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계약, 정말 ‘불공정 종속계약’이었나?

  • 등록 2013.06.27 14: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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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고계추 전 개발공사 사장, 우 지사·오 사장 고발 이유는?
대한상사중재원, “계약기간은 원칙적으로 3년”…고 전 사장 주장과 ‘일치’

 

고계추 전 제주도개발공사 사장이 우근민 제주도지사와 자신의 후임인 오재윤 현 제주도개발공사 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자신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제주도민을 속였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왜 우근민 지사와 오재윤 사장이 자신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제주도민을 속였다고 했을까?

 

우 지사와 오 사장은 그 동안 2007년 김태환 도정 당시 제주도개발공사와 농심 간의 계약이 ‘불공정 종속계약’이라고 비난해 왔다. 최근까지도 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우 지사는 지난 2011년 10월 24일 오전 확대간부회의에서 “제주도의 선도산업이 물(水)산업인데, (개발공사가) 한 게 뭐 있느냐”면서 “개발공사와 농심이 계약을 맺었는데 농심이 ‘갑’이다. 지난 2007년도에 체결된 계약이 아주 잘못 됐다. 불공정 계약”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이날 오찬 자리에서도 “어떻게 그런 협약을 맺을 수 있는지 샅샅이 조사해 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우 지사는 이어 지난 4월 24일 서울에서 열린 한라수 런칭행사에서 “제가 개발공사 오재윤 사장을 2년 전에 임명할 때 먼지 묻은 접시는 구경하지 말고 깨져도 좋으니 계속 닦으라고 지시했다. 오 사장이 영원히 종속되는 계약을 한 제주삼다수 유통계약을 깼다”고 말했다.

 

오재윤 사장도 우 지사와 동조했다. 

 

대한상사중재원의 판정이 있은 뒤 오 사장은 지난해 11월 1일 기자회견을 통해 “2007년 12월 15일에 체결된 (주)농심과의 제주삼다수 판매협약 내용은 제주도개발공사의 경영목표 및 의지와는 무관하게 매년 자동연장토록 돼 있다. 농심이 일방적인 주도권을 행사하는 불공정 종속계약이 되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같은 달 22일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의 개발공사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 “구매계획물량을 이행하면 1년씩 자동연장토록 2007년에 맺은 계약이 문제”라며 2007년 협약이 잘못됐음을 주장했다.

 

 

그러나 고계추 전 사장은 2007년 계약은 오히려 삼다수를 지키려는 '성공적인 계약'이라고 반박해 왔다.

 

고 사장은 2011년 우 지사의 발언 직후인 11월 24일 기자회견에서 “2007년 협약은 2002년에 잘못 만들어진 굴욕적이고 불평등한 특혜협약을 그나마 성공적으로 되돌리고 치유한 협약이다. 협의가 이뤄지지 못하면 협의 결렬이고 그러면 계약은 성립될 수 없을 뿐더러 근본적인 계약파기 문제가 일어나게 된다”면서 ‘불공정 종속계약’이라는 우 지사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또 이틀 뒤인 26일 ‘삼다수 판매계약에 관한 진실은 이렇습니다’라는 장문의 보도 자료를 통해 “2002년에 3년 연장이 아니라 다시 ‘5+3년’계약이 체결됐고, 두 번째 5년 계약이 끝나는 2007년에 3년 연장계약이 이뤄졌다. 취임 후 (2002년) 계약 내용을 살펴보니 농심과의 계약에 몇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삼다수’ 상표가 농심 소유로 돼 있어 제주도는 ‘삼다수’ 주인이면서 (실제) 주인이 아니었다. 농심과 협상 끝에 상표권과 물류권을 가져왔다. 판매계약 물품을 '먹는 샘물' 전체가 아닌 ‘삼다수’로 한정시켰다. 특히 판매물량을 최소구매물량(80%)에서 계약물량(100%)으로 전환시켜 증산에 따른 판매책임을 농심이 확실히 지도록 했다. 100% 이행하지 못할 경우 계약을 취소할 수 있게 했다. 3년 연장계약 이후엔 계약물량을 이행해야 매년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양쪽의 주장은 평행선을 달리다 결국 지난해 10월23일 대한상사중재원의 판정에 의해 진실이 확인됐다.

 

<제이누리>가 입수한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 판정문을 보면 대한상사 중재원(의장 양승국)은 우선 협약기간 종료가 연장되는지 여부에 대해 판정을 내렸다.

