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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희의 수류운재 (8) ... '괴담'으로 포장된 진실

얼마전 한 TV프로그램에서 ‘도시괴담’을 주제로 한 토크쇼가 방영된 적이 있다.

 

이날 출연자 중 한 사람이 도시괴담이 공포스럽게 나오는 이유에 대해 “엘리베이터, 주차장 등 실생활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기 때문”이라고 나름대로 분석했다.

 

또 한 출연자는 “도시괴담을 믿게 되는 나름의 법칙이 있다”고 했다. 출연자가 얘기한 법칙중 하나는 ‘괴담은 친구의 친구, 즉 주변이 겪은 이야기‘라며 신빙성을 높인 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교훈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다.

 

사실 우리사회에는 큰 사건이 있을 때마다 괴담이 떠돌곤 한다. 5.18때의 괴담은 떠올리기조차 싫다. 당시 군부정권은 유언비어라고 했다.

 

그러나 괴담은 바람처럼 떠돌았다. 정부에서 유언비어라고 했던 5.18괴담의 일부는 먼 훗날 사실로 드러나기도 했다. 물론 일부 과장된 얘기들도 있었다.

 

괴담은 사회의 혼란을 파고 든다. 불안이 괴담을 불러오고 확산시키는 것이다. 콩팥 적출괴담, 학교괴담, 광우병 괴담, 병원민영화 괴담, FTA괴담, 연신내 괴담 등 종류도 가지가지다. 사회의 큰 이슈마다 괴담은 붙어다닌다.

 

진실이 신을 신을 때, 거짓은 지구 반 바퀴를 돈다고 했던가. 설사 거짓이 아니라도 재미있는 얘기는 바람을 탄다. 구체적인 정보의 부재는 얘기의 확산을 더욱 부채질 한다.

 

언젠가 제주에도 괴담들이 떠돈 적이 있다.

 

<동네 할머니가 고사리를 꺾어 왔다. 그런데 고사리 배낭에 뱀이 들어가 있었다. 고사리를 삶아 건지려는데 뱀이 같이 나왔다. >

 

<어느 초등하교 어머니회에서 여행을 갔다가 나이트클럽에서 아저씨들과 단체로 부킹을 했다. 참가자 모두 외도를 했는데 나중에 그 중 한 사람이 남편에게 발각됐다. 발각된 이유는 글로 옮기기조차 민망하다. 그 바람에 여행을 다녀온 회원 모두가 이혼을 당했다. >

 

이들 괴담에는 모두가 공통점이 있다. 동네 누구라든지, 동생으로부터 들었다든지, 친척으로부터 들었다든지 이웃의 얘기라는 구체성을 띠는 것이 보통이다. 또 뭔지 모르게 남의 얘기를 믿고 싶은 사람의 심리를 교묘하게 자극한다.

 

선거가 몇 달 앞으로 다가왔다. 어김 없이 이번에도 괴담이 떠돈다. 앞서 얘기한 괴담은 애교에 불과할 정도다. 듣는 것 조차도 불편하다. 사실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문제는 이들 괴담도 구체성을 띠고, 우리 이웃의 얘기로 나돈다는 것이다.

 

 

다음은 최근 나돌고 있는 괴담의 일부.

 

#상황 1

 

지난 연말 모 후보의 불교 조직담당 A씨가 쌀과 양초 40세트를 도내 사찰마다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선물을 받은 한 사찰에서 사법당국에 신고해 현재 조사 중에 있다. A씨는 당초 쌀과 양초 50세트를 준비했으나 40세트밖에 돌리지 못했다. 문제가 된 A는 불교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사람이다.

 

#상황 2

 

최근 누가 지원했는지도 모른는 경비로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많다. 지난 8월부터 은밀하게 시작된 정체모를 공짜 여행은 10명~20명 내외로 꾸려진다. 이 여행은 체육단체, 동호인, 자생단체를 중심으로 무차별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이 여행이 문제가 되자 해외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누가 자금을 지원했는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다녀온 사람도 다녀오지 않은 사람도 신고를 할 수 없다. 신고하면 지역사회에서 ‘왕따’가 되기 때문이다. 여행경비는 읍면동 단위로 배정된 돈으로 해결한다. 풀베기와 화초가꾸기, 바다정화 사업 등에 참여한 걸로 서류를 꾸며 그에 할당된 인건비로 해결한다.

 

얘기는 꽤 구체적이다. 내용도 더 있지만 흘러다니는 얘기의 성격상 추가 공개가 쉽지 않다. 다른 괴담들처럼 이웃들의 얘기 형식을 빌리고 있다. 힘 있는 후보를 겨냥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상황 2> 얘기는 모 인터넷신문에 보도되기도 했다. 그러나 쉽게 확인도 할 수 없다.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면 괴담도 아니겠지만.

 

일부에서는 그럴 리가 있겠느냐며 부정한다. 일부는 있을 수 있는 얘기라고 믿고 싶어 한다. 믿고 싶은 사람과 믿고 싶지 않은 사람, 네편 내편으로 나뉜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모 사찰의 불상지원 특혜의혹도 몇 달 전부터 이런 괴담 형식으로 나돌던 얘기다. 괴담이 사실로 드러난 경우다. 괴담의 사실화는 다른 괴담을 더욱 부채질 한다. 다른 얘기들까지 사실이겠지 하는 추측을 불러오게 한다.

 

괴담은 눈덩이가 돼 비탈길을 굴러간다. 정보의 차단은 속도를 가속화시킨다.

 

괴담, 유언비어는 불안정한 사회의 거울이다. 현실에 대한 거부와 미래에 대한 불안이 괴담을 불러온다. 사회에 대한 반발, 지도자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기도 하다. 사실이든 아니든 믿고 싶은 것이다.

 

괴담을 믿고 싶게 만드는 사회. 안타깝지만 지금 제주의 모습이다.

 

※ 수류운재=수류심불경(水流心不競) 운재의구지(雲在意俱遲), 흐르는 물은 다투지 않고 구름은 서둘지 않노니. 두보(杜甫)의 시 강정(江亭)에 나오는 시구에서 따온 말이다.<편집자 주>

 

김대희는?

= 취재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언론인이다. 제주신문, 제민일보를 거쳐 서귀포신문 사장을 역임했다. 김태환 지사 시절 공직에 입문해 제주도 공보관과 문예진흥부장을 지내기도 했다. 현역 기자 시절에는 항상 소외된 이웃을, 사회의 어두운 곳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는 기사를 쓰기 위해 노력해온 휴머니스트이기도 하다. 한 때 '자청비'라는 막걸리 집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는 풀코스를 30회 넘게 완주한 마라토너다. 과유불급이라는 단어를 사랑하는 울트라 마라토너다. 2012년에는 강화도에서 강릉까지 달리는 한반도 횡단마라톤을 62시간에 완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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