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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희의 수류운재(6) ... 닮은꼴 우근민.한동주 두 사람의 설화(舌禍)

 

이렇게 닮을 수가 있을까.

 

‘상전’을 팔아 스스로를 ‘과시’하는 것도 닮은 꼴이다. 발언 내용도 닮았다. 언론 보도로 문제가 되는 과정이 닮았다. 문제가 되자 스스로의 발언을 부정하는 것도 닮았다.

 

거기에는 속임수로 권력을 유지하려는 비겁함이 숨겨져 있다. 허상으로 유권자를 현혹하려는 치졸함이 내포돼 있다. 지방선거를 앞둔 조급함이 가져온 우리사회의 초라한 단면이다.

 

권력자의 발가벗은 내면을 보는 것 같아 숨이 막힌다.

 

지난해 말 교수신문이 선정한 사자성어 ‘도행역시’(倒行逆施)에 다름 아니다.

 

우근민과 한동주.

 

최근 우근민 제주도지사의 ‘새누리당 입당 청와대 사전교감설’ 에는 한동주 전 서귀포시장의 ‘시장직 내면거래’발언 파문이 그대로 투영된다.

 

한동주 전 서귀포시장.

 

우근민 제주도지사가 ‘야자’ 반말을 할 정도로 둘은 가까운 사이다. 지난해 8월 13일 서귀포시장으로 발탁됐다.

 

그런 그가 지난해 연말 일을 저질렀다. 지난해 11월 29일 서울 용산전쟁기념관 내 뮤지엄웨딩홀에서 열린 ‘2013 재경 서고인 송년의 밤’에서다.  그는 여기서 ‘우근민 지사와의 시장직 내면거래’, ‘특정고교 인사 밀어주기’,‘동문사업자 특혜’ 등 상상도 할 수 없는 발언을 쏟아내며 선거지원을 부탁했다.

 

그가 내뱉은 발언들은 여기에 옮기기조차도 부끄럽다.

 

가장 중요한 대목은 ‘시장직 내면거래’설이다.

 

<“내가(우 지사)가 당선되면 너(한 지상)가 서귀포시장을 더 해라. 그러면 니가 서귀포를 더 발전시킬 수 있을게 아니냐”고 지사가 말했다. 이런 내면거래를 하고 이 자리에 왔다. 이런 내용을 참고해 달라.>

 

이런 발언 내용은 한 참석자에 의해 그대로 녹음됐고, 언론사에 전달됐다. 언론보도 하룻만에 한 전시장은 직위해제 됐다.

 

그런데 한 전시장은 자신의 발언이 문제가 되자 발언 사실자체는 인정하면서도 발언 내용은 부정하고 나섰다.

 

<내년 선거와 시장직을 두고 우근민 지사님과 어떠한 거래도, 의견을 나눈 적도 없다. 힘 있는 시장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지어낸 말이다.>

 

자신이 한 말을 스스로가 진실이 아니라고 뒤집고 나선 것이다. 연민이 느껴지는 변명이다. 이렇게 하면 자신은 죽지만 ‘주군’인 우지사만큼은 소나기를 피해갈 수 있겠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우근민 제주도지사.

 

관선 2번, 민선 3번째 제주도지사를 맡고 있는 선거의 귀재다. 6번째 제주도지사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한동주 서귀포시장의 ‘내면거래’ 파문의 중심에 있다. ‘성추행’ 전력이 있으며, 선거법 위반으로 도지사직을 박탈당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온갖 비난을 감수하면서 지난해 11월 초 새누리당에 입당을 신청했다. 새누리당은 11월 18일 그의 입당을 승인했다. 그의 성추행, 선거법 위반 전력은 새누리당에 큰 부담이었다.

 

그럼에도 그의 입당은 받아들여졌다. 세간에서는 그의 입당을 두고 수군거렸다. 도대체 왜 새누리당이 그런 무리수를 뒀을까? 모종의 거래가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나 다를까. 이번엔 우 지사의 입이 문제가 됐다. 지난 3일 새누리당 제주도당 신년인사회에서의 발언이 제주사회를 강타하고 있는 것이다.

