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훈 제주지사가 오는 28일 연북로에서 열리는 '차 없는 거리' 행사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제주도의 탄소 중립 정책 추진과 전국 최저 수준의 걷기 실천율 개선을 위한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다. "행사가 실패하더라도 의미 있는 시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 지사는 10일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서 '차 없는 거리' 행사에 대해 이 같은 입장을 전했다.
도는 오는 28일 '걷는 즐거움, 숨쉬는 제주!'라는 주제로 연북로 제주문학관에서 연북로와 구산로 및 도남로가 교차하는 메가박스 극장 앞 사거리까지 약 2km 구간을 오전 동안 전면 통제하고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오전 9시 20분부터 걷기 행사를 시작으로 자전거 타기와 인라인스케이트 타기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될 계획이다. 자전거 타기 행사는 걷기 행사와 별도로 상·하행 2개 차선에서 운영된다.
행사와 함께 도민들의 걸음수에 따른 기부가 이루어지는 '걷기 기부 캠페인'도 시작된다. 이 캠페인은 오는 11월까지 약 2개월 동안 이어진다. 도민들이 걷는 전체 걸음 수가 10억 걸음에 달성하면 1억원의 기부금이 조성된다.
걸음 수는 모바일 앱 등을 통해 집계된다. 또 건강체험, 저탄소·친환경 체험, 플리마켓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함께 마련된다.
행사에서는 '범도민 걷기실천 서약서' 선언도 예정돼 있다. 서약서에는 ▲건강은 건강할 때 나부터 ▲가족·지인들과 함께 걷는 즐거움을 공유 ▲직장, 단체, 지역사회의 걷기활동에 적극 동참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연북로가 제주도 내 차량 통행이 가장 많은 도로 중 하나로 이번 통제가 도민들의 이동에 큰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연북로 통제에 따른 풍선효과로 인해 연삼로, 일주도로, 애조로의 교통 혼잡이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자가용이 없으면 접근하기 어려운 연북로에서 차 없는 거리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모순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일부에서는 대중교통 접근이 용이한 원도심에서 행사를 진행해 행사의 취지를 살리면서 원도심 활성화도 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와 같은 비판에도 오 지사는 행사를 강행할 방침이다.
그는 "제주도민들이 자동차 사용에 불편함을 느껴야 자동차 사용이 줄어든다"며 불편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간담회에서도 "차 없는 거리 행사는 제주도의 탄소 중립 정책 추진과 비만율 감소, 걷기 실천율 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며 "이번 시도가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지만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시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행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향후 차 없는 거리 행사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도가 이번 행사에 모티브로 삼은 것은 콜롬비아 보고타 시의 '시클로비아'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도시 교통 문제 해결과 시민 건강 증진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보고타 시는 매주 일요일마다 14개 구간 127.98km 거리를 통제해 시민에게 내어주며 자전거와 걷기로 도심 교통 문제를 해결하고 시민들이 보다 건강하고 친환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근에는 시클로비아가 요가, 춤, 체조, 각종 구기 운동 등 다양한 활동을 접목한 '레크레오비아'로 발전하고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