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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희의 수류운재(4) ... 二人同心 其利斷金, 同心之言 其臭如蘭

우근민 제주도지사가 지난주 자신의 ‘정치적 뿌리’ 민주당 제주도당을 방문했다. 지난달 18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에서 우 지사의 입당이 받아들여진 지 32일 만이다.

 

우 지사가 이날 민주당사를 방문한 시각은 오전 9시 40분께. 10시 제주도문예회관에서 열리는 제주도문화상 시상식에 가는 길이었다. 일정으로 봐서는 인사치레 이상의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

 

고희범 제주도당 위원장은 ‘일정’상의 이유를 들어 자리를 같이 하지 않았다. 사무처장과 정책실장 등 몇몇 당직자가 대신 우 지사를 맞았다.

 

우 지사는 당직자들과 마주한 자리에서 “대한민국은 소통이 안된다고 하는데 제주도는 소통을 잘 해야 한다"며 역경(易經)에 나오는 고사성어 '이인동심기리단금'(二人同心其利斷金)을 꺼냈다.

 

 ‘두 사람이 마음을 합치면 그 예리함이 쇠라도 끊을 수 있다, 즉 합심하면 안 될 일이 없다’는 뜻이다.

 

그는 이어 “내가 정치적으로 당(새누리당)을 선택해서 한쪽이 멀어지는 것 같다. 제주도 발전의 한 축(민주당)이 멀어지면 안 된다. 함께 손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비록 새누리당에 입당했지만 민주당에서는 변함 없이 도와달라는 부탁을 한 것이다.

 

사실 우 지사는 민주당에 빚이 많다. 1998년과 2002년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국민회의와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내리 2번 제주도지사에 당선됐다. 지난 2010년에는 민주당을 탈당, 무소속 후보로 출마해 3번째 민선지사에 당선됐다.

 

관선 2번과 합치면 5번째 도지사 자리에 오른 것이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2010년에도 많은 민주당 인사들이 우 후보를 도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 우 지사는 지난 2012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둬 당시 문대림 민주당 예비후보의 출판기념회에서 의미 있는 발언을 했다.

 

다음은 한 인터넷 신문의 보도내용.

 

<우 지사는 "사람은 자기에게 유리하다고 해서 (입장이) 바뀌면 안된다. 베푼 것은 잊고 신세진 것은 갚으려고 노력해야 진정한 사람"이라며 "지난 선거때 제가 많이 어려웠는데, 문 의장이 자기 선거도 제쳐놓고 저를 도왔다"면서 "저는 죽을 때까지 이 일을 잊지 않겠다. 좋은 행운이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문대림 전 의장이 무소속인 우근민 후보를 지원했다는 얘기를 공식 석상에서 하며 죽을 때까지 잊지 않겠다고 감사를 표시한 것이다.

 

다음은 또 다른 한 인터넷 신문의 보도.

 

<우 지사는 "어제 출판기념회를 가졌던 오영훈 예비후보는 지난 1998년 도지사 선거에서 청년 유세팀장으로 나를 도왔고, 김재윤 국회의원은 지난 번 선거에서 서귀포 선거구를 도와줬다. 고창후 전 서귀포시장까지 총선에 나오겠다니, 누구 한편을 들어줄 수 없고 선거에 관여하지 않겠다"면서 "모두에게 경선 끝날 때까지 잘하라는 말을 전해줄 뿐”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의 현역의원까지 무소속인 자신의 선거를 도왔다는 놀라운 발언이다.

 

당신 언론들은 우 근민 지사의 이 발언에 주목하지 않았으나, 받아들이기에 따라서는 메가톤급 위력을 갖기에 충분했다.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고희범 도당위원장이 이날 우 지사의 당사방문을 탐탁치 않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그런데 불과 1년 6개월이 흐른 지난 11월 5일 우 지사는 새누리당에 입당원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기자들이 ‘정치적 뿌리‘를 등지고 새누리당에 입당하려하는 배경에 대해 질문하자 "2004년 4월 민주당을 떠나 지금 10년 가까이 흘렀다"며 "그동안 제주도 발전을 위해서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바뀌었다"고 대답했다. 

 

오랜 우정을 ‘여건이 바뀌었다’는 한마디 말로 일축해버린 것이다.

 

우 지사가 이날 민주당사 방문에서 꺼낸 ‘이인동심 기리단금’이란 말이 무색해진다.
이말은 원래 ‘동심지언 기취여란’(同心之言 其臭如蘭)과 댓구를 이루는 말이다.

 

‘이인동심 기리단금, 동심지언 기취여란’이 한 짝인 것이다. ‘두 사람이 마음을 합치면 쇠도 자르고, 마음으로 하는 말에는 그윽한 향기가 난다’는 뜻이다.

우리가 친구 사이의 영원한 우정을 얘기할 때 쓰는 ‘금란지교’는 여기에서 나온 말이다.

여건이 변했다고 과거의 동지를 헌신짝 버리듯 하고 떠나갈 때 쓰는 말은 아닌듯하다.그래서 우 지사의 새누리당 입당과 관련된 언행에는 이런 그윽한 난향기가 아니라 썩은 악취가 풍긴다.

고귀한 성현의 말씀을 동원했다고 악취가 풍기는 언행이 성현의 것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내친 김에 우 지사가 인용한 주역의 계사편 8장에 나오는 구절을 하나 더 여기에 옮겨본다.

 

居其室,出其言,善則千里之外應之
居其室,出其言,不善千里之外違之
(군자가 자기 집에서 한마디 하더라도 그 말이 선하면 천리 밖에서도 호응하고, 집에서 한 말이라도 그 말이 선하지 않으면 천리 밖에서도 비난한다)

 

미사여구가 난무하는 정치판에서 한 번쯤 곱씹어 볼 말이다.

 

김대희는?

= 취재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언론인이다. 제주신문, 제민일보를 거쳐 서귀포신문 사장을 역임했다. 김태환 지사 시절 공직에 입문해 제주도 공보관과 문예진흥부장을 지내기도 했다. 현역 기자 시절에는 항상 소외된 이웃을, 사회의 어두운 곳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는 기사를 쓰기 위해 노력해온 휴머니스트이기도 하다. 한 때 '자청비'라는 막걸리 집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는 풀코스를 30회 넘게 완주한 마라토너다. 과유불급이라는 단어를 사랑하는 울트라 마라토너다. 2012년에는 강화도에서 강릉까지 달리는 한반도 횡단마라톤을 62시간에 완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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