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인이 만진 건 '히프'가 아니다?

  • 등록 2013.10.30 14: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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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수의 '영어진단'(4) ... 알고 써야 할 가슴과 히프

<제이누리> 연재만화를 보다가 신체발부(body parts)에 대해 써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날의 제목은 “콧구멍”이었다. 주인공이 어느 개업식에 갔다가 고사 상에 절을 한 후 지폐를 돼지머리 코가 아니라 동료의 코에 찔러 준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10년 이상 영어를 공부했다는 사람들에게 콧구멍이 영어로 뭐냐고 물어보면 정확히 대답하는 사람이 드물다. 열에 아홉은 nose hole이라고 하는데, 정답은 nostrils(나스트릴스)이다.

 

사실 영어와 한국어의 신체발부는 일대일 대응이 안 되는 곳이 여러 군데 있다. 먼저 머리는 head, hair, brain 등 세 가지로 대응한다.

 

난 머리(head)가 아프다. = I have a headache.

 

그녀의 머리(hair)는 금발이다. = She is a blondie.

 

그는 머리(brain)가 좋다. = He is smart.

 

밑으로 내려가서 목은 neck이나 throat로 대응한다.

 

그의 목(neck)은 짧다. = He has a short neck.

 

그는 자신의 목(throat: 숨통)을 잘랐다. = He cut his own throat.

 

가슴은 좀 복잡하다. chest, breast, bosom, heart를 구분해 사용할 수 있다면 영어를 좀 하는 경우다. chest는 남녀 불문하고 가슴의 평평한 흉판 뿐만 아니라 폐를 포함하기도 한다. 그래서 기침 감기를 a chest cold, 폐암을 a chest cancer (정확히는 a lung cancer)라고 한다. 반면에 breasts와 bosom은 여성의 젖가슴이다. 그래서 유방암은 a breast cancer라고 한다. 따뜻한 가슴은 a warm heart이다.

 

몇 년 전 어느 도지사가 집무실에서 여자의 가슴을 만지는 등의 성추행 스캔들을 일으킨 적이 있다. 그가 만진 가슴은 chest, breast, bosom, heart 중 어느 것이었을까? 도지사의 입장에서는 그녀의 heart를 사고 싶었는데, 여자 입장에서는 그가 허락 없이 breasts를 거머쥔 결과는 아니었을까?

 

밑으로 내려가 무릎의 대응어에는 knee와 lap이 있다. knee는 넘어져서 무릎이 까졌을 때의 그 관절 부위를 말한다. lap은 아기가 할머니 무릎 위에 누워 잠자는 부위 또는 책상이 없을 때 의자에 앉아 랩톱(laptop) 컴퓨터를 펼쳐 놓는 부위다. lap은 의자에 앉아 있을 때만 기능이 있고 일어서면 사라져 버린다. 일어서는 순간 그 부위는 thigh(허벅지: 대퇴부)가 되어 버린다.

 

초보자들에게 영어 가르치는 방법 중에 TPR이라는 것이 있다. Total Physical Response의 약자니까 전신반응 정도로 옮길 수 있겠다. 교재가 아니라 온몸으로 말을 익히게 하는 방법이다. 외국어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나 인지능력이 미숙한 어린이들에게 효과적이다. 대답을 강요하기보다 신체로 표현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Head, shoulders, knees, and toes! knees and toes! (머리 어깨 무릎 발 무릎 발) 처음에는 이런 율동으로 신체부위를 익히게 하다가 점차 변형을 가한다. Raise your right hand. (오른손 들어요.) Raise your left hand. (왼손 들어요.) 이런 과정 속에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raise가 든다는 말이고 right가 오른쪽임을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된다. 이 방법은 어린이는 먼저 말을 듣고 나중에야 말을 하게 되며, 명령에 아이가 동작으로 반응함으로써 듣는 능력이 습득되며, 그 뒤에야 말하는 능력이 자연스럽게 생겨난다는 연구 결과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충격적인 사실은 아이들에게 TPR을 지도하는 영어 선생님들(주로 여자들)을 모아놓고 간단한 TPR을 시켜 보면 엉뚱한 반응이 나온다는 것이다.