 

중재원은 판정문에서 “‘협약기간은 이전 협약의 자동연장 조건에 따라 본 협약 체결일로부터 3년간으로 하며, 그 이후에는 제6조 2항의 구매계획물량이 이행될 경우 매년 연장된다’고 돼 있다. 협약서의 어디에도 협약기간이 3년을 넘는 '상당한 장기간임을 전제'로 작성됐거나 이러한 사정을 추단할 수 있는 문구를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

 

중재원은 또 “협약서가 갱신·체결된 과정(1997~2007년)으로 볼 때 농심이 삼다수 개발·광고·물류·판촉 등에 상당한 자금을 투자한 사정과 그 초기투자비의 회수문제를 고려해 초기에는 계약기간을 장기간으로 정했다. 계약 해지 시에는 초기 투자비의 회수도 보장되도록 약정했다"면서 "그러나 그 이후 통산 10년의 계약기간이 경과한 후에 이 사건 협약이 체결될 때(2007년 12월 15일)에는 초기투자비는 어느 정도 회수된 것으로 보아 계약기간도 단축했다. 초기투자비의 회수 보장조항도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중재원은 따라서 “협약서의 계약기간은 협약서의 문언에 충실하게 원칙적으로 3년이다. 그 이후에는 일정한 조건이 성취되는 경우에만 1년씩 연장되는 것으로 이해함이 옳다고 여겨진다”고 판정을 내렸다.

 

즉 간단히 말해 고 전 사장이 그 동안 주장했던 것처럼 ‘장기간 종속계약이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농심이 투자비용 회수라는 것도 막을 수 있었던 계약이라고 중재원은 판단한 것이다.

 

 

중재원은 협약 종료시점에 대해서도 판단을 내렸다.

 

중재원은 “협약기간의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도 구매계획물량의 합의와 이행만으로 협약기간은 자동 연장되도록 정해진 점을 감안하면 협약기간의 자동연장 조항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구매계획물량에 관한 원만한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며 “따라서 어떤 이유에서건 구매계획물량의 합의에 이르지 못해 그 이행도 할 수 없었던 경우에는 협약기간의 자동연장 조항은 적용될 여지가 없다. 이 경우 협약은 이로써 종료된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결국 이 사건 협약은 2012년도 구매계획 물량이 정해지지 않아 2012년 12월 14일 종료된다고 봄이 옳다”고 판정했다.

 

고 전 사장이 주장처럼 계약을 취소할 수 있게 한 장치, 즉 ‘구매계획물량(100%)’이 자동계약 연장을 막고 있다고 본 것이다.

 

고 전 사장은 "이러한 중재원의 판정에도 불구하고 우 지사와 오 사장은 판정 이유를 밝히지 않고 오히려 전임 사장과 그 사장이 맺은 계약이 ‘불공정 종속계약이라고 매도하고 있다”고 성토하고 있다.

 

그 발언이 바로 지난해 11월 오 사장의 기자회견 발언과 행정사무감사 당시 발언, 우 지사의 지난 4월 한라수 런칭행사 때 발언이다.

 

그는 우 지사와 오 사장의 사과를 바랐으나 오히려 자신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도민을 속이는 발언을 이어가자 결국 ‘명예훼손’으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자문을 얻어 27일 검찰에 고발한 것이다.

 

그는 고발 직전 이날(27일) 기자회견을 통해 “우 지사와 오 사장의 잘못된 비판으로 인해 명예는 극심하게 실추됐다. 제주도민의 알 권리를 박탕당했다”면서 “이제라도 우 지사와 오 사장은 저 개인뿐만 아니라 제주도민 앞에 사과하고 반성해야 한다”며 사과와 반성을 촉구했다.

 

 

한편 최초 농심과의 계약이 이뤄졌던 1997년(신구범 도정) 협약서와 2002년(우근민 도정) 협약서, 2007년(김태환 도정) 협약서의 논란이 됐던 부분(협약기간)을 비교해 봤다.

 

1997년 협약은 ‘이 협약기간은 협약체결일로부터 5년으로 한다. 다만, 협약기간 만료 6개월 전까지 어느 일방의 이의가 없으면 이 협약은 3년간 씩 자동 연장되는 것으로 한다. 또한 ‘을’의 구매량이 유지, 증가되거나 상호 합의된 연간 최소구매량이 ‘을’에 의해서 구매된 경우에는 자동연장에 합의된 것으로 간주한다’고 돼 있다.

 

2002년 협약은 ‘이 협약기간은 협약체결일로부터 5년간으로 한다. 다만 ‘을’의 구매물량이 유지, 증가되거나 상호 합의된 년 간 최소구매량(구매계획물량의 80%)이 ‘을’에 의하여 구매된 경우에는 3년간 자동 연장되며, 이후 협약기간 관련사항은 양사간 우선해 협의·결정하기로 한다’고 돼 있다.

 

2007년 협약(고 전 사장 당시)은 ‘이 협약기간은 이전 협약 제3조(협약기간)의 자동연장 조건에 따라 본 협약체결일로부터 3년간으로 한다. 그 이후에는 제6조(구매물량) ②항의 구매계획물량(100%)이 이행될 경우 매년 연장된다’고 돼 있다.

 

'불공정 계약'으로 의심할 수 있는 협약은 "오히려 2002년 우 도정 시절의 협약"이라는 고 전 사장의 주장이 상당히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영하 기자 yhkim9356@j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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