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매튜 이글레시아스(Matthew Yglesias)라는 젊은 평론가가 있다. 그가 2011년 5월에 쓴 짤막한 칼럼이 오늘 공부의 교재다. 제목은 좀 길다. “The Most Important Rule of Surviving a Political Sex Scandal is: Don’t Resign!”(정치인이 성추문에서 살아남는 가장 중요한 법칙은 절대 사임하지 않는 것)이다.
이 글을 읽기 위해서는 약간의 배경 지식이 필요하다. 여기 미국의 유명한 정치인 세 사람이 있다. 대통령을 연임한 빌 클린턴(Bill Clinton), 상원의원을 재임한 데이비드 비터(David Vitter), 그리고 뉴욕시장 하다가 물러난 엘리엇 스피처(Eliot Spitzer). 공통점은 성추문을 일으킨 미국의 대표적인 정치가라는 점이다. 둘은 버텼고, 한 사람은 그만 두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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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you need to do to survive infidelity is (a) Be an incumbent, and (b) Don’t quit! (성적인 부정행위에서 살아남으려면 첫째, 현직을 고수할 것, 둘째, 사임하지 말 것!)
David Vitter cheated on his wife with a prostitute. That’s a crime. (데이비드 비터는 아내를 속이고 창녀와 추문을 일으켰다. 그건 범죄다.) Bill Clinton cheated on his wife with an intern, and then he lied about it. (빌 클린턴은 아내를 속이고 인턴과 추문을 일으켰다. 그 사실에 대해 거짓말도 했다.) But they both survived. (그러나 이 둘은 살아남았다.)
The key difference between them and Elliot Spitzer is that Spitzer resigned. (이 두 사람과 엘리엇 스피처 간의 결정적인 차이는 스피처가 사임해 버린 것이다.)
The key thing any politician under attack needs to do is get your co-partisans on your side. (수세에 몰린 정치인이 꼭 해야 할 일은 당원동지들을 당신 편으로 만드는 것이다.) When scandal breaks, there's naturally going to be some sentiment that the wrongdoer ought to step down for the good of the party. And maybe you should! (추문이 발생하면 ‘당을 위해서’ 사임해야한다는 분위기가 생기게 마련이다. 정말 물러나야 할지도 모른다.)
But if you are able to clearly signal that you won’t, then suddenly everyone else needs to defend you for the good of the party. (그런데 절대 물러나지 않겠다는 확실한 신호를 보낼 수 있다면 갑자기 모두가 ‘당을 위해서’라며 당신을 감싸려 든다.) And elite signaling is very important in politics. (그래서 힘 있는 자의 신호가 정치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If your co-partisans are all defending you, then the controversy becomes just another example of partisan politics. (당원 모두가 당신 편을 들게 되면 논쟁은 그저 예사로운 파벌정치가 되고 만다.) That doesn’t guarantee victory, but it does mean that if the economy’s at your back (Clinton) or you have a safe seat (Vitter), then you’re fine. (이것이 승리를 보장해 주진 않지만 클린턴의 경우처럼 호황기이거나 비터의 경우처럼 당선이 확실시 되는 경우라면 참 괜찮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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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튜 이글레시아스의 이런 의견에 한 가지를 덧붙이고 싶다. 성추행으로 위기에 몰리면 아내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 이런 아내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으니 해볼 만하다.
미국의 경우는 빌 클린턴의 아내 힐러리(Hillary Clinton)가 이 분야의 원조다. 그녀는 바람둥이 남편을 두 번이나 공개 석상에서 지지했다. 대선 후보였던 남편이 나이트클럽 가수와 바람피운 사실이 드러난 1992년 초 부부 동반으로 방송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I'm sitting here because I love him, and I respect him, and I honor what he's been through and what we've been through together. And you know, if that's not enough for people, then heck, don't vote for him.” (내가 여기 나온 이유는 그를 사랑하고 존경하기 때문이다. 그가 걸어온 길과 우리가 함께 헤쳐 온 길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것으로 충분치 않으면 그를 찍지 않아도 된다.)
힐러리는 1998년 르윈스키 사건이 터졌을 때도 의사당(Capitol Hill)을 찾아 남편을 깊이 사랑하고 염려한다며 발 벗고 나섰다. 현직 대통령인 남편에 대한 의회의 탄핵안(an impeachment motion)이 표결되기 직전이었고, 표결은 취소되었다. 그 후로 성추문으로 궁지에 몰린 정치인이 아내와 공개석상에 나타나는 것은 흔한 일이 됐다.
