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대규모 중국인 투자사업들이 한결같이 카지노에 대한 열망을 드러내고 있다. 카지노 사업자들의 악덕이 한꺼번에 불거져 나오는 이때 제주도정이 시의적절한 조치에 들어갔다. 싱가포르처럼 카지노관리법(CCA)과 카지노관리청(CRA)을 설치해 카지노의 허가, 양도·양수, 갱신, 행정처분 등의 기준을 마련하고, 종사원과 조세 관리 등 지역경제 기여방안을 확립코자 함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싱가포르가 어떻게 카지노를 리조트월드 센토사와 마리나베이 샌즈와 같은 복합리조트(IR)에 구조화시켜서 세계 표준(Global Standard)의 모델로 만들어 냈는가’ 하는 개발과정의 이해와 적용이다.
싱가포르는 2010년 2개의 IR을 오픈하기까지 2004년부터 6년여에 걸쳐서 1)카지노 허용안 검토, 2)IR 개발 관련 사회적 안전장치 발표, 3)IR 개발 구상 결정, 4)CCA 제정, 5)IR 사업자 선정, 6)CRA 설립 등을 투명한 정보 공개와 엄격한 절차 준수를 통해 국민과 함께 결정해 나갔다.
참고로 카지노관리법(CCA)은 카지노관리청(CRA)의 설립, 카지노 사업자와 관련 업무 수행자에 대한 규제 제도 설정, 도박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적 안전장치 제공 등을 목적으로 한다. 그리고 CRA는 카지노 사업자에 대한 허가권 발급 및 지속적인 관리감독, 영업규제, 카지노 운영에 관한 국가정책의 현장 적용 및 권고, 카지노의 문제점에 관한 연구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이를 위해 7개 운영위원회를 두고, 9개 부서의 150여명 직원들이 건전한 카지노 환경과 책임도박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고 있다. 예를 들면, 카지노 내에서는 면허 없는 도박자금의 대출, 음주 및 난폭행동의 금지, 마약․불법사채․매춘․조직폭력 등 전과자의 출입금지, 가족 요청에 의한 도박중독자의 입장 금지 등이 엄격하게 관리․감독된다.
싱가포르와 제주의 경우를 비교해 보면, IR사업자가 선정되어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카지노 허용 여부와 안전장치가 준비되고 정부가 사업자에게 IR 개발을 위한 구상안을 제시한 후 CCA와 CRA를 설치한 점이 주목된다.
참고로, 싱가폴의 IR은 호텔, 전시장, 쇼핑, 놀이공원, 박물관 등 건전한 관광시설이 총 면적의 90% 이상을 차지해야 하며, 카지노는 전체 단지 면적의 5% 이내로 제한되는 게 특성이다. 그리고 시행사는 카지노 외에 별도로 MICE, 엔터테인먼트, 관광명소, 쇼핑 및 레스토랑 같은 시설을 건설해 ‘반드시 방문해야 할 관광 매력물’로써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세계적 수준의 IR을 건설해야 하는 게 기본 전제다.
이렇게 해서 싱가포르는 국가의 정체성을 흔들 정도의 역사적 과업인 카지노가 국민의 우려와 반대를 녹여내고 국운의 전환점으로 승화되는 성공을 낳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싱가포르도 카지노 도입의 후유증을 겪고 있다. IR이 개장된 후 카지노 수입을 40%로 제한하고 60%는 오락과 컨벤션산업에서 극대화시킬 수 있도록 제도화 했음에도 불구하고 2012년도 마리나 베이 샌즈의 매출액은 79%, 리조트 월드 센토사는 87%가 카지노에서 발생하고 있다. 2013년 들어서는 2개 리조트의 매출액이 6조원으로 증가하면서 카지노가 전체 매출액의 90%를 넘어서는 실적을 올렸다.
