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보잡' 항공기에 깜깜이 ... '7대경관' 사기극 예고

  • 등록 2020.01.13 10:4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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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시중의 [프로빈셜 홀(Provincial Hall)(19)] "되는 일이 없어"

 

김철수는 지독한 좀비(zombie)에 물려 감염된 듯 흐느적 거렸다. 좀비는 괴기영화에 등장하는 살아있는 시체다. 한번 좀비에 물리면 물린 사람도 좀비가 되어 버린다. 현대의 관료화된 거대 조직에서 처세술만을 터득해 주체성이 없이 무산안일하게 흐느적거리는 사람들을 일컬어 부르기도 한다.

 

프로빈스는 몇 년 동안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이 흘러가 버렸다. 이미 선거는 다가와 가는데 내세울게 없어서 걱정이 크다. '되는 일이 없어‼'라는 노래가 있다. '누가 시계를 되돌렸어‼ 나는 분명히 아무것도 안했는데‼'라는 가사가 반복된다. 김철수는 좀비처럼 프로빈스의 분위기에 맞추어 흘러가는 대로 맡겨버렸다.

 

“머리를 쓰란 말이야‼ 머리를‼”

 

우중석(櫌重石)은 문서를 결재하면서 김철수에게 윽박질렀다. “머리를 써야 공무원이 되는 거다‼ 머리를 쓰란 말이야‼ 머리를‼”하면서 자신의 오른쪽 검지 손가락으로 자신의 이마를 툭툭 쳤다. 그런데 문서에 '~하시기 바랍니다.'를 '~할 것.'으로 고쳐 쓰고 밑줄을 두 번이나 그어가며 권위주의 시대에 즐겨 쓰던 표현을 강조했다. 하지 말아야 될 일을 하면서도 행정기술이 대단히 높다고 스스로 자부하고 있다. 책상을 탁탁 치더니 결재서류 판을 탁자 위로 툭 내던졌다. 탁자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김철수는 조배죽들이 말하는 유능의 의미를 알고도 남는다. 인격의 침해를 받더라도 개의치 않고 “미처 몰랐습니다. 큰 가르침을 받았습니다‼”라고 받들어 모셔 주면서 단어 하나를 수정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역시 최고입니다‼”라고 다시 보고한다. 식사를 모시면서 “지적해 주신 은혜 잘 받들겠습니다‼”라고 추켜 세워주면 된다. 먼저 나서 아는 척 할 필요도 없다. 간단하다. 우중석은 칭찬을 받은 어린아이처럼 우쭐댔다.

 

그렇게 조배죽들은 단어 하나와 문서에 토를 달면서 몇 년을 흘려버렸다. 그러나 우중석은 문서에 토나 달면서 목에 핏줄이 설 정도로 목청을 높이지만 사업의 내용에 대하여는 이해를 하려하지 않는다. 자신은 수필을 많이 쓴다고 하지만 공문서에 세련된 표현은 전혀 보이질 않았다.

 

우중석이 보기에는 김철수는 머리가 잘 안 돌아가서 쓸모없는 무능한 자이다. 김철수는 머리를 써 보았지만 특별히 떠오르는 것도 없고, 선심성 예산에만 눈이 번쩍이는 조배죽들의 취향에 맞추지를 못했다. 옷은 입은 사람에게 맞아야 하고 아무리 좋은 옷이라도 그 사람이 몸에 맞지 않으면 그냥 걸친 것이다. 그래도 선거를 대비해서 무엇인가 해야 하는데 초조함에서 비롯되고 뭔가 만들어 내라는 다그침인 것 같다.

 

'몸을 쓰지 말고 머리를 쓰라‼'는 말은 유태인들의 자녀 교육 방식이다. 노동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남보다 두배 이상 잘하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열심히 생각하면 남보다 10배 더 잘할 수 있다는 생존의 법칙에서 나온다. 이에 비하여 우중석은 다른 내용으로 말하는 것 같다. 그러나 조배죽들은 머리를 쓰면 그 결과는 나쁜 방향으로 흘러가 버렸다. 무엇보다도 정책을 소화할 능력이 의심스러웠다.

