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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희의 수류운재(5) ··· 인간보다 나은 말의 충성

 

말(馬)은 약 5천만 년 전에 지구상에 출현하여 자연 환경에 적응해가면서 여러 단계에 걸쳐 진화해왔다.

 

현재 말의 조상은 약 2천만 년 전에 북아메리카에 출현한 에쿠우스(Equus)라고 한다. 에쿠우스는 100만~150만 년 전에 베링해협을 건너 아시아 대륙으로 이동, 점차 유럽 전역에 퍼졌다.

 

말이 가축화된 시기는 대체로 청동기 시대인 4000~3000년 전 무렵으로 보고 있다. 그 후 가축마는 자연환경과 인간의 개량 노력으로 특색있는 다양한 품종으로 분화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청동기 시대를 전후해 말 사육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문헌상으로는 위만조선시대 한나라에 말 5천필을 헌상했다는 기록이 처음이다.

 

부여·고구려·동예 등에서 삼척마(三尺馬), 즉 과하마(果下馬)를 생산해 남쪽 백제 지역 등에도 전파했다. 신라에서는 박혁거세 53년에 동옥저로부터 말 200두를 헌상받았고, 탈해왕 8년에는 2천두의 기마로 백제를 격파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런 기록으로 보아 BC 1세기 경에는 말사육,번식에 관한 기술이 상당 수준에 이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당시 말의 용도는 주로 군사 및 이동수단이었다.

 

그러나 말의 번식력은 그다지 왕성하지 않고, 성격도 까다로워 대량 사육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말은 희소성이 있었고, 부와 충성의 상징이었다.

 

 

초한지에 나오는 항우(項羽)의 오추마(烏騅馬)와 삼국지에 나오는 관우(關羽)의 적토마(赤免馬)는 명마 중의 명마로 꼽는다.

 

오추마는 검은 털과 흰털이 섞여 있어 오추마로 불렸다.

 

어느 마을에 용이 하늘에서 내려와 말로 변했는데, 아무도 그 말을 타지 못했다. 마을을 지나던 항우가 말을 발견하고 반나절 동안의 사투 끝에 말을 제압했다. 이후 오추마는 항우와 함께 무수한 전쟁터를 누빈다.

 

해하전투에서 패한 항우가 오강에서 죽음을 결심하고 오추마라도 살리기 위해 뗏목에 태워 보냈으나, 오추마는 항우의 죽음을 예감했는지 슬피 울며 물에 뛰어들어 죽고 말았다.

 

적토마는 원래 동탁의 애마였으나, 여포-조조를 거쳐 관우가 주인이 돼 수많은 전장을 누볐다. 관우가 손권에게 패해 처형을 당한 뒤에는 마충에게 넘어갔으나 먹이를 거부하고 굶어죽었다고 전해진다.

 

몽골이 세계를 정복할 수 있었던 동력 중의 하나가 말이었다. 빠른 이동수단은 상대에게 준비할 틈을 주지 않았다.

 

말은 또 위급할 때는 식량으로 대용됐다. 전쟁에서 많이 생기는 창상과 화상 등에는 말기름 만한 것이 없다. 제주에서는 비상용으로 말기름을 보관하는 가정이 많다. 말은 죽어서도 주인에게 충성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말 이야기 중에서는 삼국사기에 나오는 유신참마(庾信斬馬)고사가 유명하다.

 

젊은 날 김유신은 절세미인 천관이 운영하는 술집에 자주 드나들며 주색을 탐닉했다. 이를 안 어머니가 유신을 나무라자 발을 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던 어느 날 김유신이 말 위에서 잠깐 조는 사이 영특한 애마가 습관적으로 천관의 집 앞까지 그를 데려갔다. 천관이 반갑게 맞이하는 소리에 잠이 깬 유신은 “네 비록 짐승이긴 하지만, 어찌 이토록 주인의 뜻을 거스른다는 말이냐”며 말의 목을 베고 말았다. 김유신의 결단력을 보여준 일화다. 그러나 말의 입장에서 보면 충성을 하다 애꿎은 죽음을 당한 것이다.

 

말과 관련된 말로 ‘하마평’(下馬評)이 있다. 인사를 앞둬 내정자 또는 적임자가 언론 등에 거명되는 것을 하마평이라고 한다.

 

옛날에는 궁궐이나 관청 앞에 하마비(下馬碑)라는 것이 있었다. 관덕정에도 수령이하개하마(守令以下皆下馬)라는 하마비가 있다. 수령 이하는 모두 여기서 내리라는 것이다.

 

말의 주인들이 궁궐 앞에서 내려서 일을 보러 가고 나면 마부들끼리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때 말 주인이 대부분 고위관리들이기 때문에 누구는 이번에 승진하고, 누구는 좌천되고 하는 식의 인사 얘기가 주요 화제로 올랐다.

 

 

선거에 나가는 것을 출마(出馬)라고 한다. 출마는 옛 소설 <조웅전>에 나오는 번창출마(飜椙出馬)가 어원이다.

 

“강백으로 하여금 ‘나아가 대적하라’하니 강백이 번창출마 하여 말하기를...”

 

여기에 나오는 번창출마는 ‘장수가 창을 휘두르며 적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마굿간에서 말을 끌어내오다’라는 뜻에서, ‘전쟁터에 나가다’는 뜻으로, 다시 ‘선거에 출마하다’는 뜻으로 확대된 것이다.

 

그러고 보면 선거는 전쟁과 비슷하다. 이긴 자가 100% 독식한다. 패자에게는 죽음과 같은 고난이 있을 뿐이다. 차기를 기약하거나 쓸쓸히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서야 한다.

 

올해는 갑오년, 말의 해다.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선거의 해이기도 하다. 출마를 선언하는 인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정당은 벌써부터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제발 이번 선거에서는 사리사욕 보다 제주도민의 삶을 먼저 생각하는 인재들이 당선의 영광을 안았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출마자의 양식도 중요하지만 표를 갖고 있는 유권자들이 눈을 부릅 뜨고 스스로의 권리를 지켜야 한다.

 

우리 속담에 ‘사람은 태어나면 서울로, 말은 제주로 보내라’는 속담이 있다. 말의 고장이었던 제주가 대한민국을 이끄는 중심으로 도약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본다.

 

말의 해를 맞아 <제이누리> 독자 여러분의 가정에 힘찬 기운이 함께 하길 바란다. 

 

 

 

 

 

김대희는?

= 취재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언론인이다. 제주신문, 제민일보를 거쳐 서귀포신문 사장을 역임했다. 김태환 지사 시절 공직에 입문해 제주도 공보관과 문예진흥부장을 지내기도 했다. 현역 기자 시절에는 항상 소외된 이웃을, 사회의 어두운 곳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는 기사를 쓰기 위해 노력해온 휴머니스트이기도 하다. 한 때 '자청비'라는 막걸리 집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는 풀코스를 30회 넘게 완주한 마라토너다. 과유불급이라는 단어를 사랑하는 울트라 마라토너다. 2012년에는 강화도에서 강릉까지 달리는 한반도 횡단마라톤을 62시간에 완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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