치하고, 깔끔한 악기보관함도 설치했다. 바닥에는 모노륨으로 깔았다.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간의 의자들도 놓았다. 물론 스피커도 설치했다. 벽에는 아이들이 아름다운 꿈을 꿀 수 있는 그림도 그렸다. 한쪽에는 작업 기간 동안 아이들과 찍은 사진도 장식했다.

 

게다가 애월초 기타반 어린이 24명에게 기타교육과 드럼교육도 실시했다. 드럼과 키보드, 기타, 베이스 등도 지원했다. 14일 늦은 밤을 지나 15일 오전까지 그렇게 진행됐다. 기타반을 오는 4월까지 제주출신의 뮤지션 ‘데빌이소마르코’가 교육을 하게 된다.

 

애월초는 교육과학기술부 지정 창의교육학교로 4년간 지원을 받고 있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기타를 비롯한 바이올린, 오카리나, 풍물 등의 음악을 가르치고 있다.

 

1996년 애월초 분교장으로 변경된 더럭분교장은 매년 10여 차례 초청공연을 하는 ‘승무북가락’부가 있다. 지난해까지 교내 음악실을 사용했다. 그러다 (하가리)마을에서 학교살리기에 나서면서 어린이가 있는 제주 밖 사람들을 끌어 모아 학생수를 39명에서 50명으로 늘렸다. 그러나 교실이 모자라 결국 과학실과 음악실을 교실로 바꿨다.

 

그러던 찰나에 CJ문화재단에서 실시하는 ‘CJ아지트-우르르 음악여행’ 프로그램이 제주의 애월초와 더럭분교장을 선택했다.

 

 

작업을 마친 뮤지션들은 15일 오후 4시30분에 더럭분교장 새 음악실에서 작은 콘서트를 개최했다. 물론 학생들이 모두 모였다. 마을주민들도 몰려 작은 음악실이 콩나물시루같이 관객들로 가득 찼다.

 

신인뮤지션 3개 팀은 퓨전국악을 선보이는 등 자신들이 만든 새로운 음악을 시골마을 어린이와 주민들에게 선사했다. 박수갈채도 뜨거웠다.

 

이어 오후 6시부터는 본교인 애월초 강당에서 콘서트가 열렸다. 여기서는 김창원밴드를 비롯한 신인뮤지션 등 7개 팀이 참가했다. 애월초 기타반 어린이들도 함께 협연을 했다.

 

과거 유행했던 김창완씨의 ‘개구쟁이’, ‘산할아버지’, ‘어머니와 고등어’, ‘아니벌써’ 등이 연주됐다. 모든 관객들도 박수를 치며 함께 불렀다. 여행단 단장인 김창완씨는 애월초에 교가를 편곡해 선물하기도 했다. 애월초 학생들이 색다른 교가를 갖게 된 것이다. 3시간여 동안의 뜨거운 무대는 학교는 물론 저물어가는 시골마을 겨울밤을 뜨겁게 달궜다.

 

CJ아지트 튠업은 CJ문화재단에서 신인 창작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영화와 음악, 뮤지컬, 연극 등 다양한 예술분야에 신인들을 길러내고 있다. 음악분야의 멘토로 김창완, 정원영, 크라잉넛 등이 있다. 후배 뮤지션들이 실력이 좋아 음악 나눔 프로젝트로 ‘우르르 음악여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강원도 주문진시장에서 첫 번째 프로그램을 진행한 이후 올해 처음으로 제주를 찾은 것이다. 앞으로 소록도(3월), 경기도 다문화(4월), 평창(5월)에서도 진행한다. 특히 평창에서는 애월초 기타반(밴드부)를 초청해 공연도 가질 예정이다.

 

 

이번 프로그램에 애월초 장상보 교장은 웃음으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장 교장은 “농어촌학교이다 보니 음악적인 환경에서 많이 소외됐다”며 “이런 기회가 생겨 아이들에게 음악적 재능을 키울 수 있어 기쁘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 기타반을 비롯한 학생들 중 재능이 있는 아이들을 선발해 밴드부로 육성시킬 계획”이라며 “오는 5월 평창 콘서트를 비롯한 기회가 닿는 대로 참가하는데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함박웃음을 터트렸다.

 

이완국 분교장은 “학생수가 늘어나면서 교실이 많이 필요했었다. 특히 음악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는데, 이번 프로그램으로 음악실이 생겨 다행이다”라며 “‘승무북가락’반 어린이들이 전용 연습공간도 생겨 너무 고맙다”며 감사를 표했다.

 

 

뮤지션들을 이끌고 온 김창완씨는 “이번 프로그램으로 가르친다기 보다는 (아이들의)놀이를 옅보는 시간이 됐다”며 “오히려 아티스트들이 그들의 겹핍 등을 자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또한 “콘서트에서 TV에서 나오는 소리가 얼마나 작은 소리인지 보여주고 싶다”면서 “애월초 교가도 편곡해 선물했다”고 웃음을 보였다.

 

“제주는 올때마다 점점 더 아름답게 가꿔지는 것 같다. 주민들 모두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다. 분교장 선생님들도 학생들에게 지극정성이다”며 “여기가 정말 낙원이다”라며 제주를 찾은 소감도 그의 특유한 웃음소리와 함께 말했다.

 

 

 

김영하 기자 yhkim9356@j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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