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따뜻한 교육감을 찾습니다

  • 등록 2014.05.01 10:4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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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내가 말 못할까 봐 보내 놓는다. 사랑해.” 가라앉는 배 안에서 보내 온 이 마지막 인사를 보고 통곡하지 않을 어미가 어디 있으랴.

 

 

이 땅의 모든 어미들은 내 아이가 보내 온 문자 같아서 가슴을 치며 눈물을 삼킨다. 온 몸이 저려들게 하는 이 말이 하늘도, 땅도, 바다도 울게 한다. 지상의 이 마지막 인사가 날이 갈수록 어미들의 가슴을 더욱 더 사무치게 한다.

 

온 세상이 비통에 잠겨 있어, 제주행 비행기 안으로 비쳐드는 하늘도 바다처럼 슬프다. 먹먹한 가슴으로 눈길을 돌리는데, “남겨진 이들에게 손 내미세요… 그들이 자책하기 전에”라는 글이 눈에 들어온다.

 

14년 전, 부일외고 수학여행 버스 참사 생존자가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보내 온 신문기사 속의 편지다.

 

“살아 있는 사람도 돌봐 주세요. 생존자가 살아남았기 때문에 견뎌야 하는 처벌이 죄책감입니다. 내가 보내지 않았다면, 내가 가지 말라고 붙잡았더라면 하는 후회가 평생을 따라다니면서 가슴팍을 짓누릅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의 마음들도 죄책감에 잠겨 있다. 세월호의 단면을 통해 보여주는 이 사회의 총체적 부실 앞에 그저 아연실색, 부끄러울 따름이다.

 

이게 대한민국의 현주소요, 우리 사회의 민얼굴이다. ‘미안하다’고밖에 할 수 없는 무력감에 다만 시선을 하늘로 돌려 눈물을 훔칠 뿐이다. 우리의 죄가 너무나 크고 무겁다.

 

문득, 우리에게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하늘에게 물어보고 싶어진다. 하필이면 왜 꽃봉오리 같은 우리 아이들인가? 이 아이들을 그냥 보낼 수가 없다. 그래서 애들이 남기고 간 세상, 오늘날의 학교를 천천히 둘러본다. 이곳은 그나마 안전한가?

 

OECD에서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자살률이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1만5000명 정도가 자살을 한다. 하루 40명 정도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단 얘기다. 이 숫자는 초·중등학교의 교실 한 반 이상이 매일 사라지고 있음을 뜻한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 2010년 10~19세 청소년 자살자는 353명으로 하루에 평균 1명씩 자살하고 있다. 사실은 2009년부터 이미 10대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 되었다.

 

왜 우리의 10대들이 아직 피워보지도 못한 생명을 스스로 던져버리는 것일까? 통계청의 사회조사는 자살의 첫 번째 이유를 성적과 진학에서 찾고, 결국 자살학생의 53%가 학교와 연관되어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학업중단 청소년이 28만 명에 달한다’는 통계수치에 의해서도 직관적으로 입증되는 사실이다.

 

또한 이 숫자는 초·중·고 재학생이 672만 명인 점과 연계해 볼 때, 100명 중 4명이 학교 밖 어딘가를 헤매고 있다는 얘기로 이어진다. 어떠한 이유로든 이 아이들은 학교 울타리를 뛰쳐나와 방황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들은 소위 ‘우리 안에 있는 아흔아홉 마리의 양을 두고 1 마리 길 잃은 양을 찾아 떠나는 선한 목자’가 필요한 외톨이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교육부는 학령기에 있는 이들 28만 명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그 거소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제주에서도 최근 5년 동안(2007~2011년) 평균 680여명의 학생이 매년 학교를 그만두고 있다.

 

학교 급별로 보면, 의무교육제인 중학교의 경우 최근 5년 동안 매해 평균 약 164명이 학업을 중단하고, 그 중에서 약 40%가 재취학이나 복학을 하고 있다.

