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백록담(白鹿潭)이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90호로 지정된다.
문화재청은 자연경관이 뛰어난 제주도 한라산 백록담을 오는 23일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90호로 지정한다고 22일 밝혔다.
‘백록담’은 남한에서 가장 높은 산정화구호(山頂火口湖, 산 정상 분화구에 있는 호수)다.
풍화나 침식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아 순상화산(楯狀火山, 방패를 엎어 놓은 듯한 완경사를 이룬 화산)의 원지형이 잘 보존돼 학술 가치가 크고 빼어난 경관을 보여주는 화산지형이다.
남북으로 585m, 동서로 375m, 둘레 1,720m의 산정호수(山頂湖水)로 분화구의 깊이는 108m다. 가물 때가 아니면 1~2미터 이내의 물이 항상 고여 있다.
백록담의 명칭은 ‘한라산 정상에 흰 사슴이 많이 놀았다’고 해서 붙여졌다.
한겨울에 쌓인 눈은 이른 여름철까지 남아있어 백록담의 눈 덮인 모습을 ‘녹담만설’(鹿潭晩雪)이라 해 제주의 영주십경(瀛州十景) 중에 하나다.
또 백록담 주변과 분화구 내에는 구상나무, 돌매화나무, 한라솜다리, 섬매자나무, 매발톱, 한라구절초 등 희귀한 고산식물(高山植物)이 많이 자라고 있어 생태적 가치가 뛰어나다.
백록담 정상에서 높고 낮은 오름들과 계곡, 아름다운 바다와 섬들을 조망할 수 있다. 게다가 백록담이 있는 한라산 정상부는 만세동산(해발 1600m)과 선작지왓(제주 방언으로 ‘돌이 서 있는 밭’)을 비롯한 한라산 대부분 지역에서 조망되는 제주의 중요한 상징적 경관으로서의 가치가 매우 크다.
명승으로 지정되면 국가지정문화재로서 그 구역 내에서는 현상 변경은 물론 동식물·광물까지도 법률로 보호된다. 또 국가가 직접 모든 관리와 행위를 하게 되며, 지자체가 비용이 필요하다고 요청하면 국고가 지원된다.
한편 문화재청은 지난 9월3일 한라산 백록담과 함께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지정 예고했던 ‘선작지왓’, ‘방선문(訪仙門)’에 대해 다음 달 중 명승으로 지정할 예정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방선문은 주민들의 의견수렴이 있어 지정 구역을 일부 조정할 계획이다. 또 선작지왓은 산림청에서 이의 제기가 있었다"며 "다음 달에 지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