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년차에 들어선 우 도정의 위상은 '날개 없는 추락과 끝이 없는 나락'이라는 표현 외에는 달리 찾을 길이 없을 것 같다. 이들의 표정에서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하는 막막함과, 목표물을 포착하지 못하는 심란함으로 안절부절 못하는 상황을 감지하기란 결코 어렵지 않다. 통치철학의 부재로 이미 공황상태로 접어들고 있다는 이야기가 무성하다. 도대체 무엇을 얼마나 잘못했기에 이 지경의 자충수에 이르게 됐을까?
그간 우 도정은 독단과 오만과 불통의 덫에 걸려, 도민과 도정 사이에 크고 많은 장벽과 구렁이 가로막고 있음을 간과하고 있었다. 더구나 이러한 장애물을 뚫고 나갈 어떠한 동력이나 의지와 노력은 아예 찾아볼 수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실례를 들어보자.
최근 도정은 제주사회 갈등의 진앙지가 되고 있는 7대 자연경관 선정 관련 의혹을 잠재울 목적으로 대 도민 설득을 위한 설명회를 가졌다. 그러나 결과는 도정의 기대와 달리 오히려 갈등과 의혹을 더욱 키워 사면초가의 허방에 빠지고 말았다.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한 도정의 구차스런 변명과 회피는 가뜩이나 성난 민심에 엉뚱한 꼼수로 기름에 불을 붙인 격이 되었다. 혹 떼려다 혹이 더 붙은 꼴이니, 예상된 당연한 귀결이다.
한마디로 도정이 도민사회를 너무 만만하게 보고 얼렁뚱땅 덤벼들었다가 만들어낸 자충수였다. 도민사회의 밑바탕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통과 화합으로 도민을 보듬으며 회개와 반성의 자세로 이해와 설득을 구하는 겸손이 있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그러면, 우 도정의 소통과 설득 노력이(물론 얼마만큼의 노력 의지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역사회에 제대로 스며들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첫째, 경기침체의 심화와 현안해결의 지지부진으로 리더십이 훼손되면서 지사의 지도력이 끝모르게 추락하고 있다. 지난번 지자체장 선거 때 우근민 지사에게 흔쾌히 표를 던져준 유권자들이 가장 원한 것은 제주사회의 선진화와 경제 문제의 해결이며, 더 나아가 특별자치도의 위상을 드높이는 진취적인 혁신의 요구였다.
그러나 서민생활은 더 어려워졌고 주요 현안은 리더십의 실종으로 좌충우돌하고 있다. 게다가 취임 후 지금까지 줄줄이 터져 나오는 각종 비리, 끼리끼리만 나눠먹는 동종교배 인사의 심화, 비전이 없는 단기성과에 집착하고 진정성보다는 홍보기술에 의존하는 얍삽한 겉치레의 도정운영과 정책 추진방식에서 낙제점을 면치 못했다. 이런 일련의 실정이 리더십의 훼손으로 이어지면서 조롱과 멸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제 권위의 추락은 지사의 정무수행을 어렵게 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특히 강정 해군기지 처리과정에서 어려움에 처한 도민을 대하는 도정의 이상야릇하고 애매모호한 동선은 큰 일이 있을 때마다 자리를 비운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윈윈해법의 오리무중은 무능력과 기회주의의 포장품으로 치부되고,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로까지 비유되면서 본격적으로 조롱과 경멸의 대상이 되고 있다.
냉탕도 아니고 열탕도 아닌 어정쩡한 몸사림으로, 그리고 중용이나 조화를 가장한 책임회피로 세월만 허송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우 도정은 각종 현안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제주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리더십은 ‘도민이 곤경에 빠졌을 때 도정이 반드시 도와줄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신뢰의 리더십’ 임을 깨달아야 한다.
지도자에 대한 신뢰성 상실과 지도자 권위의 추락은 지역사회에 많은 혼란과 비효율을 초래함으로써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역량집결과 정책추진을 어렵게 한다. 이같은 ‘CEO 리스크’를 방지하는 것이 바로 도민적 신뢰에 기초한 도정의 리더십이 필요한 이유이다.