2007년 데이비드 비터 상원의원이 매춘 명단에 올랐을 때 스스로 ‘very serious sin’(도덕적인 중죄)라고 시인하자 그 아내가 기자회견장에서 데이비드를 용서하고 그를 사랑하기로 했다며 비터의 아내인 것이 자랑스럽다고까지 말했다.
“I made the decision to love him and to recommit to our marriage. To forgive is not always the easy choice, but it was and is the right choice for me.” (난 그를 사랑하기로, 결혼생활을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을 다잡았다. 용서가 늘 쉬운 일은 아니지만 과거나 지금이나 내겐 바른 선택이다.)
이렇게 클린턴과 비터는 재선에 성공했다. 가장 크게 상처받았을 당사자(아내)조차 용서했다는 인상을 유권자들에게 주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들과는 반대로, 2008년 가수 지망생과 염문을 뿌린 뉴욕 시장 스피처가 책임지고 사임의사를 밝힐 때 그의 아내는 그저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Over the course of my public life, I have insisted – I believe correctly – that people take responsibility for their conduct. I can and will ask no less of myself. For this reason, I am resigning from the office of governor.” (공인으로서의 삶을 통해 나는 자기 행동에 책임지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또 믿어 왔다. 나 자신에 대해서도 추호도 다를 바 없다. 이런 이유로 나는 지사직을 사임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발 벗고 나선 아내들은 과연 남편을 용서한 것일까. 남편을 통해 권력을 누리고 싶은 개인적 갈망 때문에 쇼를 했을 것이다. 힐러리는 남편을 대통령으로 만들고 후에는 직접 상원의원과 국무장관까지 지냈다. 남편보다 더 정치적인 아내들 덕분에 성추행 스캔들은 그럭저럭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오늘의 교훈은 성추행 혐의가 생기면 끝까지 버티라는 것이다. 조사와 판결이 끝날 때까지 사과는커녕 상대방을 업무방해(obstruction of business), 명예훼손(defamation) 등의 혐의를 씌워 맞고소(counterclaim)로 시간을 벌어야 한다. 그럭저럭 임기가 다 하고 다시 출마할 때 성추행 전력에 대한 비방이 쏟아지면 다음과 같이 행동하면 된다.
1. 아내를 시켜 “그를 용서한지 오래 전이므로 비방을 그만하라. 지금은 그를 더 사랑한다.”고 밝히게 한다. (Let your wife say in public, “I forgave him long ago. So stop slandering. I love him than ever before.”)
2. 내세울 치적이나 당선 가능성이 적다면 과감히 세력이 강한 곳으로 옮긴다. (If you lack in successful performances or winning chances, don't hesitate to move to a stronger power.)
3. 누가 따뜻한 곳만 찾는 전형적인 철새라고 비판하면 다음과 같이 맞받아친다. (If somebody calls you a 'migratory bird' always moving to warmer places, talk back like this.)
“우리는 면적, 인구, 예산 등이 나라 전체의 1% 밖에 안 되므로 어차피 집권 여당에 붙을 수밖에 없다. 이것은 나 혼자 살겠다는 것이 아니라 전체가 살기 위한 고뇌에 찬 결단이다. 사랑하는 나의 아내와 당원동지 여러분, 그리고 후세의 사가들이 입증할 것이다.” (We occupy only one percent of the whole country in terms of size, population, and budget, which makes it inevitable for me to join the ruling party. This is an agonizing decision not for my own sake, but for the sake of all the people. My lovely wife, fellow party members, and history will prove me right.)
정치는 살아 있는 생물과 같아서 늘 움직이고 변한다. 정치적인 상황이 변한만큼 정치인도 변해야 한다. 정치인에게 변함없는 이념, 도덕이나 체면 따위가 어디 있으랴. 그럴듯한 명분과 공약을 양산하며 말바꾸기와 쇼를 계속하라. 그래야 살아남는 이유는 후세의 역사가 아니라 이미 지난 역사가 입증한다.
☞강민수는?
=잉글리시 멘토스 대표. 대학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하며 영자신문 편집장을 지냈다. 대기업 회장실과 특급호텔 홍보실장을 거쳐 어느 영어교재 전문출판사의 초대 편집장과 총괄임원으로 3백여 권의 교재를 만들어 1억불 수출탑을 받는데 기여했다. 어린이를 위한 영어 스토리 Rainbow Readers 42권을 썼고, 제주도와 중앙일보가 공동 주관한 제주문화 콘텐츠 전국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ELT(English Language Teaching) 전문가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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