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처벌기준은 서민과 엘리트에겐 각각 다르다?

  • 등록 2025.04.01 16:2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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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과 국민의 권리 (5) 잔인하고 비정상적인 처벌 금지의 원칙

'헌법과 국민의 권리'를 살핀다. 미국과 독일 등의 연방헌법을 비롯해 각 ‘주 헌법’이 국민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각 국의 헌법에 대하여는 많은 연구가 있어왔으나 ‘주 헌법’에 대하여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이 연재를 통하여 처음으로 소개한다. 특히 계엄과 같은 국가의 권력 남용으로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지고, 헌법과 국민의 권리가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어떻게 보장되어야 하는지 다시 새겨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1780년 제정된 미국 ‘메사추세추 주 헌법’ 제1장 제26조는 '치안판사 혹은 법원은 과도한 보석 혹은 보증을 요구하거나, 과도한 벌금을 부과하거나, 혹은 잔인하고 비정상적인 처벌로 고통을 주어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No magistrate or court of law shall demand excessive bail or sureties, impose excessive fines, or inflict cruel or unusual punishment.

 

이 규정은 특히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자의적인 판단으로부터 국민이 억울하게 희생을 당하지 않도록 법원과 판사의 의무를 규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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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인간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범죄에 비하여 자의적인 방식으로 고통을 주거나, 명백하게 전체사회에서 받아들일 수 없거나, 불필요한 가혹한 처벌을 할 수 없다는 원칙을 정한 것이다.

 

이 원칙은 영국의 권리장전(1689년)에서 비롯되었으며, 미국 연방헌법 수정조항 제8조(1791년)에도 반영되어 '과도한 보석금을 요구하거나, 과도한 벌금을 부과할 수 없으며, 잔인하고 비정상적인 처벌로 고통을 주어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다른 주의 헌법에서도 유사하게 규정되고 있다.

 

Excessive bail shall not be required, nor excessive fines imposed, nor cruel and unusual punishments inflicted.

 

또한 유엔 인권선언(1948년) 제5조에서도 '누구든지 고문을 받거나 잔혹하고, 비인간적이거나 굴욕적인 대우 또는 처벌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는 바와 같이 전세계 각국이 공통적인 과제이나, 아쉽게도 우리나라 헌법에는 이 규정이 없다.

 

No one shall be subjected to torture or to cruel, inhuman or degrading treatment or punishment

 

# 가혹한 처벌의 판단기준과 이중 잣대

 

우리나라에서도 과거 4·3사건에서 군사재판을 비롯하여, 군사독재 시절의 간첩 조작사건과 민주화 과정 등에서 무고한 수많은 사람들이 고문을 당하거나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 갔다.

 

옛날 얘기가 아니라 최근에도 비인간적이거나 굴욕적인 대우를 받거나, 매우 과도하다고 보아지는 판결 등이 있어 왔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800원을 횡령하였다'하여 버스기사를 해고한 회사를 정당하다고 판결하여 버스기사 일가족의 일생을 파탄나게 만들어 버린 판사가, 85만원 상당의 접대를 받은 검사의 면직처분에 대하여는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처럼 가혹한 처벌기준은 힘없는 서민과 사회의 엘리트에게는 각각 다르게 적용된다.

 

한편 영국 레가툼 연구소의 ‘번영지수(Legatum Prosperity Index)’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전체적으로 167개국 중에 29위이다. 그러나 그 중에서 유일하게 사회적 자본에 대한 평가는 107위, 사회적 자본의 세부 항목인 사법부에 대한 평가는 2013년 146위에서 2023년에는 155위로 다시 추락하면서 최하위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평가는 사법부에 대한 국민신뢰도가 남미의 콜롬비아 수준으로 허물어졌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우리나라 헌법 제12조와 제13조는 적법절차의 원칙, 영장주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미란다 원칙, 구속 적부심, 소급입법금지, 이중처벌 금지와 같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원칙을 정하고 있으므로 이 원칙은 잘 지켜져야 한다.

 

이와 더불어서 '법원과 판사는 잔인하고 비정상적인 처벌로 고통을 주어서는 안된다'는 의무를 부여한다면, 자의적인 판결로 인한 억울한 희생을 막고 헌법적 구제를 받을 수 있다고 보여진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조시중은? = 제주특별자치도의 사무관으로 장기간 근무하다가 은퇴하였다. 근무 기간 중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정책학 석사, 미국 캘리포니아주 웨스턴 로-스쿨에서 법학 석사, 제주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는 제이누리 논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조시중 논설위원 joe-michae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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