둘째, 우 도정은 도민의 생활에 신명과 감동을 확산시킬 수 있는 가슴 설레는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였으며 그나마 도민을 설득하는 데도 게을렀다. 지사가 도정의 모호성을 형상화하고 결단하며 비전을 제시할 때 도민은 감동하게 된다. 결국 대담한 용기의 리더십이 감동의 원천인 것이다. 그러나 우도정은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시간의 방패 뒤에 숨어서 기회만을 엿보며, 행운만을 바라는 한심스러운 행정만을 펼쳐왔다.
상명하복의 밀실행정이 만들어낸 '제주 판타스틱 아트시티'의 허망과, 주체성이 없이 우유부단한 강정 해군기지 건설에서부터 세계적인 코믹물로 등재하게 만든 7대 자연경관 선정까지 모든 것이 다 그렇고 그랬다. 침묵과 관망이 일상화되었고, 특히 상황이 불리해지면 말문을 닫았고 설득에도 게을렀을 뿐만 아니라 오직 변명과 합리화에만 진력을 다했다.
미국인들은 40대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을 루스벨트, 케네디에 이어 세 번째로 위대한 대통령으로 꼽는다. 그 이유는 레이건의 리더십이 세상을 움직이는 소통과 실천이다. 그런 리더십이 더욱 절실하게 필요한 곳은 오늘날 우리 제주사회다. 우 도정의 좌절과 낭패와 한계에는 독단과 무철학‧ 무비전이 덕지덕지 자리 잡고 있다. 도지사의 일관된 도정철학, 그리고 도민을 설득하려고 애쓰는 모습이라도 보여 주려는 일말의 의지가 보고 싶다. 우 도정에 성찰의 시간이 필요한 이유다.
셋째, 도정이 지사의 원맨쇼의 무대로 전락하면서 도민과의 소통 생태계의 구축에 실패하였다. 최근 언론에선 유독 지사의 모습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도민들은 지사의 원맨쇼를 보며 재탕 삼탕의 도정 모습을 별 감흥 없이 멀거니 바라만 보고 있는 셈이다.
이러다 보니 지사에게는 너무 여유가 없다. 지사는 소소한 것까지 부산스럽게 챙기기 보다는 정책 운영의 큰 방향을 잡고, 자신을 대신하여 세상 구석구석을 살필 사람들을 잘 선택하여 권한과 재량을 주고, 그들이 정책과제를 차질 없이 수행하도록 독려하면 족할 것이다.
그래서 지도자는 모성의 보살핌과 소방수의 진화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지도자는 비어있는 시간을 더 많이 가져야 사람들을 흡수하고 시대를 이끌어나갈 수 있는 여력을 충전할 수가 있다. 영국의 몽고메리 장군은 4가지 지도자 유형 중 최악의 경우는 ‘멍청하지만 부지런한’ 유형이라고 했다.
또한 우 도정은 주변에 측근만을 등용함으로써 인적 지평의 축소와 더불어 소통 생태계의 위축을 자초하고 있다. 능력과 성실보다는 충성도와 재선(?)을 위한 유권자의 표수를 따지는 정실인사가 극으로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상 공치(共治)에 성공한 대표적 정치가로 에이브러햄 링컨을 꼽는다. 그는 남북전쟁의 갈등을 풀며 성공적 국가경영을 위해 대담하게 자신의 정치적 반대자와 경쟁자들을 내각에 입각시켜 이들의 지혜와 경륜을 모아 나라를 다스리는 공치를 실현함으로써 그동안 그를 비판하고 반대하던 많은 사람들이 진심으로 찬탄하는 위대한 지도자가 되었다.
우 도정은 지난 2년여의 정치가 무엇이 잘못되었기에 여기까지 흘러왔는가를 되돌아보고, 남은 2년만이라도 안으론 계파를 허물고 밖으론 진정으로 도민과 소통하는 정치에 온몸을 던져야 한다. 진정 레임덕 없는 지사가 되려면 더 적극적으로 의회와 도민을 설득하며, 오얏나무 밑에서는 갓끈을 고쳐 매지 않고 오이 밭에 가서는 신발끈을 고쳐 메지 않는 투명한 행정과 희생타의 정치에 나서야 한다.
