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없는 거리 걷기’ 대부분 긍정적이라는데 과연 그럴까?

  • 등록 2024.11.06 15: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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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 도민들 생각과 엇박자, 도민평가단 기준도 모호 ... 공무원 등 동원은 모르쇠

 

제주도가 논란이 많았던 '차 없는 거리' 행사에 대한 도민 평가회 결과를 내놨다. 도민참여단 50여명의 생각이다. 실제 도민들의 생각이 제대로 반영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달 28일 베스트웨스턴 제주호텔에서 열린 ‘차 없는 거리 걷기 행사’에 대한 도민 평가회의 결과를 6일 공개했다.

 

이번 평가회에는 도민참여단 53명이 행사 운영과 개선점을 논의하며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도에 따르면, 평가 과정에서 의견 편중을 막기 위해 숙의형 기법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숙의형 기법은 참여자들이 충분히 정보를 공유하고 깊이 있는 논의를 통해 결론에 이르는 방식으로 빠른 결정보다는 신중한 논의를 중시한다.

 

도민참여단 중 44.2%는 행사에 직접 참여했고, 9.6%는 참관했다. 나머지 46.2%는 행사에 참여하지 않은 이들로 구성됐다.

 

도민참여단 구성은 제주시가 69.2%, 서귀포시가 30.8%였다. 성별로는 여성이 75.9%, 남성이 24.1%를 차지했다. 연령대별로는 50대가 33.3%로 가장 많았고, 이어 30대와 40대가 각각 11.8%, 20대가 9.8%, 70대 이상이 3.9% 순이었다. 하지만 그외 도민참여단 선정기준은 모호했다.

 

이들은 행사 운영 방식, 장소 선정, 차량 통제 필요성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평가회에서는 걷기 프로그램에 대해 도민들의 87%가 필요성을 공감했다. 행사 자체에 대해 긍정적 평가는 58.5%, 부정적 평가는 24.5%, 유보 의견은 17.0%로 나타났다. 차량 통제 필요성에 대해서는 79.2%가 찬성했다.

 

주요 쟁점으로는 행사 장소 선정이 중요 요소로 평가됐다. 그러나 토론 후 축제의 의미와 원칙을 살리기 위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도로 위치로는 구도심과 해안도로를 선호하는 의견이 28.3%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도심권 대로가 32.7%의 지지를 얻었다.

 

도는 이번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 이후 행사는 연북로나 애조로를 제외한 제주시 도심 대로에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행사 주기에 대해서는 반기별 개최를 선호하는 의견이 57.4%였고, 행사 시간은 하루 종일 진행하는 방식(53.7%)과 3시간 내외로 운영하는 방식(46.3%)이 비슷한 선호도를 보였다. 행사 운영의 전문성에 대해선 긍정적 평가가 45.1%였다. 그러나 안내와 통제 부족 등의 개선 필요 의견도 54.8%에 달했다.

 

양승주 제주도 건강관리팀장은 "연북로가 행사 장소로 적절했는지 묻는 질문에 대다수가 긍정적 답변을 했으며 체험 부스 운영에서도 높은 만족도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도민들의 실제 체감은 다소 달랐다.

 

제주시 한림읍에 거주하는 고모씨(32)는 "행사가 걷기를 주제로 한 축제인지, 차 없는 거리 조성인지 분명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행사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주차장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에 대해 정모씨(32·여·삼도동)는 "차 없는 거리 행사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연동에 거주하는 김모씨(28·여)는 "대중교통이나 셔틀버스 활용이 더 좋았을 것"이라며 "주차장을 찾는 데 시간이 너무 걸렸다"고 답했다.

 

도는 교통 혼잡 완화와 접근성을 고려해 행사를 정례화하고 법적 기반 마련을 위해 관련 조례 제·개정을 검토할 방침이다.

 

강동원 제주도 안전건강실장은 "이 행사가 도민 건강과 탄소중립을 위한 첫걸음이 되길 바라며, 지역사회 협력을 통해 지속 가능한 걷기 축제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차 없는 거리' 행사에 공무원과 각종 기관 직원들이 대거 동원된 점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무원은 "농협, 축협, 수협 등 관련 기관의 참여 독려가 있었다"며 "자발적 참여보다는 형식적인 참여로 보인다"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또 기관들의 체험 부스나 홍보 부스 운영에 공무원이 동원된 점 역시 도는 밝히지 않았다.

 

제주도는 지난 9월 28일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차량통제는 오전 6시부터 오후 2시까지) 연북로 일부구간을 통제하고 "2024 차 없는 거리 걷기, 걷는 즐거움, 숨 쉬는 제주"행사를 열었다. 

 

도는 행사 당일 참가자 4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3.4%가 만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김영호 기자 jnuri@j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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