이처럼 싱가포르의 카지노 매출액이 세계를 놀라게 하는 배후에는 방문객 중 약 60~70%를 차지하는 싱가포르인(내국인)의 지출기여도가 큰 몫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개장 후 4년만에 샌즈그룹이 투자금 6조원을 모두 회수해 ‘국부가 유출되었다’는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샌즈그룹은 투자금을 회수한 후 발생한 이익금으로 마카오와 스페인에다 새로운 카지노를 건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들은 한국에 대해서도 투자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부작용은 그렇게 도덕적인 국민들에게도 어느새 스며들어버린 도박중독의 문제다. 정부가 내국인들의 카지노 출입을 막기 위해 100S$(약 8만4000원)의 입장료를 부과함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도박중독율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참고로 싱가포르의 도박중독유병률은 2011년도 기준 2.6이며, 마카오는 4.3, 홍콩 3.3, 미국 3.2, 영국 2.5, 호주 2.4, 케나다 1.7, 프랑스 1.3, 독일 1.1 등이다. 도박중독과 관련해서는 싱가포르가 마약소지자를 사형으로 엄벌하는 도덕국가임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한편, 제주는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를 구상할 때부터 카지노를 사업계획에 넣을 만큼 관광산업 활성화가 절실한 곳이다. 2003년도에 ICC의 오션뷰를 무대로 해서 전개된 드라마 ‘올인’이 그토록 오랫동안 컨벤션의 상징이 되었던 것도 ICC를 최초로 제안한 신구범 도정의 컨벤션 청사진이 실상은 싱가포르보다 10년 앞서 구상된 IR이여서가 아닐까 싶다. 말하자면 잃어버린 꿈에 대한 환상 같은 거 말이다.
ICC JEJU의 백서에 의하면 애초의 제주국제컨벤션센터는 5천석 규모의 국제회의장과 대형 쇼핑센터·면세점·카지노·영상돔(映像 Dome)을 내부에, 아울렛·노천카페·상설 문화공간을 외부에 두르고, 밤에는 컨벤션 벽을 이용한 레이저 쇼와 주상절리의 조명장치 등을 통해 화려한 밤의 매력을 발산하는 관광명소의 환상적 마스터플랜을 품고 있었다. 게다가 컨벤션센터 규모만큼의 최고급 앵커호텔을 대우그룹이 투자하고 운영하니, 컨벤션․호텔․쇼핑․위락․관광이 복합적으로 일으키는 수익사업의 시너지는 강원랜드보다 더 주식회사다운 면모가 아니었겠는가?
하지만 이는 제주도가 공공기관으로서 공익목적에 기초한 주식회사를 목적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더욱이 지금은 제주의 관광 환경과 기반이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졌다. 제주는 세계자연유산과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지질공원의 인증을 획득해, 유네스코(UNESCO) 자연환경 분야의 ‘트리플 크라운’에 빛나는 대자연의 보물섬이 되었다. 게다가 독특한 해녀문화가 세계문화유산을 바라보면서 자연과 사람, 문화의 조화로운 가치가 세계인을 끌어들이는 글로벌 관광무대의 보석이지 않은가? 이제는 제주관광의 경쟁력으로서 카지노의 강점이 과거와 다르게 평가되어야 할 시점이다.
사실, 강원랜드는 폐광지역에 대한 정부의 각종 경제활성화 시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더 이상 생존이 불가하다’는 주민들의 청원으로 카지노가 전격 허용된 경우다. 그 결과, 강원도는 카지노를 통해 2013년 기준, 약 190억원의 지방세와 1140억원의 폐광지역발전기금을 거두어들였다. 지역주민 고용효과도 5000명을 넘어선다.
필자가 수행한 적이 있는 강원랜드의 지속경영보고서에 의하면 개장 이래 폐광지역 개발기금과 지방세 합계액이 1조를 넘어선다. 하지만 카지노에 들어갔다 가산을 탕진해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카지노 앵벌이’가 1000여 명으로 추정된다. 또한 1960~70년대에나 성행했던 전당포들이 즐비하니 늘어서 있어, 마치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 멈춰버린 도시처럼 보인다. 감사원에 의하면 빈번한 카지노 출입으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된 600∼700명이 여전히 카지노를 맴돌고 있다. 국정감사 결과, 최근 5년간 강원랜드 인근 카지노 안과 인근 모텔 등에서 자살로 사망한 사건은 48건에 이른다. 결국 ‘도박은 죽어야 끝이 난다’는 속설을 입증한 셈이다.