넷째, 정책의 진정성과 판단력 결핍이 소통의 실패를 자초하였다. 7대 자연경관 선정 과정에서 전화투표를 강요한 적이 없고 자율적으로 이루어졌다는 도정의 어설픈 해명은 도민사회로부터 철저히 불신을 받는 단초가 됐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고 벌건 대낮에 하늘이 절로 어두워지겠는가.
곤란한 상황에서 우 도정의 말은 주춤대거나 빈곤했다. 올해 들어 강정마을 사태, 7대 자연경관 선정의 논란에서 우 도정의 어록은 선명하지 않았다. 제왕적 권력을 즐기면서도 그 파장에 대해선 책임을 회피하는 도정의 태도는 당당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솔직 담백하게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했다면 공감각적인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7대 자연경관 선정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는 이유가 바로 그러하지 못했던 데 있다.
종종 우 도정은 소통을 강조했다. 하지만 대다수 민심은 그 진정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것은 도정이 혼선을 빚을 때 정면 돌파보다는 뒷전에서 몸을 도사리며 눈치 살피기에 급급했으며, 그런 연유로 우 도정의 언어가 자기방어의 삭막함과 피곤함으로 빙빙 헛돌았기 때문이다.
도정의 진정성 결핍을 해소하기 위한 유일한 방책은 자세를 낮추고 수용하려는 경청이다. 진정성이 담긴 경청의 필수요건은 도민에 대한 존경심과 배려다. 홍보라는 분칠로 치장한 전략과 전술을 거두고 민낯을 드러내는 직접 대면과 적극적인 소통의 자세가 필요하다. 도정이 정해진 틀에 꿰어 맞추려는 일방적인 주장만 내세우면 소통의 문은 점점 닫혀만 가고, 소통이 차단된 파이프라인은 언젠가는 파열하게 되어 있다.
또한 우 도정은 귀를 열어 들으려하기 보다는 말을 많이 하려 한다. 그만큼 오만으로 가득 차 있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경청 부족으로 설득이 어렵게 된다. 당 태종이 중국 역사상 손꼽히는 명군으로서 '정관(貞觀)의 치(治)'를 이룩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위징’ 처럼 죽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간언하는 충직한 신하를 가졌으며, 천자의 권위를 내려놓고 그 까칠하고 속 뒤집는 직언을 경청하고 존중했기 때문이다.
권력을 가진 리더가 소통을 외면하는 '소통의 역설'을 극복하지 못하면 정상의 자리를 스스로 위태롭게 한다. 귀에 거슬리고 불편한 비판의 소리를 기피하고, 듣기 좋은 소리에만 치우칠 경우 전체를 보는 눈을 잃고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된다. 이제라도 우 도정은 진정한 소통을 통해 원칙과 신뢰라는 소중한 자산의 부가가치를 늘려가야 한다.
다섯째, 제주도가 전국에서 가장 가난한 땅으로 전락했다는 사실이 민심의 바닥을 관통하면서 도민들의 불안과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제주지역 실질경제성장률은 최근 8년간 전국평균을 밑돌고 있으며 특히 작년에는 전국 16개 광역시·도 중에서 가장 낮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로써 제주사회는 빈곤화 성장의 문제에 더해 "다 같이 못 사는" 포괄적 하향화(race to the bottom) 문제에 직면하고 있어, 제주사회는 질시와 갈등의 증폭으로 사회 활력의 저하와 사회통합에 많은 진통이 수반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데도 당면한 위기극복과 새로운 성장전략을 위한 도정의 리더십이 실종되면서 도정이 혼미 속을 헤매고 있기에, 경제와 민생까지 온통 엉망이 되고 있다. 그래서 제주사회는 더욱 더 갈갈이 찢어지는 아픔과 벼랑의 칼날 위를 걷는 위태를 느끼게 된다.