 

지방항공사

 

세계적으로 지방항공사(Regional Airlines)와 저가항공사(LCC. Low Cost Carrier)가 유행중이다. 지방항공사는 북미 대륙과 같이 땅이 넓은 곳에서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다. 이 형태는 대형 항공사와 계열회사가 계약에 따라 운영하는 형태이다. 주요 허브(Hub) 공항에서 소수의 승객을 멀리 떨어진 고립된 지역이나 조그만 산골의 벽지(僻地)에 연결하는 경우이다.

 

또는 항공노선을 유지하기 위하여 대형 비행기 대신에 소형 비행기를 투입하여 늘어나는 수요에 대비하는 경우이다. 이를 통근항공편이라 한다. 다른 형태는 대체로 독립된 소규모 항공사가 고립된 작은 마을과 큰 도시를 연결하는 경우이다. 공식항공가이드(Official Airline Guide)는 1960년대 부터는 미국에서 운행하는 소규모 지역항공사에 대하여 통근항공사(commuter airlines)로 분류하여 부르기도 하였다.

 

지방항공사는 초기에는 소형 프로펠라 비행기를 운항하였으나, 항공산업이 발달에 따라 터보 프로펠라 혹은 제트기로 대체하기도 하며, 현재 미국에서는 틈새 여객을 위하여 조그마한 공동체와 주요 공항을 연결하는 지방항공사 설립을 권장하고 있다. 지방항공사는 하와이의 모쿠렐레 항공(Mokulele Airlines)을 들 수 있다. 하와이의 10여개의 섬과 섬의 소규모 공항을 조그만 소형 비행기로 연결한다.

 

저가항공사는 그 이후에 나타난 현상이다. 항공사 운행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줄이고 요금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식으로 북미와 유럽에서 유행하였다. 그러므로 지방항공사와는 그 성격이 크게 다르다. 반면에 저가 항공사는 대형 제트기가 대세이다. 아일랜드의 라이안 항공사(Ryan Air)는 대표적인 저가 항공사로 300여대의 항공기는 모두 대형 제트기이다.

 

프로빈스에서는 지방항공사를 설립하기 위하여 열심히 머리를 썼다. 지방항공사라는 용어를 쓰는 것은 그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터보 프로펠라 비행기가 프로빈스에 가장 적합하다고 홍보가 한창이다. 김철수는 교육을 받은 대로 주민들에게 “터보 프로펠러 비행기는 안전하다고 합니다‼”라고 열심히 안내하였다. 그러나 주민 중의 한사람이 “제트기보다 터보 프로펠라 비행기가 안전하다? 이 말씀인가요?”라는 질문에는 답변하질 못하여 체면을 구겼다.

 

문제는 L610G라는 비행기다. 40인승 터보 프로펠라 비행기이다. 그러나 이 비행기는 시제품과 몇 개의 동체가 생산되기는 했지만 전 세계 어느 나라의 항공사에서도 여객용으로 사용해본 적이 없다. 미국 연방항공청에 형식승인을 받기 위하여 오랜 기간 묶여 있었다.

 

김철수는 이 비행기를 인터넷으로 찾아 보고는 눈이 뒤집혔다. 이 비행기는 어느 나라의 이름 모를 비행장 한구석에 전시하듯이 계류되어 있다. 양쪽 날개에 붙여 있어야 할 프로펠라는 온데간데 없이 떨어져 나갔다. 날개에 달려 있어야 하는 두 개의 엔진 중에서 하나는 형태도 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이 비행기의 제원과 항공기 관련법 규정을 하나씩 대조하고, 외국의 언론에 보도된 자세한 내용을 중앙정부에 알려주었다. 머지않아 이 비행기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렸다.

 

김철수는 인터넷으로 쉽게 확인이 가능한 단순한 정보를 확인하지 못하는 프로빈스가 안타깝다. 우중석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려 하였으나 그들의 위세는 감히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질문이라도 하였다가는 또 다른 날벼락이 떨어질 수도 있다. 머리를 제대로 쓰시라고 일러 주고 싶었지만 꾹꾹 눌러 참았다.

 

그래서인지 몇 년 후에는 전 직원들에게 머리가 아니라 검지 손가락 하나를 쓰도록 몰아갔다. 칠대경관 전화질이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조시중은? = 제주특별자치도의 사무관으로 장기간 근무하다가 은퇴하였다. 근무 기간 중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정책학 석사, 미국 캘리포니아 웨스턴 로-스쿨에서 법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최근에는 제주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는 제이누리 객원 논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조시중 joe-micha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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