이쯤에서 혹시 제주도에 추진 중인 카지노들은 외국인 전용으로써 내국인, 특히 도민들의 출입은 절대 금지인데, ‘무슨 걱정이냐?’고 반문하는 이들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각종 정보와 관련 자료들에 의하면 한국시장을 대상으로 해서 투자를 시도하는 대부분의 카지노자본들은 미래의 오픈 카지노를 겨냥하고 있다. 즉, 이들은 한국의 공식 사행산업 매출액 20조, 불법 사행산업 75조, 원정도박 2~3조, 고스톱 등 기타 비공식 도박까지를 합쳐서 형성되는 연간 100조원대의 내국인 도박시장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2010년부터 3년간 국무총리실 산하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이에 앞서서는 2006년부터 4년간 기획재정부 산하의 복권위원회를 경험하였다. 약 7년간의 사행산업 지원 및 감독 활동을 통해 얻은 결론은, ‘한국의 사행산업은 더 이상 확대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개인들은 장난이나 놀이 삼아서라도 사행 행위를 하지 않는 게 좋다. 사행산업 중에서 제일 도박중독유병율이 낮은 복권도 사실은 도박중독발병율이 가장 높은 문제를 안고 있다. 즉, 복권을 통해 사행심리를 자극받은 이들이 점차 경륜, 경정, 경마, 카지노 등 보다 자극적인 게임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일락을 좋아하는 자는 살아 있으나 죽은 자’라고 하지 않는가?
사행산업의 전환기에 서 있는 원희룡 도정이 도박에 관한한 ‘잃어버린 양 한 마리도 찾아 나서는 자세’로 무장하지 않으면, 제주섬은 언제라도 도박의 섬으로 전락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 특히 섬이란 환경이 카지노와 친밀한 특성이기에, 지구상에서 가장 유명하고 매력적인 도박장소가 모나코의 몬테카를로 (Monte-carlo)에서 탄생하지 않았던가?
이 점에서 마카오, 싱가포르도 다 섬인 점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그러나 제주도는 마카오나 싱가포르처럼 작거나, 지루하거나 인공적이지 않은, 그야말로 세계가 인정하는 자연유산임을 유념해야 한다. 동시에 바다를 밭 삼아 일해 온 해녀들의 근면․개척․조냥․나눔 정신과 만덕할망의 사회적 책임이 제주를 이어 온 가치이자 지속시켜 가야 할 문화유산임도 명심해야 하리라.
그리고 이미 성업 중인 경마와 복권 등 타 사업과 아울러 제주도의 사행산업 총량과 품질을 총체적으로 관리하고 도박중독의 문제를 국가보다 앞서서 대응해 나갈 수 있는 특단의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더 나아가, 세계가 제주로 몰려드는 이때에 관광산업을 주도하는 카지노 자본들이 제주의 가치를 삼켜버리지 않도록 제주도민들이 먼저 관광을 배우고 카지노를 알아서 유비무환 할 수 있도록 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허정옥은? = 서귀포시 대포동이 고향이다. 대학 진학을 위해 육지로 나가 부산대학교 상과대학에서 회계학을 공부하고 경영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후 미국 볼티모어시에 있는 University of Baltimore에서 MBA를 취득했다 주택은행과 동남은행에서 일하면서 부경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이수했고, 서귀포에 탐라대학이 생기면서 귀향, 경영학과에서 마케팅을 가르치면서 서귀포 시민대학장, 평생교육원장, 대학원장을 역임했다. 2006년부터 3년간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 JEJU)의 대표이사 사장과 제주컨벤션뷰로(JCVB)의 이사장 직을 수행했다. 현재는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서비스 마케팅과 컨벤션 경영을 가르치고 있다. 한수풀해녀학교 2기를 수료했으며, 언젠가 해녀가 되어 서귀포바다를 얼싸안고 살아가고 싶은 게 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