이제부터라도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겸허히 성찰할 필요가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왜 제주사회가 가장 가난한 땅으로 전락하고 있으며, 냉소와 환멸과 갈등 속에 쳐 박혀 민심이 요동치는지를 되돌아보아야 한다. 이를 통해 진정으로 도민과 소통하고 화합하는 새로운 리더십으로 선진제주 건설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여섯째, 심각한 공직사회의 부패와 복지부동이 도정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경찰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2011.9.21, 조선일보 보도)에 의하면 공직자의 비리가 최근들어 크게 늘어났으며, 지자체 공무원의 비리건수가 더욱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2006년~2011.7월 기간중 비리사범 건수; 중앙부처 공무원 929건,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1646건)
이러한 공직사회 부패의 증가추세는 제주도의 경우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공직사회의 부패는 도정에 대한 신뢰 저하와 함께 서민들의 일할 의욕을 박탈하는 사회의 악이 되어 지역사회의 쇠락을 초래하게 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위에서 언급한 여러 가지 사항들이 우 도정의 정책운영이 성공적인 성과로 연결되지 못한 이유들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지사는 향후 정책운영에 있어 지금까지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명심해야 할 것이다.
요즈음 제주사회는 내분과 갈등의 덫에 갖혀 ‘삭풍 앞의 등불’ 같은 위기상황에 처해있는 형국이다. 특히 빈곤화 성장에 따른 사회의 양극화로 박탈감과 고통에 시달리는 저소득 서민층이 늘어나면서 제주사회는 점점 절망의 절해고도로 다가가고 있는 듯하다. 외부 환경변화에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는 제주경제가 어지러운 도내사정에 허덕대다가 결국에는 최악의 사태를 맞는 게 아닐까 심히 걱정된다.
우리 제주가 변화무쌍한 세계화 시대에서 살아남아 도민의 안녕과 번영을 지키기 위해서는 보다 차별화된 정책 목표와 치밀한 전략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폭넓은 도민적 합의와 이를 바탕으로 지역사회를 운영할 수 있는 유능한 정치 리더십이 필수임은 물론이다.
문제는 우리 주변에는 이런 새 구도 하에서 당면한 위기극복과 새로운 성장전략을 주도할 수 있는 리더십이 안 보인다는 점이다. 우 도정이 지금이라도 냉철한 자기반성을 통해 도민과 고난을 공유하며 이익창출을 위해 투신하지 않는다면, 지속적으로 도민적 항거에 직면하게 되는 불행을 자초하게 될 것이다.
튀니지에서 시작된 아랍의 봄이 보여주듯, 소통과 신뢰를 상실한 독단적 국정운영으로 시민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정책에 담아내지 못하는 국가는 어디서든지 지속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한국인들은 리더가 가져야 할 제일의 덕목으로 소통과 신뢰를 들고 있다는 조사결과는 우리 제주사회에 참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주의 명물 “삼다수”가 명불허전(名不虛傳)인 이유는, 빗물이 수많은 화산암층을 통과하면서, 유해성분은 여과되고 유익한 필수 무기물은 첨가되는 자연의 현상을 어느 하나도 마다하지 않고 골고루 다 거쳤기 때문이다. 제주도를 한국의 삼다수로 만드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고운호는?=1979년 한국은행에 발을 들여 놓은 뒤 제주출신으론 처음으로 한국은행 제주본부장이 됐다. 2005년 3월부터 2008년 2월까지 3년간 재임하는 등 한국은행에서만 31년간 재직, 외길 금융인의 길을 걸어왔다. 한국은행 제주본부장으로 재직중엔 지역경제의 콘트롤타워를 목표로 제주경제포럼을 출범, 제주도지사와 함께 공동대표 역을 맡아 제주의 경제와 미래방향 논의의 불을 지핀 인물이다. 제주본부장 재직시절엔 제주본부가 한국은행 지역본부중 최우수본부로 지정됐다. [제주경제의 선진화를 위한 외침] 등 다수의 저서와 연구논문,자료를 냈다. 한국은행에서 퇴직한 최근에도 활발한 저술과 기고활동을 펼치며 제주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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