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오름 용암동굴계
제주도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유네스코에서 자연과학분야 3관왕을 달성한 지역이다. 2002년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2007년 세계자연유산 등재, 2010년 세계지질공원 인증이 그것이다.
이중 2007년 국내 최초로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라는 이름으로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다.
제주의 세계자연유산 중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의 동굴이 이 곳 월정리 지하에 웅장한 자태로 자리하고 있다.
제주는 약 180만년 전에 화산활동이 시작되어 형성된 섬으로서 최근 1000년 전까지 화산 활동의 기록이 있는 젊은 화산섬이다.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는 약 30만~10만년 전 거문오름에서의 수차례 화산 폭발로 흘러내린 용암에 의해 생긴 지하동굴인데 김녕굴 및 만장굴, 벵뒤굴, 당처물동굴, 용천동굴이 그것이다. 월정 진빌레 밭담길은 당처물동굴과 용천동굴을 지하에 품고 있다.
거문오름 용암동굴계 관련 자료를 찾다가 안타까운 사실을 발견했다. 제주도 형성의 단초가 되는 화산활동은 180만년 전부터라고 한다. 그러나 거문오름용암동굴계
의 상류지점이라 할 수 있는 만장굴의 형성시기를 제주관광공사의 비짓제주 홈피에서는 700만년 전 제주의 화산 활동에 의한 것으로, 한국관광공사의 '구석구석대한민국'에서는 250만년 전 한라산의 폭발로 형성되었다고 설명한다.
정작 세계자연유산제주의 홈피에서는 형성시기를 표기하지 않고 있고, 신정일의 '신택리지 제주편'에서는 700만년 전으로, 강홍균의 '동굴기행'에서는 10만년 전으로 단정하고 있다. 거문오름동굴계의 형성시기와 과정에 관해서 학계와 담당기관의 통일성 있는 자료의 정리와 홍보가 아쉽다.
북서쪽에서 불어오는 거센 바람은 바다의 모래를 끊임없이 육지로 실어 날랐다.
위의 지질도에서 보듯 오랜 세월 북서풍이 실어온 모래는 북서쪽에서 동남쪽으로 비스듬하게 거대한 사구지형을 만들어 냈다.
이 고장의 우리 제주인들은 거대한 자연에 맞설 수 없기에 이에 순응할 수 밖에 없었다. 마을의 가옥도 자연스럽게 가급적 바람을 피하게 서로를 의지하면서 북서쪽에서 동남쪽으로 지어지면서 마을이 형성되었다.
□당처물 동굴
[당처물동굴은 1994년 인근주민이 밭농사를 위해 터고르기를 하던 중 발견되었다. 동굴의 총길이는 360m이며, 동굴의 폭은 5~15m, 높이는 0.5m~2.5m 정도이다. 동굴내부에는 수많은 탄산염 종유석 · 종유관 · 석순 · 석주 · 동굴진주 등이 분포하고 있어, 용천동굴과 함께 높은 학술적 가치를 지닌 세계적인 동굴로 평가되고 있다. 현재 당처물동굴은 용천동굴과 함께 일반인에게 공개가 제한되고 있다.] - 출처 세계자연유산 제주
동굴 상부에 쌓인 패각류로 만들어진 모래에 섞인 탄산염이 동굴천정의 틈으로 흘러들어 석회암 동굴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종유관, 석순, 석주 등을 만들었다. 용암동굴에 이러한 경우는 제주가 유일하다고 하니 경이롭고 소중한 우리 자산이 아닐 수 없다. 비록 출입이 제한되어 직접 볼 수는 없으나 사진으로나마 접한 그 비경에 숨이 멎을 듯 하다.
□남지미동굴
당처물동굴의 주변을 탐사한 결과 그 연장선상의 동굴로 보인다. 비록 내부가 당처물동굴과 단절되어 있지만 당처물동굴과 비슷한 내부 비경을 간직하고 있다.
□용천동굴
[용천동굴은 2005년 전신주 공사도중 우연히 발견되었다. 동굴의 총길이는 3.4㎞이며, 동굴의 끝부분에는 길이가 800m 이상인 호수가 분포하고 있다.
용천동굴은 웅장한 용암동굴의 형태를 보이면서도, 이차적으로 형성된 탄산염 동굴생성물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특히 육각형의 주상절리의 틈 사이를 따라 동굴 내부로 유입된 흰색의 석회물질과 동굴벽면에 서식하는 노란색의 박테리아의 분포형태는 마치 호랑이 가죽모양을 연상케 한다.
동굴내부에는 이차 탄산염 생성물인 탄산염 종유관 · 종유석 · 석주 · 유석 · 동굴산호 등이 매우 다양하고 화려하게 분포하고 있다.
용천동굴 내부에는 토기편, 동굴뼈, 목탄, 조개껍질, 철기, 돌탑 등과 같은 역사적인 유물들이 발견된다. 이 유물들은 8세기 전후의 것으로 추정되며, 과거 제주도의 역사를 재조명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 출처 세계자연유산 제주
월정 밭담길을 걷는 나들이객에게 눈에 띄는 지형이 있다. 위성지도를 검색하니 아래 사진과 같이 나온다. 용천동굴 하류지역임이 틀림없다. 용천동굴의 하류 800m구간은 천년의 호수구간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렇다면 이 지역은 필시 천년의 호수의 상부 지표면일 것이다. 묘한 흥분을 느끼면서 발을 디뎌본다.
당처물동굴지역은 돌담 울타리와 함께 출입금지 안내판이 있다. 여기는 아무런 표지도 출입제한 경고문도 없다. 주변지대보다 2m정도 모래로 돋구어 놓았고 중간에 소나무 묘목도 심어 놓았다.
그렇다면 걸어도 괜찮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 발걸음을 떼어본다. 지금 발 딛는 곳 밑 10미터 지점에 천년의 호수가 있다는 사실에 한걸음 한걸음이 흥분된다.
이곳이 트레킹코스의 명소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먼 옛날 뜨거웠던 용암이 흘렀던 길을 따라 바닷가로 걸음을 옮긴다. 지금 나는 그때의 용암보다 빠르게 걷고 있을까 아니면 늦게 걷고 있을까. 수십만년 전의 그 때가 가깝게 느껴진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승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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