 

Put your hands on your head. (머리에 두 손을 올려요.) Put your right hand on your chest. (가슴에 오른 손을 얹어요.) Put your left hand on your lap. (무릎에 왼손을 얹어요.) 여기까지는 잘 한다. 그러다 Put your hands on your hips. (두 손을 히프에 대요.)라고 하면 열에 아홉은 엉덩이에 손을 갖다 댄다.

 

뭐가 잘못 됐냐고? 같은 질문에 원어민들은 하나같이 양 허리에 두 손을 올려놓는다는 것이다. ‘허리에 손’은 hands-on-hips라 하여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고, 무용수가 스텝 밟을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영어의 hip은 양손을 옆구리(sides)에 대었을 때 손이 닿는 부분, 즉 엉덩이의 양쪽 측면을 가리키는 말이다. 허리 아래에서 허벅지 위쪽 정도의 부위이다. 카우보이가 쌍권총 차는 부위 말이다. “He fired from the hips.” 쌍권총을 허리에서 빼는 순간 쏘았다는 말이다. 따라서 선생님이 엉덩이를 때렸다는 말을 “The teacher hit my hips.”라고 하면 틀린 경우다.

 

그렇다면 진짜 엉덩이는 영어로 뭘까? 앉았을 때 살집이 닿는 부분인 엉덩이는 뒤에 있다고 해서 backside, behind, rear, rear-end, 밑이라고 해서 bottom, 비속어로는 ass 나 arse라고 하며, 보통은 buttocks나 butt라고 한다. 이 대부분은 배설이나 성 행위와 관련되어 영어권에서는 입에 담아서는 안 될 말로 취급되므로 backside, bottom, buttocks 정도만 기억해도 되겠다. 따라서 간호사가 주사 놓는 부위는 hip이 아니다. 간호사가 오른쪽 엉덩이에 주사를 한방 놨다면 “The nurse gave me an injection in my right buttock.”이라고 해야 한다.

 

청와대 대변인 윤 머시기라는 사람이 미국에서 한 여자 인턴을 성추행했다가 잘린 일이 있었는데, 전 세계에 보도된 바에 의하면 그가 만진 부위는 hips가 아니라 buttocks였다. “Yoon grabbed her buttocks without her permission at a hotel in Washington on Tuesday evening.” (윤 씨는 화요일 밤 워싱턴의 어느 호텔에서 여자의 허락 없이 엉덩이를 거머쥐었다.)

 

 

그의 손이 닿은 부분은 hip이 아니라 buttocks이다.

 

한국 사람들이 hip을 이렇게 엉터리로 알고 있는 이유는 뭘까? 그 것은 반세기 전 영일사전에서 ‘hip: 엉덩이’라 한 것을 그대로 가져와 번역한 결과다.

 

그러면 hip이 엉덩이가 아니라면 뭐라고 번역할까? 아직 명쾌한 답이 없다. 순우리말로 잔허리는 허리의 가장 잘록한 부분이다. hip은 그 밑이므로 알허리, 옆구리 밑이므로 알옆구리, 또는 엉덩이 옆이므로 옆엉덩이라고 하면 어떨까? 좋은 의견 있으면 댓글 남겨 주시라.

 

강민수는?

 

=잉글리시 멘토스 대표. 대학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하며 영자신문 편집장을 지냈다. 대기업 회장실과 특급호텔 홍보실장을 거쳐 어느 영어교재 전문출판사의 초대 편집장과 총괄임원으로 3백여 권의 교재를 만들어 1억불 수출탑을 받는데 기여했다. 어린이를 위한 영어 스토리 Rainbow Readers 42권을 썼고, 제주도와 중앙일보가 공동 주관한 제주문화 콘텐츠 전국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ELT(English Language Teaching) 전문가로 일하고 있다.

 

 

 

 

 

 

 

 

강민수 dannybbo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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