 

일반계 고등학생은 매년 평균 약 126명이 학교를 그만 두고 그 중에서 25% 가량이 재취학이나 복학을 한다. 그리고 전문계(특성화) 고등학교는 약 288명의 학생이 학교를 그만 두는데, 그 중에서 19% 정도만 학교로 복귀하고 있다(제주발전연구원, 2012).

 

이 수치의 이면에는 그만큼의 어머니들이 한숨과 눈물로 밤을 지새우고, 아이를 찾아 거리를 헤매 다니는 실상이 숨어 있다. 또한 학교가 있으되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므로 대책이 필요하다는 과제를 보여준다.

 

사실, 우리나라의 공교육은 이미 울타리가 무너진 지 한참이 되었다. 실 예를 들면, 제주와 인구가 비슷한 서울 노원구에서도 한 해 500명 정도의 학업 중단 학생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직면한 노원구는 지자체가 중심이 되어 학력을 인정해 주는 대안학교를 설립하였다. 현실을 인정하고 시의 적절하게 대안을 실행한 셈이다.

 

그 결과, 이 학교를 통해 적어도 의무교육에 해당하는 중학교 중단자들을 일반 학교로 속속 복귀시키게 되었다. 수율은 18/20, 90%다. 그야말로 교육계의 대박인 셈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종류의 대안학교가 많지만, 「초·중등교육법」 제60조의3에 따라 법정화 된 ‘대안학교’는 7개 시도에 17개교 정도다(2013년 3월 기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설립이 어려워서 필요한 수요에 비해 학교 수도 적지만, 등록금이 자율형 사립고나 대학에 버금가는 수준이라 저소득층의 학업중단청소년들이 다니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나이지리아 속담으로, 힐러리 클린턴이 인용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교육계의 금언이 있다. ‘한 명의 아이를 키위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 바로 온 마을이 학교가 되고 동네 사람 모두가 교사가 되어 아이 한 명 한 명을 내 아이처럼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다.

 

아이들을 학교와 가정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학교 밖 어느 곳에다 내놓아도 모두가 돌봐주므로 학교처럼 안심하고 키워낼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 점에서 이제는 제주지역에도 공교육 차원에서 학교 밖의 아이들을 지자체가 책임지고 돌보아 줄 수 있는 대안학교가 조속히 개설되어야 함을 촉구한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바로 이런 마을, 이런 교육을 이끌어 가겠노라고 출사표를 던진 교육감 후보들이 풍성하게 등장했다. 과연 누가 진정으로 선한 목자일까?

 

학교 밖의 교육까지 헤아리는 사람이라면 학교 안의 교육이야 말하여 무엇 하랴. 이 시대의 제주교육을, 학교 안팎의 모든 아이들을 어미의 심정으로 얼싸안고 살려나갈 교육감이 절실하다.

 

2014년을 제주교육의 전환기로 삼고, 특히 학교에서 실종된 아이들의 장래를 정녕코 살려낼 교육자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지금쯤은 조심스레 교육감 후보들의 인생 역정과 정책을 살펴보고, 비교하고, 주문도 해 볼 때이다.

 

그리하여 세월호의 아이들이 끝내 경험하지 못한 수학여행지, 이 제주에서 그 또래 아이들이 매우 행복한 학교, 아주 즐거운 교실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학교의 제도권을 떠나 잠시잠깐 방황하는 아이들도 따뜻한 시선으로 보호되고, 뜨거운 가슴으로 품어지고, 마침내 더 훌륭한 일꾼으로 거듭나지는 제 3의 학교가 필요하다.

 

잃어버린 아이를 찾아 헤매거나 버려진 아이로 인해 눈물짓는 어미들의 눈물을 닦아 줄 사람, 그 죄책감을 온전히 어루만져 줄 리더, 그렇게 가슴이 따뜻한 교육감은 어디에 있을까?
 

 

허정옥 johur@ass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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