 

<저는 새누리당 들어오는 과정에 어려움도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마는 저는 저 뜻을 다른 곳에 가서 전달한 적은 없습니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께서 일을 하실 때 지방정부의 버팀목이 절대 필요하다는 얘기를 저한테 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중앙정부와 함께 제주도 발전을 위해서 우 지사가 같이 기여를 했으면 좋겠다 하는 얘기를 듣고 의기투합했고, 이심전심으로 뜻을 모았습니다.>

 

우 지사의 발언 내용 중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이다.

 

이 발언은 언론에 즉각 보도됐으며, 정치권에서는 ‘청와대의 선거개입’이라며 날을 세우고 나섰다.

 

민주당은 “청와대가 선거에 직접 개입한 아주 나쁜 사례로 기록될 것”, “과거 권위주의 정권시설에나 흔히 볼 수 있었던 공작·관권선거의 익숙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파문이 불거지자 이번에 제주도 공보관실에서 해명에 나섰다. 그런데 이 해명이 또 문제가 되고 있다. 우 지사의 정치적인 발언을 공보관실에서 해명한 것도 문제거니와, 해명 내용도 사실과 다르기 때문이다.

 

한 전 시장은 우 지사가 하지도 않은 말을 했다고 공개했다가 혼쭐이 나자 ‘사실과 다르다’고 변명하고 있고, 우 지사는 박대통령이 하지도 않은 말을 했다고 당원들에게 자랑하다가 문제가 되자 ‘사실과 다르다’고 변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쯤이면 중국 춘추전국시대 오자서(伍子胥)의 일모도원 도행역시(日暮途遠 倒行逆施) 변명이 오히려 더 궁색하다.

 

초(楚)나라 사람 오자서의 아버지와 형은 평왕에게 살해됐다. 초나라를 떠난 오자서는 송,정,진나라 등을 떠돌다 오나라 왕 합려에게 발탁돼 마침내 초나라를 정복했다.

 

이때 오자서는 무덤에 묻혀 있던 평왕의 시신을 꺼내 3백번이나 매질을 했다. 이에 오자서의 친구였던 신포서(申包胥)가 편지로 ‘복수 치고는 너무 지나친 것 아니냐’고 비판하자, 오자서는 일모도원(日暮途遠) 도행역시(倒行逆施)라고 했다.

 

“해는 지는데 갈 길은 멀어 순리를 거슬러 행할 수밖에 없었다”는 권력자의 기막힌 변명이다.

 

그러고 보면 지난해 제주도정은 도행역시의 연속이었다.

 

‘조직을 배반하면 죽음’이라는 ‘조배죽’ 건배구호는 도행역시의 상징이다. 우 지사의 '4.3폭도'와 '간첩기자' 발언, 새누리당 입당, 재선충 방제작업 사망자 장례식날 골프 회동, 한동주시장 사건 등 열거조차 힘들다.

 

해는 지는데(선거는 다가오는데) 갈 길은 멀어(지지율은 오르지 않아) 순리를 거슬러 갈 수 밖에 없는 위정자의 모습이 딱하기만 하다.

 

역사는 언제나 권력자의 편만은 아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권불십년(權不十年)이다.

 

신포서는 오자서에 보낸 이 편지에서 다음과 같은 말로 후세를 경계했다.

 

人衆者勝天(인중자승천)
天定亦能勝人(천정역능승인)

 

많은 사람(권력을 잡은 사람)이 천리를 이길 수도 있지만,
결국엔 하늘의 뜻이 정해지면 천리가 사람을 이긴다. 

 

김대희는?

= 취재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언론인이다. 제주신문, 제민일보를 거쳐 서귀포신문 사장을 역임했다. 김태환 지사 시절 공직에 입문해 제주도 공보관과 문예진흥부장을 지내기도 했다. 현역 기자 시절에는 항상 소외된 이웃을, 사회의 어두운 곳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는 기사를 쓰기 위해 노력해온 휴머니스트이기도 하다. 한 때 '자청비'라는 막걸리 집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는 풀코스를 30회 넘게 완주한 마라토너다. 과유불급이라는 단어를 사랑하는 울트라 마라토너다. 2012년에는 강화도에서 강릉까지 달리는 한반도 횡단마라톤을 62시간에 완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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